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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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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요양병원 ‘과실치사’ 경찰 늑장 수사 논란

고소인 “증상 악화, 치료 놓쳐 사망”
고소 3개월돼도 피고소인 조사 안해
경찰 “의료분쟁위 회신 기다리는 중”

  • 기사입력 : 2021-02-24 20: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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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양의 한 요양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70대 환자가 호흡곤란 증상이 악화됐는데도 불구하고 병원측이 제때 조치하지 않아 사망에 영향을 끼쳤다며 망인의 아들이 의료진을 고소한데 이어, 경찰이 늑장수사로 일관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4일 고소인 A씨와 법률 대리인에 따르면, 지난해 2월 5일 사망한 A씨의 모친 B씨(당시 73세)는 지난 2019년 11월 밀양의 한 병원에서 다리 골절 수술 후 그해 12월 같은 지역의 요양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었다. B씨는 입원 치료를 받던 중인 지난해 2월 1일부터 기침이 동반된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이상 증세를 보였지만 의료진은 B씨에 대해 특별한 조치 없이 하루를 보냈다고 A씨는 의료 기록을 근거로 주장했다.

    이튿날 B씨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A씨 측이 본지에 제공한 의료 기록을 보면 B씨는 밤새 기침하고 아파서 잠을 잘 수 없었다고 의료진에게 호소했고, 의료진은 오전 6시 50분께 진통제 주사를 투약했다. 그 이후에도 B씨가 호흡 곤란 증상을 계속 호소한 가운데 산소포화도가 86%까지 떨어지자 의료진은 같은 날 오후 2시 10분께 산소 공급과 수액 주사를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산소포화도 90% 이하는 저산소증으로 호흡이 곤란해지는 상태가 된다. 그 다음날인 3일에도 혈액 검사 결과 백혈구 수치 등이 정상범위를 벗어났으나 의료진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A씨는 설명했다.

    하루가 더 지난 2월 4일 오전 10시 48분께. 급기야 입원환자인 B씨가 직접 119에 전화를 걸어 신고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119 통화 녹취록을 보면 B씨는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고 말하는 등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보여진다. 전원을 원한 B씨는 이날 오후 3시 30분이 돼서야 의료진 자가용으로 밀양의 한 병원에 도착해 산소공급을 받았지만, 이튿날 오전 8시 50분께 결국 사망했다. 전원 당시 B씨의 산소포화도는 48%로 기록돼 있다.

    A씨는 의료진이 요양병원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을 미리 알았지만 전원 시기를 늦추면서 모친의 사망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A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의료기록을 보면 호흡곤란 증상 호소 이후 한 차례 1일분의 산소를 공급했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차단했다”며 “위중한 상태에서 산소 공급이 중단돼 장시간 흐를 경우 생명에 지장이 있다는 것을 의료진이 알면서도 차단한 것으로, 이는 유기를 넘어 살인미수로도 볼 수 있는 지점이다. 게다가 요양병원 진료기록지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진료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한 부분도 확인됐다”고 말하며 울분을 토했다.

    허망하게 모친을 잃은 A씨는 그러나 하세월인 경찰 수사에 또 한번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A씨는 지난해 11월 23일 창원지검 밀양지청에 의료진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유기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고소장을 접수받은 후 밀양경찰서에 3개월 후인 이달 24일까지 사건을 수사해 넘기라고 수사지휘했다. 그러나 당초 수사기간인 이달 24일까지 피고소인 3명에 대한 출석통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형사소송법이 개정돼 지난달 1일부터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경찰 자체적으로 수사종결권한을 갖게 되면서 경찰이 수사를 미적거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A씨는 "경찰의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기대했지만, 담당자가 바뀌었다는 등의 이유로 답보 상태에 있어 크게 실망했다"며 "제도가 바뀌지 않았을 경우 벌써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고도 남았을 시간이다"고 허탈해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24일 “지난해 11월 말부터 수사를 맡았던 수사관이 정기 인사로 다른 곳으로 발령나 이달 초부터 다른 수사관이 수사를 이어받아 진행하고 있다”며 “이달 중순 사건관련기록을 의료분쟁조정위원회에 보내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로 2~3주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전에라도 피고소인에 대한 출석통보를 하는 등 신속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해명했다.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입니다./픽사베이/

    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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