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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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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미리보는 통영국제음악제

코로나 파고 넘고 파고드는 거장의 선율
‘변화하는 현실’ 주제로 변화된 일상 극복 의지 담아
오는 26일~내달 4일 통영국제음악당서 열려

  • 기사입력 : 2021-03-23 21: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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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통영에 음악이 흐른다.

    지난해 코로나로 한 차례 쉬었던 통영국제음악제(TIMF)가 올해는 ‘변화하는 현실’을 주제로 돌아온다. 코로나로 변화된 일상을 극복하고 이어간다는 의지를 담았다. 음악제는 오는 26일부터 내달 4일까지 열흘간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다. 여러 제약에도 클래식과 현대음악은 물론 국악, 현대무용, 재즈까지 다양한 장르를 준비했다. 통영을 찾는 주요 공연을 미리 만나본다.

    ◇골라 보는 클래식·현대음악= 클래식 축제답게 라인업이 화려하다. 개막 공연은 통영국제음악제를 남긴 윤이상의 1979년 작품 ‘서주와 추상’으로 채워진다. 쇼스타코비치가 스탈린의 압제 속에서 쓴 교향곡 5번도 들려준다. 베네수엘라 지휘자 크리스티안 바스케스와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코로나 당시 지붕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영상으로 화제가 된 첼리스트 카미유 토마도 만날 수 있다. 터키 작곡가 파질 세이의 첼로 협주곡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를 선보인다.

    개막공연 -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 I
    개막공연 -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 I

    차세대 피아니스트인 김태형, 김다솔, 박종해, 윤홍촌이 연주하는 ‘피아노 마라톤 콘서트’도 놓칠 수 없다. 김다솔은 국내 유망주로 구성된 현악 4중주단 아벨 콰르텟과 협연 무대에 선다. 아벨 콰르텟은 ‘메모리(Memories)’ 무대를 통해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의 비올리스트 이한나, 첼리스트 심준호와 만난다. 이날 연주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카프리치오’ 6중주와 차이콥스키 현악 6중주 ‘피렌체의 추억’ 모두 작곡가가 죽기 직전 남긴 작품으로, 옛 추억이 스며 있다.

    피아노 마라톤 콘서트
    피아노 마라톤 콘서트

    폐막 공연은 오스트리아 출신 지휘자 사샤 괴첼이 ‘베토벤의 웃음과 모차르트의 눈물’을 테마로 베토벤 교향곡 8번과 모차르트 레퀴엠 D단조를 연주한다. 소프라노 임선혜,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테너 파벨 콜가틴, 베이스 박종민, 대전시립합창단이 출연한다.

    폐막공연 -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 III
    폐막공연 -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 III

    ◇자유로운 실험 정신= 음악제의 기본 정신인 실험적인 무대도 엿볼 수 있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발레리나 김주원과 작곡가 김택수가 뭉친 ‘디어 루나’를 세계 초연한다. 달의 변화를 음악·춤·노래·영상으로 표현한 복합 음악극이다. 작곡가 김택수 작품을 비롯해 슈베르트, 드뷔시, 존 애덤스의 음악을 재해석했다. 영화 ‘미나리’ 주역 한예리와 가수 정미조가 나레이션을 맡았다.

    디어 루나
    디어 루나

    ‘판 드라마(판소리극) : 야드’도 처음 선보인다. 영국 사우샘프턴 필름 위크에서 아티스트 필름 경쟁 부문 베스트 아티스트 필름·관객상, 이탈리아 살레르노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조선소 노동자의 삶을 담은 임채묵의 소설 ‘야드’를 원작으로, 국악 밴드 ‘이날치’의 소리꾼 안이호가 출연한다.

    판 드라마 야드
    판 드라마 야드

    ‘이마주(Images)’도 기대작으로 꼽힌다. 드뷔시의 ‘이마주(Images)’와 윤이상의 ‘영상(Images)’을 나란히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드뷔시의 ‘이마주’는 일본 에도시대 풍속화 우키요에로부터 영향을 받은 곡. 윤이상은 동양적인 특징이 담긴 드뷔시의 곡에서 작곡 아이디어를 얻었다. 윤이상의 1917년 작품 ‘피리’를 스페셜리스트 잉고 고리츠키의 오보에로 들을 수 있다.

    이마주
    이마주

    ◇윤이상 후예를 만나다= 윤이상을 이을 신예 작곡가의 음악도 초연된다. ‘아시아 작곡가 쇼케이스’는 아시아 현대음악 작곡 활동을 후원하고자 주한독일문화원과 통영국제음악재단이 공동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소개될 예정이었다가 코로나로 보류된 정헌주·김은성·이아름·김지현(한국), 올리 잔(대만)의 공모곡이 연주된다. 2019년 괴테상을 수상한 서주리의 작품 ‘소리새’도 감상할 수 있다.

    아시아 작곡가 쇼케이스
    아시아 작곡가 쇼케이스

    한국 현대음악계 거목인 작곡가 고(故) 강석희를 추모하는 공연도 마련된다. 윤이상의 제자인 그는 1966년 한국 최초 전자음악 ‘원색의 향연’을 발표했다. 당시 고전 음악에만 몰두하던 한국 음악계에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으로 이름을 알렸다. 앙상블 아인스가 윤이상의 마지막 실내악 작품 ‘오보에 콰르텟’을 비롯한 강석희 대표작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농’, ‘플루트와 현악 4중주를 위한 메타모르포젠’,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전설’을 연주한다.

    김봄소리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바이올리니스트

    ◇음악 장르의 확대= 올해는 기존 클래식과 현대음악 위주의 프로그램을 벗어나 장르의 변화를 시도했다. 음악제 주제와 가장 잘 부합하는 국악 밴드 ‘이날치’를 초청했다. 이날치는 국악과 K팝을 합친 ‘국악과 얼굴들’ 출신 베이스 정중엽, 소리꾼 권송희·신유진·안이호·이나래로 구성됐다. 온라인과 광고계를 달군 ‘범 내려 온다’는 판소리는 고루하다는 편견을 깨뜨렸다. 전통 가락에 현대무용수 겸 안무가 김보람이 이끄는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독특한 춤사위도 눈길을 끈다.

    경기 가평 ‘자라섬’의 재즈도 통영에 온다. ‘2019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자라섬 비욘드 시리즈로 기획된 ‘더 피아니스트’는 한국 재즈를 대표하는 임미정, 이지영, 고희안, 전용준 피아니스트 4명이 들려주는 공연이다.

    통영국제음악재단 관계자는 “올해 음악제는 지난해 전례 없는 취소 사태를 맞았던 경험을 교훈 삼아 코로나 거리 두기 지침을 강화했다. 접촉을 최소화하고자 클래식 공연 최초로 모바일 티켓을 도입했다. 전 현장 공연의 객석을 50%만 채우고, 일부 공연을 유튜브로 관람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전했다.



    /인터뷰/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

    “축제의 일탈이 빛날 수 있도록 진심 다할 것”

    통영국제음악재단 이용민 대표/경남신문DB/
    통영국제음악재단 이용민 대표/경남신문DB/

    -‘2021 통영국제음악제’ 기획 방향은.

    △ 2020 음악제 주제가 ‘현실(Reality)’이었다. 재작년 주제를 정할 때만 해도 코로나 상황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올해 주제 ‘변화하는 현실(Changing Reality)’은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년과 같은 구조나 인력을 다 동원할 수는 없지만, 제한된 여건에서나마 최선을 다하는 ‘자기의지’가 올해 음악제의 핵심이다.

    -지난해 코로나 확산으로 개최 이래 처음 음악제가 취소됐다. 올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방역 음악제라 불러도 될 만큼 모든 우선 순위를 방역에 두고 진행하고 있다. 연주자와 종사자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아 음성 확인서가 제출돼야만 음악제 참여가 가능하다. 음악제 기간에도 매일 다중 확인하고 공간을 방역한다. 물론 “이런 상황에 무슨 음악제냐?”는 여론이 없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특히 최근 인근 도시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마음으로 ‘격조 있는 일상으로의 복귀’의 범례를 보여 드리고 싶다.

    -그동안 음악제에 클래식과 현대음악 위주의 라인업을 선보였는데, 올해는 국악과 현대무용도 포함했다. 장르를 확대한 이유는.

    △ 원래 주말은 재즈나 크로스오버 형식의 공연을 배치했다. 우리 전통음악 코너도 있었는데, 이날치 밴드가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도드라져 보이는 것 같다.

    -내년부터 진은숙 예술감독과 호흡을 맞춘다. 앞으로 음악제를 어떻게 꾸려나갈 건가.

    △유명 음악축제는 대부분 예술감독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예술감독의 명성이나 네트워크에 걸맞은 라인업이나 프로그램을 기대하게 된다. 진 감독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명실상부한 아시아 대표 음악축제를 만들어 보고 싶다.

    -음악제를 앞두고 하고 싶은 말은.

    △어려운 시기에 음악제를 개최하게 되어 솔직히 마음이 무겁다. 우리가 죽지 않은 이상 살아서 해야 할 일들은 매일 눈뜨면 만나게 된다. 산 자의 권리로 생각하고, 축제의 일탈이 역설적으로 빛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준비하겠다.

    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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