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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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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방방곡곡 ‘우승꿈 싣고’ 씽~씽~

공룡군단 ‘그림자 서포터’ - 버스와 운전사
[2021 프로야구 개막 NC 다이노스 특집]

  • 기사입력 : 2021-03-31 20: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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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는 약 7개월간의 시즌 중 한 팀당 144경기를 치른다. 장기 레이스다. 월요일을 제외한 주 6일 모두 경기가 열린다. 야구단에는 선수들이 야구에만 집중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뒤에서 힘껏 밀어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팬들로부터 우승의 찬사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에도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뻐한다. 2021시즌 개막에 앞서 NC 다이노스의 ‘멈추지 않는 도전’을 지원하는 ‘공룡군단 코칭스태프·선수 프로필’(12면 참조)에는 없는 ‘그림자 서포터’를 만났다.


    “선수단에게 버스는 안방이라고 보면 돼요. 제 차는 관리 안하지만 버스는 매일 닦으면서 청결에 신경 써요.”

    야구는 끊임없이 이리저리 옮겨다녀야 하는 생리를 갖고 있다. 정규시즌 144경기 중 절반은 원정 경기다. 끊임없는 이동이 비단 야구만의 특색은 아니지만, 2~7일가량 경기에 텀을 두는 축구와 농구와 비교해 경기 일정이 잦다보니 야구인들은 많은 시간을 야구단 버스에서 보낸다. NC는 매 시즌 적게는 1만5000㎞ 많게는 2만㎞가량을 이동한다고 한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개개인에게 버스는 ‘도로 위 안방’과 다름없는 셈이다. NC의 N팀(1군) 1호차 버스를 운행하는 안석환(49·지원서비스팀) 매니저가 제 차보다 버스를 세심하게 관리하는 이유다.

    구단 1호차 버스를 운행하는 NC 다이노스 지원서비스팀 안석환 매니저가 구단 버스와 관련된 일화를 들려주고 있다./성승건 기자/
    구단 1호차 버스를 운행하는 NC 다이노스 지원서비스팀 안석환 매니저가 구단 버스와 관련된 일화를 들려주고 있다./성승건 기자/

    2021시즌 개막을 앞둔 지난달 23일 창원NC파크에서 기자가 본 NC 버스는 선수들에게 최상의 휴식을 제공하기 위한 갖가지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각 좌석에는 USB포트와 급속충전 콘센트가 설치돼 있었고, 구단에서 구입한 발 받침대가 개별 비치돼 있었다. 앞 좌석과의 공간 때문에 다리를 뻗기 어려운 맨 뒷좌석에도 고정 받침대를 설치해 선수들이 편히 쉴 수 있게 했다. 감독 등 코칭스태프는 1호차(25인승), 야수와 투수는 2·3호차(22인승)를 각각 이용한다.

    N팀의 ‘안방’이 될 3대의 버스는 모두 올 1월 뽑은 새 차다. 선수 안전을 위해 구단에서는 창단 이후 버스를 3년 주기(올해부터 4년)로 교체해왔다. 국내 최장축 12.5m(전장)에 가로 2.5m(전폭), 높이 3.5m(전고)인 새 버스에는 기존에 없던 실내 공기정화시스템도 탑재됐다.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도 있다.

    안 매니저는 “버스는 밀폐된 공간이기 때문에 공기가 탁할 수밖에 없다. 기존에는 외기순환 모드로 공기를 순환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었는데, 공기청정기가 생겨 훨씬 좋아졌다”고 했다.

    안석환 매니저가 구단 버스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안석환 매니저가 구단 버스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안전상의 이유로 버스 측면에 비상탈출구가 설치되면서 전체 좌석의 앞·뒤 간격이 예전보다 좁아졌기 때문이다. 신장 167㎝인 기자에게는 다리 뻗기에 충분한 공간이었지만 신장 180㎝인 안 매니저에게는 약간 부족해 보였다. 안 매니저는 “일반 사람이야 괜찮지만 선수들은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시합 마치면 야간이어서 버스에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라며 아쉬워하면서도 “안전이 최우선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안 매니저의 말처럼 선수단은 야간 이동이 잦다. 주말 경기를 제외한 평일 경기는 대부분은 오후 6시 30분에 시작해 10~11시쯤 마친다. 시즌이 시작되면 안 매니저의 생체 리듬도 선수단과 마찬가지로 경기에 맞춘다.

    안 매니저는 “(비시즌 중인) 지금은 낮에 출근하고 밤에 잔다. 하지만 시즌 들어가면 자기만의 바이오리듬을 야간 운행에 맞게 맞춘다”며 “원정 이동하는 날은 될 수 있으면 푹 쉰다. 잠을 자든지 등 구단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게 편의를 봐준다”고 했다. 이어 바뀐 생체 리듬에 적응할 수 있게 틈틈이 체력 관리도 한다고 했다.

    안 매니저가 야간 운행시 신경 써야 할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식사 타이밍도 중요하다. 졸음 운전이나 예기치 않은 생리현상이 생기면 안전 운행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가령 인천 등 수도권에서 마지막 원정 경기를 치르면 야간에 4시간가량 달려 창원에 도착해야 하는데, 베테랑 운전사이더라도 졸릴 시간대다.

    안 매니저는 “야간에 장거리 이동할 때 밥을 잘 안 먹는다. 도착해서 먹든지, 출발 2~3시간 전에 먹거나 간단한 요깃거리만 한다”며 “배가 부르면 졸음이 올 수도 있으니까. 될 수 있으면 지양하는 편이다. 생리현상도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 시즌 1만5000~2만㎞ 이동
     수면·식사·체력 관리 등
     경기 일정 맞춰 생체 리듬 조절
     결과 안좋은 날엔 선수들 위로도
    “우승에 욕심부리기보다는
     선수들 부상 없이 건강했으면”

    구단 1호차 버스를 운행하는 NC 다이노스 지원서비스팀 안석환 매니저가 구단 버스와 관련된 일화를 들려주고 있다./성승건 기자/
    구단 1호차 버스를 운행하는 NC 다이노스 지원서비스팀 안석환 매니저가 구단 버스와 관련된 일화를 들려주고 있다./성승건 기자/

    안 매니저는 이러한 생활을 지난 2014년부터 해왔다. 그는 버스 운전자 중 최고참이다. 그만큼 경기 뒤 선수단의 희비도 자주 지켜봤다. NC에게 지난해 통합 우승처럼 장밋빛 경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8시즌에는 꼴찌를 했다. 안 매니저는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은 날 어깨가 축 처진 선수들을 종종 위로했다. 그는 “오늘만 경기냐 내일 이기면 되지. 어깨 처지지 말고 힘내라고 했다”며 “144경기 페넌트 레이스다. 길기 때문에 오늘 잘 안 풀릴 수도 있죠. 사람이 365일 다 잘 할 수 없다. 빨리 회복하라고 말해준다”고 했다.

    NC의 새 버스 측면에는 지난 시즌 영광을 보여주는 2020시즌 챔피언 엠블럼이 새겨져 있다. ‘멈추지 않는 도전’에 나서는 선수단이 올해도 새 역사를 써 2021시즌 챔피언 엠블럼도 새겨주길 바라는 이들이 많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선수단의 곁을 지켜온 안 매니저의 바람은 이보다 소박하다.

    “(선수들이) 부상만 안 당했으면 좋겠다. 우승에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한 해 한 해 안 아프고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결과를 자동적으로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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