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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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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동정맥 기형] ‘젊은 뇌’ 노리는 ‘머릿속 시한폭탄’

선천적 뇌혈관 기형… 20~40대 주로 발병
갑작스런 두통·뇌전증·신경 이상 등 유발
뇌출혈로 이어지면 생명까지 잃을 수 있어

  • 기사입력 : 2021-03-14 21: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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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소 잦은 두통에 시달리던 이모 씨(28·남), 직장 스트레스 때문인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다른 참을 수 없는 두통과 함께 사지에 힘이 풀리는 증상을 겪은 후 인근 대학병원을 급히 찾았다. 검사 결과 이씨는 뇌혈관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태인 뇌동정맥 기형으로 진단받았다. 다행히 치료 시기가 늦지 않아 건강을 되찾았지만, 조금만 늦었더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는 의사에 말에 이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뇌출혈이라 하면 흔히 고령층에서만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뇌혈관의 선천적인 기형으로 인해 건강한 젊은 성인에게서도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뇌동정맥 기형’이다. 뇌동정맥 기형은 두통, 뇌전증, 신경 이상 등을 유발할 수 있고 뇌출혈로 이어질 경우, 생명까지 잃을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뇌신경센터 장지환 교수가 뇌동정맥 수술을 하고 있다. /삼성창원병원/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뇌신경센터 장지환 교수가 뇌동정맥 수술을 하고 있다. /삼성창원병원/

    뇌동정맥 기형은 선천적인 발달 이상으로 동맥이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정맥으로 연결되는 일종의 혈관 기형이다. 뇌혈관은 산소와 영양소가 풍부한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 동맥에서 공급된 혈액을 다시 심장으로 운반하는 정맥, 그리고 이 둘 사이를 연결하는 모세혈관으로 나뉜다. 혈액이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고 뇌동맥에서 뇌정맥으로 바로 연결되면 그 주위에 비정상적인 혈관들의 네트워크가 형성돼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비정상적인 뇌혈관 내 혈액 순환 과정이 지속되면 구불구불한 혈관 덩어리가 생성되는데, 이 혈관 덩어리들이 주변 뇌를 압박하면 뇌압이 상승해 두통, 간질 등을 유발한다. 또 뇌동맥에서 뇌정맥으로 혈액이 순환하는 과정에서 정맥 내 압력을 상승시켜 혈류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에 뇌출혈 발생 위험성이 높아진다. 한마디로 머릿속에 시한폭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뇌동정맥 기형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대체로 가족력은 없으며 유전성을 갖지 않는다. 뇌동정맥 기형은 선천적인 뇌혈관 기형 구조가 점차 발달해 보통 20대 이후, 주로 20~40대 젊은 층에서 발병한다. 뇌동정맥 기형 환자의 2~4%에서 뇌출혈이 발생하고 뇌출혈이 발생한 환자의 50~80%는 심각한 합병증을 겪게 된다. 특히 발병자의 10명 중 1명은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특히 주의해야 한다. 뇌동정맥 기형은 시간이 지날수록 크기가 점점 커지는 등 모양이 변하거나 혈전(핏덩이)이 생겨 저절로 막히기도 한다. 크기가 1㎝ 이상인 뇌동정맥 기형의 경우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따라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보통 뇌동정맥 기형 환자의 대부분은 자신의 질환을 모르고 있다가 10%는 두통, 25% 정도는 경련발작, 50%는 뇌출혈로 병원을 찾았을 때 뇌동정맥 기형으로 진단받는다.

    진단은 CT, MRI 검사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뇌혈관에 직접적인 문제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뇌혈관조영술이 필요하다. 뇌혈관조영술은 뇌동정맥 기형의 크기나 위치뿐만 아니라, 혈류의 흐름도 알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검사다. 뇌동정맥 기형의 크기가 작고 모양이 단순할수록 완치 가능성이 크다. 반면 크고 복잡한 기형일수록 완치가 어려워진다. 치료는 뇌동정맥 기형 환자에 따라 맞춤형 치료가 진행되기 때문에 정형화된 치료법이 없다. 증상, 기형의 위치, 크기, 모양, 환자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뇌혈관 수술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는 것이 좋다.

    치료 방법은 크게 미세 수술, 혈관 내 수술, 방사선 수술로 구분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세 수술로 주변 뇌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뇌동정맥 기형을 완전히 절제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된다.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재출혈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으나, 뇌의 심부나 좌뇌와 우뇌 사이의 공간에 위치하면 수술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혈관 내 수술은 미세 수술이나 방사선 수술을 시행하기 전 보조 요법으로 주로 시행된다. 대퇴부를 조금 절개해 뇌혈관으로 향하는 동맥에 얇은 관을 삽입하는데, 삽입한 색전 물질을 통해 뇌동정맥 기형으로 가는 혈류를 막는 방법이다. 혈관 내 수술로 혈류 덩어리 크기를 줄이고, 수술적 제거와 방사선 수술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약 10% 정도 비교적 단순한 뇌동정맥 기형의 경우 완치를 목적으로 혈관 내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방사선 수술은 머리를 열지 않고 감마나이프와 같은 방사선 수술 장비를 이용한다. 충분한 방사선량을 한 번에 그리고 정확히 조사함으로써 주위 신경조직의 장애를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절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환자의 부담이 적고, 3cm 이하의 뇌동정맥 기형에서는 완치율이 70% 정도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뇌동정맥 기형이 완전히 막혀 사라지는데 2~3년가량 소요되지만, 이 기간에 출혈의 위험성은 감소하는 것이 아니므로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뇌신경센터 장지환 교수는 “뇌동정맥 기형의 증상은 대체로 20~40세 무렵에 처음 나타나는데, 뇌출혈로 이어질 경우 생명까지 잃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라며, “갑작스레 극심한 두통, 사지 힘 빠짐, 사지 감각 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뇌혈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라고 강조했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도움말 :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뇌신경센터 장지환 교수(신경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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