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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 06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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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남 코로나 발생 1년 변화와 나아갈 길 (4)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냈을까

‘랜선 문화’ 일상화… 혼란 속에서 ‘새 희망’ 찾았다

  • 기사입력 : 2021-02-22 2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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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감염병 발병과 함께 우리 일상 생활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20학번 새내기들에겐 캠퍼스 교실 수업 대신 온라인 수업이 일상이 됐고, 대학 교수들 역시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는 데 바빴다.

    직장인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회사 업무 전반이 마비될 것을 우려, 길게는 1년째 집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도 생겼다. 각종 프로구단 역시 ‘스포츠의 꽃’ 인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면서 관중들을 위한 ‘랜선 응원’이라는 새로운 문화가 생겼다.

    전에 없던 일상을 전에 없던 방식으로 보내야 함에 따라 시행착오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장기화하면서 이제는 ‘랜선 문화’가 우리 일상에 자리잡게 됐다. 이제는 ‘랜선 초보’ 딱지를 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랜선 새내기’서 ‘랜선 선배’ 됐지요”

    ◇백예진(20·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경남대 유아교육과 1학년

    “기대했던 대학 생활 모든 것들이 사라졌죠. 학교에는 시험만 치러 간 거 같아요.”

    경남대 유아교육과 1학년 백예진씨
    경남대 유아교육과 1학년 백예진씨

    백예진 씨는 지난해 경남대에 입학해 1학년 과정을 마쳤지만, 아직 ‘캠퍼스 로망’은 실현하지 못했다.

    입학 후 첫 활동인 OT부터 시작해서 3월 MT도 취소됐고, 4월 벚꽃이 물든 월영 캠퍼스를 거닐며 사진 촬영도 못 했다. 상황은 더 나빠져 5월 대학축제는 기대조차 하기 힘들었다. 사람들을 만나야 활기가 도는 성격이지만 집에서 비대면 수업만 듣다 보니 우울해져 가기만 했다.

    처음 마주한 비대면 수업과 과제, 시험은 낯설기만 했다. 수업 도중 엄마와 다투는 친구, 반려견이 짖어 수업을 중단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과목과 착각해 다른 과제를 제출하기도 하고 기간 내 제출인 줄 알고 먼저 올렸다 수정하지 못해 점수를 낮게 받은 친구들도 있었다.

    나쁜 것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집에서 편한 시간, 편한 복장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었고 강의실 이동 없이 수업을 듣는 것이 장점이었다. 또, 수업 중 놓친 부분들을 다시 보고 복습 할 수 있어 시험에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생긴 문화 중 랜선파티가 있는데, 친구들과 랜선으로 만나 이야기꽃도 피우고 각자 준비한 안주와 술을 마시며 파티를 즐기는 것은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경험이라 신선한 즐거움이었다.

    백 씨는 “코로나19로 학교 생활을 제대로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어 학과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사회 경험을 하며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지난 1년을 회상했다.

    백 씨는 오는 3월이면 대학교 첫 후배가 생기지만, 기대보다는 미안함과 걱정이 더 크다고 말한다.

    “이제 후배들이 들어오는데, 나도 제대로 아는 것이 없어 후배들의 질문에 답을 해주지 못할 거 같아 미안하고 걱정이 커요. 후배들이 선배라고 생각하기 보다 같이 어울려 학교생활을 즐기고 같이 배워가는 입장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학생 지도 위해 열심히 랜선 배웠어요”

    ◇장미연(40·김해시 장유3동) 창신대 유아교육과 교수

    창신대 유아교육과 교수 장미연씨
    창신대 유아교육과 교수 장미연씨

    장미연 교수의 일상에 ‘랜선 문화’가 스며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20년 2월 컴퓨터 앞에 앉은 장 교수의 머리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교육부는 개학을 앞두고 1학기 동안 비대면 강의를 할 것을 통보했고, 장 교수의 모니터에는 학내 학습관리시스템(LMS) 창이 켜져 있었지만 마우스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학생들과 똑같은 처지에 놓였다. 각자 분야에서 전문적 지식을 가진 교수이지만, 랜선이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배워야 했다.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한 공부가 시작됐다. LMS를 사용하려면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닌 크롬을 사용해야 하는 사소한 문제부터 PPT 제작, 영상 촬영까지. 교수들의 앓는 소리가 연구실 복도에 울렸다.

    장 교수는 유아음악교육 강의를 진행했다. 음악교육 특성상 강의 영상을 찍으며 무반주로 노래를 불러야만 했다. 어색함에 못 이겨 결국 다음 강의부터는 피아노 앞에서 영상을 찍었다.

    피드백이 중요한 모의수업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도저히 비대면으로 못할 것 같아 학생들에게 대면강의를 권유했지만 비대면으로 하자는 의견이 모였다. 학생들은 직접 모의수업하는 모습을 촬영해 LMS에 올렸다.

    반복해서 모의수업 영상을 보면서 피드백을 해줬다. 어색했던 랜선강의에 점차 적응해가는 단계였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장 교수도 랜선강의에 능숙하다. 학생도 교수도 접속하는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던 ‘팀즈’ 활용도 수준급이다. 6~7명 학생들과 모의수업 영상을 켜놓고 자유롭게 토론도 진행한다.

    그럼에도 학생들을 직접 만나지 못한 아쉬움은 남는다. 장 교수는 “랜선강의는 대면강의보다 학생들과의 거리감이 크게 느껴진다. 솔직히 말하면 학생 이름과 얼굴을 완전히 외우지 못했다”면서 “학기를 마치고 학생들을 대면했는데, 한 학생이 ‘교수님 저희는 지금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데 미안함에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올해 장 교수는 랜선강의와 함께 대면강의도 병행할 계획이다. 랜선을 통해 학습의 깊이를 담고, 대면을 통해 학생간 교감을 이끌어 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코로나19 속 새로운 수업문화를 대하는 장 교수의 목표다.


    “재택근무로 자유시간 많아 좋았어요”

    ◇ 마산 출신 IT회사 직원 김정훈(27·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씨

    마산 출신 IT회사 직원 김정훈씨
    마산 출신 IT회사 직원 김정훈씨

    “길어진 재택근무로 고향인 마산에 서너 달 내려와서 일하기도 했어요. 업무용 노트북 고장으로 다시 올라왔죠.”

    경기도에 위치한 IT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김정훈 씨는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한 지난해 2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회사 출근 대신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집에서 회사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재택근무 초기엔 애로사항도 있었다. 신입사원 교육도 화상으로 진행해야 했다. 회의실 화이트보드에 교육 내용을 적어가며 가르치는 게 익숙한 그였다. 다른 직장 동료들과도 예전보다 소통이 줄어들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동료들과 티타임을 가지는 등 동료간 교류가 활발했었다.

    처음 접하는 ‘랜선 근무’의 어색함도 잠시. 직원 모두 재택근무에 익숙해지자 지난해 연말 행사도 온라인으로 했다.

    김 씨는 “회사 직원 40~50명이 화상회의 앱 줌(Zoom)을 통해 모여서 팀 대항 틀린 그림 찾기·초성 맞추기 게임 등을 하며 소통하고 단합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 씨가 꼽은 재택근무의 장점은 ‘시간 활용’이다. 회사 출퇴근 시간을 운동, 취침 등 개인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로 인해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난 정훈 씨는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하나 둘 씩 늘려가는 중이다.

    그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군 복무 시절 이후 한 번도 보지 않았던 드라마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요리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집콕 생활로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일이 잦아지자 비용도 많이 들고 건강도 안 좋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요리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뒤 3주 동안은 음식을 열심히 만들어 먹었는데 슬슬 배달 앱에 손이 가네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김 씨는 길어지는 재택근무 탓에 야외 활동량이 줄어들며 확찐자(활동량이 급감해 ‘살이 확 찐 자’가 됐다는 의미)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토로했다.

    “밖을 자주 안 나가다 보니 코로나19 이후 역대 최대 몸무게를 찍었어요. 현재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스포츠팬 위해 새 콘텐츠 만들었지요”

    ◇이보민(24·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프로스포츠 구단 홍보 영상 제작자

    스포츠 구단 홍보영상 제작자 이보민씨
    스포츠 구단 홍보영상 제작자 이보민씨

    거센 함성과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 스포츠 경기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스포츠 구단 SNS 관리와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이보민씨는 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 더욱 바빠졌다. 무관중 경기가 치러지다 보니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SNS 홍보 계정 구독자 수도 늘어났고,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이벤트도 팬들이 많이 참여하면서 이들을 위한 새로운 콘텐츠들을 기획해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 스포츠 경기 관람은 무관중으로 진행되거나 경기장 수용 인원의 10~30% 정도만 참석이 가능하다. 또 참석이 가능하더라도 띄엄띄엄 앉거나 육성응원이 금지돼 예전과 같은 응원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악조건 속에서도 스포츠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구단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화상 회의 플랫폼 줌(Zoom)과 모바일 스포츠 팟캐스트 ‘스팟’ 등을 이용, 온라인으로 힘찬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있다.

    이 씨는 “줌을 통해서 20~30여명 정도 스팟을 통해서 80~100명 정도 팬들이 경기를 관람하러 온다. 줌과 스팟에서 응원단장이나 치어리더들이 진행을 하고 팬들과 같이 응원도 하고 소통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경기 관람에 참석한 팬들의 응원 모습은 경기장에 설치한 모니터를 통해 팬들이 선수들이 볼 수 있게 했다. 온라인 관람은 육성 응원이 금지된 현장 관람보다 더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다. 팬들은 줌을 통해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는 점을 이용해 상대 팀이 경기 주도권을 잡고 있을 때 약속하지 않아도 다같이 스케치북 등을 이용해 방해 공작을 펼치기도 한다.

    이 씨는 스포츠 팬들이 온라인으로 몰려드는 현상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일에 대한 책임감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현재 팬미팅 등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이벤트들이 다 취소되면서 모든 이벤트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은 늘었지만 SNS상에서 ‘경기장 못 가서 우울했는데 감사하다’, ‘우리 선수들 예쁜 사진 찍어줘서 고맙다’와 같은 응원 댓글을 보며 이 씨는 오늘 하루를 견뎌낸다.

    “팬들과 선수들을 이어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하는 그에게 팬들의 감사와 격려는 힘든 일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다.

    박준영·김용락·한유진·박기백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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