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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이해도 부족- 김유경(광역자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21-03-04 20: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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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모관대를 쓴 신랑과 활옷을 입은 나 사이로 뭔가가 후두둑 떨어졌다. 우리는 그것을 받아내야 했는데, 너무 많아 몇 개는 바닥에 떨어져 데굴데굴 굴렀다. 대추와 알밤이었다. 폐백실에 모인 어른들이 와하하 웃음을 터뜨리며 말씀하셨다. 아들 딸 많이 낳고 다복하게 살아라. 그것은 그들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었고, 당연히 나는, 아들 딸을 그렇게나 많이 낳을 계획이 없다.

    ▼경남연구원이 펴낸 ‘경남인구 구조변화와 청년이동에 따른 지역대응 방안’에 따르면 올해부터 도내 인구는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한다. 특히 청년층 역외유출이 가속화되는데, 도내 인구 중 20~30대 비중이 2020년 24.4%에서 2047년에는 13.7%로 줄어든다. 우리는 청년을 잡아둘 유인을 고심하고 있다. 동남권 메가시티, 신공항, 창원특례시 등 화려한 청사진들은 궁극적으로 이 지역 청년들의 삶의 물적 토대로 기능하리라.

    ▼얼마 전 경남청년정책네트워크(경청넷) 발대식에서 한 도의원이 ‘빨리 결혼해 아이 많이 낳으라’고 발언해 공분을 샀다. 경청넷은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정책을 제안하고 경남도의 정책을 모니터링하는 민관협치 기구다. 청년들은 해당 발언에 대해 “경청넷은 인구감소 문제 해결 기구가 아니며, 청년은 아이 낳는 도구가 아니다”며 ‘청년정책에 대한 이해도 부족’이라는 기성세대의 인식 수준을 꼬집었다.

    ▼인류가 면면히 지켜온 삶의 방식은 고유하고 고귀하다. 때문에 기성세대가 청년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바로 ‘결혼과 출산을 통한 안정’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사는 청년에게 결혼과 출산은 자기결정권 행사에 포함된 선택지다. 기성세대의 조언은 ‘선’을 넘을 수 있다. 그러나 충돌은 발전적이다. 우리는 충돌을 통해 ‘모든 삶은 개별적이고 특수하며,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보편타당에 다가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모든 이해는 언제나 부족하다.

    김유경(광역자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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