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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2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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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귀환동포들의 절규 “힘겨운 우리 삶 알아줬으면…”

창원 북면 ‘귀환동포마을’ 가보니
일제강점기 일본에 끌려가 강제노동
귀국 후 정부서 명호마을 이주시켜

  • 기사입력 : 2021-03-04 21: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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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4일 오전 10시 창원시 의창구 북면 동전리 명호마을. 겉보기엔 여느 시골마을과 다를 것 없는 한적한 풍경이지만, 주택가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 자세히 살펴본 이곳은 적막이 감돌다 못해 을씨년스러웠다.

    집들의 철제 대문은 모두 녹슬고 문설주는 시멘트가 떨어져 나가 내부의 흙과 자갈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한 주민의 안내로 집 내부로 들어가 보니 천장엔 습기를 잔뜩 머금은 서까래가 노출돼 있고 그 위로 얹힌 슬레이트 지붕은 바람이 불면 날아갈 듯 불안해 보였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 동전리 명호마을 한 주택의 철제문에 녹이 슬어 있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 동전리 명호마을 한 주택의 철제문에 녹이 슬어 있다.

    지난 1945년 8월, 이곳에는 일제강점기때 일본으로 끌려가 강제 노동으로 고통받다 해방과 함께 조국으로 돌아온 ‘귀환동포’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마을이 형성됐다. 꿈에 그리던 조국으로 돌아왔음에도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터전이 없었던 귀환동포들을 위해 정부가 내린 귀환동포 전국 분산·거주 조치의 일환이었다.

    귀환동포들의 말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30여 가구가 마을을 이루고 있던 북면 동전리에 있는 4958㎡ 규모의 국유지에 지푸라기로 지붕을 덮은 건물 3개동을 세우고 가벽을 세워 공간을 나눈 뒤 동포 90가구에게 각각 방 1칸, 부엌 1칸을 배정해 거주하도록 했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인근 늪지대를 배당받아 분배받은 토지를 일궈 농사를 지으며 자생을 시작했지만, 이들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집은 양계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주거 환경이 열악했으며, 땅은 농사를 짓기엔 너무나 척박했다.

    명호마을 골목 모습.
    명호마을 골목 모습.

    1945년부터 지금까지 명호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귀환동포 하옥진(85·여)씨는 “귀국 직후 정부가 불러모아 진해 해군 관사에서 지내다 명호마을로 이주했는데, 우리에게 배당된 집과 땅의 모습을 보니 막막했다. 앞으로 먹고 살아갈 걱정이 앞섰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지난 1969년 김효영 경남도지사와 성해기 창원군수가 이들의 소식을 듣고 주택개량 사업을 추진, 지푸라기 지붕을 슬레이트 지붕으로 교체하는 등 지원을 해주긴 했지만, 이들의 삶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정부로부터 받은 땅이 농사를 짓기에 적합하지 않아 다른 동네에서 소작을 하며 입에 겨우 풀칠만 하는 수준이었고, 그나마도 나이가 들면서 육체 노동을 할 수 없게 된 탓이다.

    2021년 현재 명호마을에 거주 중인 귀환동포 가족은 총 35가구다. 이 중에도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 노역에 동원됐던 당사자들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경우가 많아 명호마을 정착 당사자는 5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가구의 거주자들은 귀환동포의 가족·자녀들로, 이들 역시 빈곤의 대물림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고 있다.

    귀환동포 1세대인 김동우(84)씨는 “일본에서 태어나 10살까지 가족과 힘들게 살다가 나라가 독립하면서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나라가 독립해도 어려운 생활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면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어려서부터 일만 했고, 지금도 폐지를 주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귀환동포 2세대 정계태(69)씨는 “현재 명호마을에 거주 중인 귀환동포와 그 가족들은 대부분 막노동을 하거나 폐지·고물 수집을 하면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직업이 없어 기초생활수급비 등 정부지원금만 받고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정씨는 이어 “현재 주거 주택 일부가 토지대장에 등록되지 않아 노후화 된 집들을 개선 하기에 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국가와 관할 행정에서 우리 귀환동포들이 과거에 힘들었던 삶을 위로 받을 수 있도록 특별하게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글·사진= 박준영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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