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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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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고혈압과 신장질환

  • 기사입력 : 2021-03-08 08: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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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3명 중 1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다. 고혈압과 신장질환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고혈압은 신장 혈관을 두껍게 만들어 신장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신장 기능 악화는 체내에 염분과 수분을 쌓이게 해 다시 고혈압을 부른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겪지 않으려면 먼저 고혈압을 예방하고 관리해야 한다.

    고혈압은 혈관 내 압력 증가로 혈관 벽을 손상시키고 합병증을 유발한다. 일반적으로 고혈압 환자의 90% 이상이 뚜렷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데, 이런 경우를 일차성 고혈압 또는 본태성 고혈압이라고 한다. 이들의 위험인자는 고령, 비만, 가족력, 인종, 염분 섭취 과다 등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고혈압 환자의 10% 미만은 질병 원인이 뚜렷한 이차성 고혈압 혹은 속발성 고혈압인 경우가 많다. 이차성 고혈압의 흔한 원인 중 하나는 신장질환이다. 신장은 혈압을 올리는 레닌이라는 호르몬을 만든다. 그런데 다양한 이유로 인해 레닌 분비가 증가하면 안지오텐신이라는 혈관 수축 호르몬이 생산되어 고혈압을 유발한다. 또한 체내의 염분과 수분을 일정하게 유지하던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염분이 축적돼 고혈압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고혈압이 단백뇨, 신장 기능 저하와 같은 고혈압성 신장질환을 부르기도 한다. 이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신장 기능이 멈춰버리는 말기신부전에 이를 수 있으므로 특히 유의해야 한다.

    신장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고혈압에는 크게 신성 고혈압과 신혈관성 고혈압이 있다. 신성 고혈압이란 사구체신염, 다낭성 신장질환, 만성신장질환 등 신장질환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질병이다. 이 중 사구체신염은 신장에서 여과 기능을 갖는 단위인 사구체에 염증이 발생한 것으로, 다양한 유형의 사구체신염이 고혈압을 일으킨다. 다낭성 신장질환은 신장 내 물주머니가 다수 발생한 것을 말하며, 물주머니 크기와 수가 늘어날수록 레닌 분비가 증가해 고혈압이 동반될 수 있다. 만성신장질환은 이차성 고혈압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만성신장염의 약 60%, 말기신부전의 80~90%에서 고혈압이 동반된다. 신혈관성 고혈압은 신장으로 가는 신동맥 또는 그 분지의 협착으로 인해 허혈성 변화가 레닌-안지오텐신계의 활성화를 유도해 혈압을 상승시킨다. 다만 협착 부위를 치료하면 완치되는 경우도 있다. 원인 질환의 90% 정도는 동맥경화증에 의한 죽상경화성 신동맥 협착증이 차지하며, 약 10%는 섬유근성 이형증에 의한 것이다.

    위와 반대로 고혈압에 의한 신장 손상도 나타난다. 고혈압은 고혈압성 사구체경화증이라 불리는 신장질환을 일으켜 단백뇨, 혈뇨, 신기능저하 등을 유발한다. 또한 기존 신장질환의 진행을 악화시킬 수 있다. 기능 악화가 진행되면 결국 신장은 노폐물을 제거하지 못하고 체내에 염분과 수분이 쌓이게 되는데 이것이 다시 혈압 상승의 원인이 된다.

    고혈압 치료의 기본은 식이 습관과 생활 습관 개선이다. 혈압이 매우 높지 않은 경증 고혈압일 경우 염분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과 체중 조절이 도움 된다. 흡연은 심장 질환, 뇌졸중, 신장질환 등의 합병증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되도록 삼가고 스트레스와 긴장을 완화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좋다.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 혈압이 내려가지 않거나 혈압이 아주 높다면 약물치료와 생활 습관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이유지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신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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