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新문화의 향기] (7) 김해 레트로봉황

김해 문화예술 이끄는 청년작가들의 ‘창작 놀이터’
대학원 졸업 후 2017년 봉황동에 개인 작업실로 시작
청년작가들과 기획전 등 진행하며 ‘레트로봉황’ 설립

  • 기사입력 : 2021-04-11 20:58:01
  •   
  • 청년 작가들의 놀이터를 자처하며 김해 곳곳을 옮겨 다니는 레지던스가 있다. 김해 청년문화 거점 공간을 표방하는 ‘레트로봉황’. 2017년 김해 봉황동에서 시작해 2019년 내동에 이어 올해 초 새롭게 둥지를 튼 삼계동 사무실을 8일 찾았다. 25평(82㎡) 남짓 공간에서 신규 청년 작가 맞이 준비에 한창인 남효진(33) 대표는 “이곳에서 입주 작가들이 창작 활동도 마음껏 하면서, 또 전시와 예술과 패션이 결합한 팝업형 아트마켓 같은 프로젝트도 진행하면 좋지 않을까 구상한다”며 기대에 부푼 표정을 지었다.

    8일 김해 삼계동 ‘레트로봉황’ 사무실에서 남효진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8일 김해 삼계동 ‘레트로봉황’ 사무실에서 남효진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작, 청년 작가의 갈증= 레트로봉황의 시작은 개인 작업실이었다. 2017년 창원대 미술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남 대표는 졸업 후 작품을 보관할 창고 겸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김해에 거주했던 남 대표는 봉황동 봉리단길 뒤편 옛 섬유공장에서 작은 임대 공간을 마련했다. 지역에 터를 잡은 후 부족한 문화 인프라에 목말랐던 남 대표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청년 작가들과 기획전 등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활동의 거점이 될 단체가 필요해 ‘레트로봉황’을 정식 설립하게 됐다.

    남 대표는 “마음 맞는 작가들과 만나서 이것저것 일을 추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레트로봉황을 만들게 됐다”며 “김해에 청년 작가들이 모여서 기획을 할 수 있는 공간, 문화가 있는 김해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레트로봉황’은 옛것을 뜻하는 ‘레트로(retro)’에 사무실이 있는 김해 봉황동의 ‘봉황’을 땄는데, 그 의미는 다중적이다. ‘레트로’에는 단순한 과거의 재현과 추억이 아닌 현대 문화를 친숙하게 이끌어내며 획일화되어 가는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개성을 찾는다는 의미를 담았고, ‘봉황’ 역시 ‘봉황동’이라는 장소적 명칭과 ‘봉황(鳳凰)’ 새가 지닌 의미를 동시에 내포한다. 남 대표는 봉황이란 의미가 아시아권에서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봉황을 만나면 ‘새로운 좋은 일이 일어난다.’ 영어권에서는 봉황(Phoenix)은 ‘태양’을 뜻하며 ‘지고 다시 떠오른다’, ‘사라졌다 다시 돌아온다’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설립 이후 레트로봉황은 본격적으로 청년과 지역 문화에 집중했다. 그해 부산의 ‘레트로덕천’과 함께 낙동강문화관 전시실에서 기획 교류전 ‘낙동강프로젝트R’을 선보이며 지역과 환경에 주목했고, 기획전 ‘구두계약, 했었다’를 통해 지역과 청년 작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활동을 펼쳤다.



    ◇청년 작가+지역 문화를 위한 공간 구축= 지역과 청년, 그다음은 공간이었다. 레트로봉황은 2019년 청년 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스 운영에 도전했다.

    남 대표는 “졸업 직후의 나도 그랬고 주변의 청년 작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공간이었다”며 “적절한 공간과 지원이 없어서 포기해야 하는 졸업 직후의 청년 작가들을 위해 공간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말했다.

    내동으로 공간을 옮긴 레트로봉황은 2019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레지던스 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좁고 혼잡한 임대 공간, 20대로만 구성된 입주 작가들, 그리고 레트로봉황의 조합은 이전에 없었던 실험적인 레지던스 문화를 만들어냈다.

    2019년 1기 입주 작가 5명과 함께 6개월간 ‘G PROJECT(김해 프로젝트)’를 주제로 다양한 기획전을 진행해 호응을 얻었다. 시민들에게 작업실 공간을 개방하는 오픈 스튜디오 행사인 ‘G PROJECT‘, 미래 하우스를 대여해 전시한 ‘GG아트쇼’, 수릉원에서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선보인 ‘GG 페스티벌’ 등 모든 프로젝트는 작가들과 논의해서 만들어 냈다. 그 결과 작가들과 시민들을 충족시키는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을 탄생시켰다. 이와 함께 김해 마사마을의 공공미술프로젝트에 참여해 마사터널(모정굴)에서 기획전을 여는 등 지역 문화 관련 활동도 꾸준히 이어갔다.

    지난 2020년에는 2기 청년작가 5명과 함께 ‘W(woman·여성)’을 주제로 이색적인 행사를 이끌었다. 김해 이주여성의 삶을 통해 바라본 김해 여성과 소외 지역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을 목표로 오픈 스튜디오 ‘W프로젝트’ 개최하고, ‘김해, 당신과 도착하다’를 주제로 김해 여성의 삶을 주목하는 강연도 진행했다. 또 김해의 오래된 목욕탕에서 이색전시 ‘무한정화’를 열고, 코로나19를 예술 콘텐츠로 치유하는 디지털 전시인 ‘Exhibition Film: 자연, 환경, 치유’, ‘레트로덕천’과의 교류전 ‘W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다. 전시 외에도 입주 작가들의 역량강화와 지역민 교육을 위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입주작가들의 교육 프로그램 진행, 청년 작가들을 위한 직거래 장터와 온라인 플랫폼 구축, 작가와 전문 평론가를 1대1로 매칭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레트로봉황에서 진행한 ‘W프로젝트’ 전시.
    레트로봉황에서 진행한 ‘W프로젝트’ 전시.

    이렇듯 지난 2년간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레지던스로 정체성을 확보한 레트로봉황은 올해도 레지던스 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임대 공간이라는 한계로 삼계동으로 옮긴 새 터전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한 레지던스를 꿈꾸고 있다. 올해는 그동안 35세로 한정했던 연령대를 40대로 확장시켰다. 공모기간은 오늘(12일)부터 26일까지다.

    남 대표는 “레트로봉황이 타 미술관 내 레지던스에 비해 공간적인 부분에서 협소하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운이 좋아서 좋은 입주 작가들을 만나 큰 문제 없이 재미있게 레지던스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올해도 실험적인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청년 작가들의 놀이터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레트로봉황에서 진행한 ‘W프로젝트’ 전시./레트로봉황/
    레트로봉황에서 진행한 ‘W프로젝트’ 전시./레트로봉황/

    ◇지역 청년 작가라는 사명감= 문화 인프라가 비교적 부족했던 김해에 레트로봉황은 청년 문화의 대표 명사가 됐다. 레트로봉황도 스스로를 청년과 예술 공간 그리고 지역 문화와 교육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통한 지역의 문화예술 매개자라고 소개한다.

    그렇다면 레트로봉황의 목표는 뭘까. 남 대표는 지속 가능한 문화 매개자 활동이라고 답했다. 비영리 단체로 수익이 담보되는 것도 아니고, 소규모 단체로 활동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일도 매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열정만 가지고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렇게 지속될지도 몰랐으니깐요.(웃음) 구체적인 꿈이나 목표가 있는 건 아니에요. 제가 작가니깐 작가들에게 필요한 일을 더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 일을 통해 기획도 창작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김해의 젊은 예술인이자 기획자로 청년 작가들을 지원하고, 지역에서 더 많은 문화 예술 인프라가 구축되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고운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