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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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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사천-인천 ‘항공MRO’ 갈등 고조

“항공MRO 사천에 기반 구축… 인천 참여는 국가적 손실”
사업자로 한국항공우주산업 선정
사천에 1만여㎡ MRO단지 조성중

  • 기사입력 : 2021-03-10 20: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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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공MRO(항공정비)사업을 두고 사천시와 인천시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항공MRO사업의 미래 성장성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지자체 간 한 치의 양보 없는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항공MRO사업의 현주소와 추진 방향 등을 알아봤다.

    ◇항공MRO사업 어떻게 추진됐나= 사천의 대표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17년 12월 국토부로부터 항공MRO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같은 KAI의 기술력과 사천시의 사업부지 저리 임대 등 MRO사업 기반이 충분하고 항공우주산업단지와 항공제조업체가 밀집돼 있는 등 입지조건이 우수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KAI는 2018년 항공정비 전문업체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를 설립했으며, 2019년 제주항공 B737의 초도정비를 시작으로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업체들에 대한 기체 중정비를 수행하고 있다. 2020년 국내 LCC의 민간항공기 31대를 정비했고 같은 해 10월엔 행거동을 신축해 B737, A320와 같은 단거리 항공기를 연간 100대 정비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는 등 항공MRO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경남도와 사천시는 총 4229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사천읍 용당리 일원 31만1880㎡ 규모의 항공MRO단지를 조성 중이다.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서비스㈜(KAEMS)에서 항공기 정비를 하고 있다./경남신문 DB/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서비스㈜(KAEMS)에서 항공기 정비를 하고 있다./경남신문 DB/

    ◇항공MRO사업 시장 규모는= 세계시장에서 항공MRO 점유율은 미국과 유럽 62%, 다른 아시아 국가 21% 등으로 집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항공MRO 차지 비중은 1.5% 수준으로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코로나19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항공산업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4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전 세계 항공MRO 시장은 2019년 819억달러 규모에서 2029년 1159억달러로 연평균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우 2019년 245억달러에서 2029년 426억달러로 연평균 5.6%의 고성장이 기대된다.

    사천 한국항공서비스㈜(KAEMS) 항공기 정비 모습./경남신문DB/
    사천 한국항공서비스㈜(KAEMS) 항공기 정비 모습./경남신문DB/
    사천 한국항공서비스㈜(KAEMS) 항공기 정비 모습./경남신문DB/
    사천 한국항공서비스㈜(KAEMS) 항공기 정비 모습./경남신문DB/

    ◇발 담그려는 인천시…갈등 지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천시와 인천시의 항공MRO사업 다툼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번졌다.

    두 지자체의 갈등은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됐다. 인천 출신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인천공항공사도 항공기 정비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처음으로 갈등의 불씨가 지펴졌다. 그러나 사천시를 비롯한 기업·시민사회단체는 이 같은 개정안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을 펼쳤고, 해당 개정안은 장기검토 계속심사 안건으로 보류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서울 강서구을 진성준 의원이 또다시 개정법률안을 발의하는 등 인천시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사천·남해·하동)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MRO사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인천국제공항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사천시와 인천시의 정면 대결 형국으로 갈등이 커졌다.

    ◇항공MRO, 사천이 주목 받는 이유= 항공MRO사업은 항공기를 제작할 수 있을 만큼의 기술 수준이 요구된다. 항공기 개발에 준하는 인프라를 가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특히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엄청난 노력을 하더라도 기술 확보가 어려워 쉽게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사천의 경우 항공기 개발기술을 보유한 국내 유일 완제기 업체인 KAI와 협력업체들이 상당히 많다. 사천시 관계자는 “사천지역은 항공제조업과 항공MRO사업을 위한 인프라가 어느 지자체보다도 잘 조성돼 있다”면서 “정부가 지정한 항공MRO 전문업체가 막 탄생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전문적 지식과 충분한 검토 없이 항공MRO 단지를 조성하고, 항공MRO사업을 추진하는 인천시의 태도는 정부의 사업자 지정을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미 국토교통부는 항공기 정비업의 경우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직접 정비업을 운영하기보다 지원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는 항공기 정비업은 민간의 영역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천 한국항공서비스㈜(KAEMS) 항공기 정비 모습./경남신문DB/
    사천 한국항공서비스㈜(KAEMS) 항공기 정비 모습./경남신문DB/
    사천 한국항공서비스㈜(KAEMS) 항공기 정비 모습./경남신문DB/
    사천 한국항공서비스㈜(KAEMS) 항공기 정비 모습./경남신문DB/

    인천공항공사도 항공정비업 추진
    한정된 물량 놓고 소모적 논쟁 유발

    ◇“인천 항공MRO 참여는 국가적 손실”= 사천지역 정치권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인천의 항공MRO사업 참여 추진에 대해 “이제 막 뿌리내리려 하는 사천 항공MRO사업을 짓밟는 것”이라며 “이는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뿐 아니라 지자체 간 갈등을 부추기는 행동이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한국공항공사, KAI 등 정부출자 기관이 참여하는 항공정비 전문업체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천지역 한 기업 관계자는 “지금 대한민국은 MRO사업의 후발주자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이다”며 “제한된 항공MRO 시장에서 한정된 물량을 가지고 지방자치단체 간 소모적 논쟁을 유발하는 것 자체가 국가적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내 공항별 역할 분담은 걸음마 단계인 사천 항공MRO사업을 일정 수준 이상 육성한 후에 논의할 사안”이라며 “현재 단계에서 군수와 민수, 경정비와 중정비 등 역할을 나누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양 지역의 항공정비 사업이 동반 실패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인천지역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호철 기자 keeper@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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