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기고] 경남딸기 한 알, 그 속에 담긴 의미- 이정곤(경남도 농정국장)

  • 기사입력 : 2021-02-24 19:59:42
  •   

  • 최근 딸기가 우리 식단에서 삼겹살 다음으로 많이 먹는 식품으로 올랐다. 껍질을 까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고, 요구르트, 케익, 아이스크림과도 잘 어울려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기도 한다. 특히 빨간 색상은 침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식재료다.

    딸기는 기원전부터 먹었다고 한다. 북유럽 신화의 여신 프리그에게도 바쳤고 기독교 시대는 성모 마리아에게도 바쳤다고 하며 천국의 문을 찾아온 사람이 입이나 손에 딸기즙을 묻힌 상태면 신성한 딸기를 훔쳐 먹은 것으로 간주하여 지옥으로 보낸다고도 할 만큼 딸기는 우리 인류와 같이 해온 훌륭한 과실이다.

    딸기에는 비타민C가 사과의 10배, 레몬의 2배나 함유되어 있어 노화 예방과 면역력 증가, 특히 딸기에 함유된 알리직산과 붉은 색을 내는 안토시아닌 성분은 항암 효과에 탁월하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지친 몸의 면역력을 키우는 건강한 먹거리라고 생각한다.

    딸기는 19세기 말 미국,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 일본을 거쳐 1943년경 우리나라 밀양 삼랑진으로 전해져 밀양이 전국 최초 딸기 시배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밀양은 도내 딸기 최대 주생산지이기도 하다.

    15년 전만 하더라도 국산 딸기품종이 없어 매년 로열티를 일본에 지불하는 설움을 겪기도 하였으나, 1997년 논산에서 ‘매향’ 딸기가 육종되고 국산품종을 재배하면서 ‘딸기 독립선언’을 하게 되었다. 2016년 우리 도에서도 신품종 ‘금실’ 개발에 성공하여 현재 농가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재배되고 있다. 밀양은 딸기 시배지이면서 ‘통일딸기’를 길러온 역사를 지니고 있다.

    경남도와 함께 경남통일농업협력회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통일딸기를 생산하고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경통협은 북한 청정지역에서 건강한 딸기 모종을 키워 국내로 들여와 ‘통일딸기’란 이름으로 남북농업협력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평양의 장교리에 영농시설과 기술전수뿐만 아니라 소학교도 새로 지어주는 일도 하였다. 특히 경통협에서 북한어린이 영양 간식을 위해 콩우유 공장 건립에도 나섰으나, 시설장비를 북으로 보내던 중 2008년 금강산 사건으로 반출이 중단되어 북으로 갈 콩물기계가 밀양의 한 농가창고에서 갈 날을 기다리는 현실은 너무나도 안타깝다.

    최근 우리 도에서도 언젠가 다가올 남북의 창이 열리는 그날을 위해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고 이를 위해 경남연구원에는 남북교류협력센터까지 만들어졌다. 이처럼 작은 딸기 한 알이 남북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였고, 앞으로 남북이 함께 협력하는 통일의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신동엽 시인의 ‘봄은’ 이라는 시에 나오듯 이번 봄에는 ‘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쇠붙이들 눈 녹듯 흐물흐물’ 녹아내려 남북이 따뜻한 봄을 맞으면 좋겠다.

    이정곤(경남도 농정국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