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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인아, 미안해”- 남건우(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의원·토월초 5년)

  • 기사입력 : 2021-02-24 19: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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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12살이 되는 나는 정인이의 뉴스를 본 순간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너무 귀엽고 해맑게 웃는 정인이의 얼굴을 보면서 어떻게 엄마 아빠라는 사람들이 저렇게 때릴 수 있는지, 그 사람들이 괴물로 보였다. 만약 내가 정인이었다면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귀신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 뿐이었다.

    이제 겨우 16개월 된 정인이는 기본적인 삶을 누리는 데 필요한 생존의 권리부터 어린이에게 유해한 것으로부터 지켜져야 할 보호의 권리, 그리고 커가면서 누릴 수 있는 발달과 참여의 권리까지 박탈당했다. 소중한 생명으로 태어나 그 어떤 권리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고통으로 하늘나라를 간 정인이 삶은 누가 책임져주나?

    TV를 통해, 집에 돌아가도 추위에 떨며 제대로 밥을 못 먹는 친구들, 매를 맞고 사는 동생들의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면서도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생각이 들었다. 문제가 생긴 후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반복되는 것 같다. 특히, 예의를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어른의 말씀을 무조건적으로 듣고 따라야 하며 아동의 생각과 의견들은 무시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본다. 아동의 권리에 대해 전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가정폭력들이 발생했을 때 철저하게 피해자와 가해자들을 격리시켜 두는 것을 보았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일지라도 철저하게 아동들은 보호를 받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검색하다보니 양부모뿐 아니라 친부모에게도 학대를 당하거나 성폭력까지 당하는 아동들의 뉴스를 보게 됐다. 이렇게 큰 잘못을 하고도 고통을 준 사람들은 약간의 벌금이나 형량을 받고 풀려나 결국 피해 아동들이 또다시 숨막히는 집으로 돌아가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보았다. 아동들은 도와 달라고 끊임없이 외치지만 어른들은 들어주지 않고 법으로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는 이 세상의 주인공이며 세상을 밝혀주는 빛이야’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우리 어린이를 보호해주는 법이 정말 어린이를 위한 것인지, 어른의 시각에서 어른의 편의를 위해 법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어른들이 아동들에게 저지른 나쁜 범죄에 대한 처벌이 누구의 기준으로 만들어지고 지켜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주길 바란다. 아동은 어른들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 어른들이 아동의 권리를 당연히 존중해야 하는 것을 함께 배우고 지켜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 자신의 권리를 잘 알지 못하는 아동에게도 권리를 제대로 알려주어야 한다. ‘세계어린이의 날’은 어린이의 기본 권리를 인정하고 보호하기 위해 만든 날이다. 이날을 대부분의 친구들은 모를 것이다. 밸런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 같은 날은 가게만 가도 떠들썩하게 알려준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알아야하는 ‘세계어린이의 날’은 도대체 어디서 듣고 알 수 있는 것일까? 나이가 어리더라도 자신에게 권리가 있다는 것을 배워 스스로 지키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모와 국가는 아동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보살필 책임이 있다. 그런데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어른들 때문에 정인이의 생명의 불이 꺼졌다. 흔들리고 꺼지는 불들이 주변에 아직도 많이 있다. 대통령님도 국회의원님들도 아동의 입장에서 보호받을 수 있고 지켜질 수 있는 정책들을 만들어 주시기 바란다.

    남건우(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의원·토월초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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