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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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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75) 타비아시(他非我是)

다른 사람은 글렀고, 나는 옳다. 곧 내로남불

  • 기사입력 : 2021-04-13 07: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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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2020년 12월에 교수신문에서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는 ‘아시타비(我是他非)’였다. 곧 ‘나는 옳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는 뜻이니, 요즈음 세상에서 가장 자주 쓰이고 있는 ‘내로남불’을 한자로 옮긴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맨 먼저 추천한 교수가 말하기를 “이 말에 해당되는 사자성어가 없어서 만들어서 추천했다”고 했다.

    생육신(生六臣)이자 한문소설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창작한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 선생은 아주 뛰어난 시인이었다.

    그의 ‘감회(感懷)’라는 시에 “칭찬하거나 헐뜯는 것을 어찌 다시 걱정하랴? 남은 글렀고 나는 옳다는 것이 많이 있는데(譽毁從此何復慮, 他非我是有多般)”라는 구절이 있다. 교수들이 조어한 말은, 거의 옛날에 쓰이던 말에 가깝게 잘 했다. 이 밖에도 ‘아시피비(我是彼非)’란 말도 쓰였다. 곧 ‘나는 옳고 저들은 잘못됐다’는 말이다. 당쟁이 계속된 것도 다 이런 마음이 가슴속에 가득 찼기 때문이다.

    현재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행태를 가장 잘 표현한 말로 ‘내로남불’보다 더 적절한 말은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자신은 옳고 다른 사람은 글렀다는 생각이 가슴에 꽉 찬 사람들이 모여서 나라를 운영해 나가고 있으니, 잘못한 것이 눈에 보일 리가 없고, 잘못한 것이 있다고 사과할 일도 없다. 지금 민주당은 점점 남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아, 세상을 바르게 보는 안목이 사라져 가고 있다.

    그러니 객관적인 실상과 거리가 먼 판단을 하고, 그런 조처를 하는 것이다. 거기에다 출세해 보려는 엉터리 전문가들이 가세해서 그들의 잘못된 판단이나 조처에 이론적 뒷받침을 하여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는 동안에 나라를 점점 회복불능의 상태로 빠뜨린다.

    내로남불은 오늘날만 있은 것이 아니고, 아득한 옛날부터 있어 왔다. 또 사람은 어느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내로남불’의 성향이 없지 않다. 송(宋)나라 정승 범순인(范純仁)이 자제들을 훈계하는 말에서, “사람이 지극히 어리석어도 남을 책망하는 데는 똑똑하고, 비록 총명함이 있어도 자기를 용서하는 데는 흐릿하다(人雖至愚, 責人則明, 雖有聰明, 恕己則昏)”라고 했는데, 내로남불하는 마음을 경계한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가랑잎이 솔잎 보고 바시락거린다고 한다’, ‘숯이 검정 보고 검다고 나무란다’ 등이 다 내로남불을 비판한 말이다.

    내로남불하는 사람이나 집단은 개선이나 발전이 있을 수가 없다. 자기는 잘나고 옳고 남은 못나고 틀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나 다른 집단의 충고나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점점 쪼그라들지 않을 수 없다.

    퇴계(退溪) 선생 같은 우리나라 최고의 학자도 아들 뻘인 제자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이 학문적으로 잘못을 지적하는 의견을 제시했을 때 바로 받아들였다. 바다가 넓은 것도 모든 물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패한 민주당이 다시 살아나는 방법은, 내로남불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는 것 밖에는 없다.

    * 他 : 다를 타·남 타

    * 非 : 아닐 비·잘 못될 비

    * 我 : 나 아 * 是 : 옳을 시.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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