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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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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역 학교 교훈엔 어떤 말 있나] 꿈, 창의, 성실, 건강, 미래…

시교육청, 초·중·고·특수학교 조사
총 230개 학교 중 50곳 ‘꿈’ 단어 등장
학교 역사·특성 등 따라 ‘각양각색’

  • 기사입력 : 2021-04-19 21: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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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마다 특성에 맞는 교육목표나 이념을 표어처럼 간명하게 나타내는 것이 교훈(敎訓)이다. 모든 학교가 설립되면 각기 다른 교훈을 정하고 있고, 교훈에 따라 정해지는 그 학교만의 학풍이 드러나기도 한다.

    최근 창원시교육청은 기록화 사업으로 관내 초등학교 112곳, 중학교 65곳, 고등학교 47곳, 특수·각종학교 6곳 등 모두 230개 초·중·고·특수학교를 대상으로 어떤 교훈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꿈’이 50번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창의’가 42번, ‘성실’ 36번, ‘건강’ 24번, ‘미래’ 22번 순이다. ‘인성’이 17번, ‘자율’ 15번, ‘행복’ 15번, ‘정직’·‘지혜’· ‘사랑’이 각 12번, ‘협동’ 11번, ‘배움’ 10번, ‘봉사’ 5번, ‘재능’ 3번 순이다.

    공교롭게도 교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꿈’을 사용한 곳은 모두 초등학교다. 감계초는 ‘참된 생각과 바른 행동으로 꿈과 끼를 펼치는 어린이’, 남양초등학교는 ‘큰 꿈을 가꾸는 창의적인 어린이’, 대암초는 ‘큰 꿈을 키우는 행복한 어린이’ , 신월초는 ‘꿈을 갖고 목표를 세워 실천하는 어린이’ 등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미래에 이루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을 가지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꿈’이란 단어가 가장 많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자기만의 새로운 생각을 강조하는 ‘창의’도 두 번째 많이 등장한다. 동산초는 ‘미래 사회에 이바지할 창의적인 사람’, 삼정자초는 ‘바른 인성과 재능을 지닌 창의적인 어린이’를 교훈으로 삼고 있다.

    세 번째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성실’이다. ‘성실’은 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다. 꿈을 키우는 단계를 넘어 사춘기 등 질풍노도를 겪는 시기인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평소 삶을 대하는 자세로 ‘성실’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창원 관내 초등학교에서 유일하게 ‘성실’이란 단어를 포함한 곳은 안골포초다. 안골포초는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건강하고 성실하며 창의적인 어린이’를 교훈으로 내세우며 ‘성실’을 포함하고 있다.

    ◇초등학교는 ‘서술형’, 중·고등학교는 ‘단어’= 초등학교 교훈은 대체적으로 서술형으로 나열하고 있지만 중·고등학교는 짧은 단어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교훈을 보면 합성초의 경우 ‘남을 생각할 줄 아는 어린이’, 구암초는 ‘민주 시민의식을 갖춘 글로벌 인재’, 반송초는 ‘스스로 서고 더불어 사는 어린이’, 북면초는 ‘예절바르고 건강하며 슬기로운 어린이’ 식으로 서술 돼 있다. 반면 중·고등학교는 단어로 이뤄진 곳이 많다. 경원중은 ‘근면, 성실, 정직’, 명곡여중은 ‘성실, 창조, 사랑’, 봉림중은 ‘정직, 근면, 협동’, 창북중학교는 ‘한마음’, 창원여고는 ‘자율과 정숙’, 창원고는 ‘극기, 탐구’ 로 교훈을 정했다.

    어린 초등학생들에게는 딱딱한 단어보다는 구체적인 설명으로 교훈을 주려했고, 비교적 성숙해진 중·고등학생에게는 짧고 굵은 단어를 통해 교훈을 남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

    ◇역사가 깊은 학교, 최근 개교한 학교의 교훈 차이는= 역사가 깊은 학교들의 교훈은 당시의 시대상을 담아 의미가 남다르다.1915년 개교한 마산여고는 ‘偉大(위대)한 理想(이상)을 세우라, 深奧(심오)한 學理(학리)를 찾으라, 高邁(고매)한 德行(덕행)을 닦아라’며 최근 학교 교훈과는 다른 깊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1909년 개교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창신고는 기독교 정신을 이어 받아 ‘성실, 봉사’를 교훈으로 삼고 있다.

    1901년 개교한 성호초는 ‘조화로운 인성을 바탕으로 창의력을 지닌 능력있는 어린이’, 1907년 개교한 창원초는 ‘서로의 빛깔로 함께 자라는 창원 어린이’, 1920년 개교한 경화초는 ‘큰 꿈을 갖고 배움을 즐기며 함께 나아가는 어린이’를 교훈으로 삼고 있지만 긴 세월동안 교훈이 바뀌었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반면 최근에 개교한 학교는 기존 학교 교훈과는 차별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2016년 개교한 감계중은 ‘반듯하고 당당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학생’, 2017년 개교한 진해냉천중은 ‘꿈꾸고 행동하며 오늘을 즐겨라’, 2019년 개교한 진해신항중은 ‘바르고 알차며 따뜻한 사람’을 교훈으로 했다. 2010년 개교한 창원성민여고는 ‘내 스스로 알아내자(To Seek Knowledge by Myself), 내 힘으로 일어서자(To Stand Out by Myself), 서로 돕고 사랑하자(To Help and Love Each Other)는 비교적 긴 교훈과 영어까지 포함하고 있다.

    ◇학교 특성과 관련해서도 달라요= 학교 설립 취지와 특성에 따라 교훈도 다르다. 창원기계고는 ‘성실, 정밀, 책임’, 창원과학고는 사물의 근본원리를 뜻하는 ‘元(원)亨(형)利(이)貞(정)’, 경남관광고는 ‘신의, 인내, 봉사’를 교훈으로 하고 있다. 특수학교인 창원천광학교는 ‘자신이 계발하여 지역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 경남혜림학교는 ‘더불어 살아가는 자주적인 사람’, 창원예술학교는 ‘창의성과 지성을 겸비한 열정적인 예술인이 되자’, 경남미용고는 ‘창조적이고 능력있는 인간’, 공립대안학교인 태봉고는 ‘서로 배우고 함께 나누자’라고 교훈을 만들었다.

    ◇남의 학교지만 되새겨 볼만한 교훈= 학교마다 교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고심이 담겼을 흔적들이 느껴진다. 한 학교의 교훈이지만 한번쯤은 누구나 되새겨 볼 만한 것도 많다. 창원토월고는 ‘머리에는 꿈을 가슴에는 사랑을’, 창원남고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 되자’, 문성고는 ‘뜻으로 사는 사람이 되자’고 말하고 있다. 안민중은 ‘나는 큰 인물이 되리라’, 창원동중은 ‘스스로 서고 더불어 날자’, 광려중은 ‘날로 새롭고 언제나 당당하게’, 안남초는 ‘내 삶의 주인되어 배우고, 꿈꾸며, 사랑하는 어린이,’ 용지초는 ‘내 삶의 주인이 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어린이’를 교훈으로 하고 있다.

    또 창원지역 교훈속에는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공동체와 관련한 단어가 많이 포함돼 있다. ‘함께’가 19번, ‘더불어’ 17번, ‘나누다’ 9번, ‘우리’ 4번이 들어있어 학교 교훈임을 실감케 한다.

    창원교육지원청 백수령 기록연구사는 “교훈이 낡고 옛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예쁜 말도 많이 들어 있어 창원지역 학교의 교훈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조사를 했다”면서 “조사를 하면서 학교가 교훈을 주문처럼 외우며, 아이들이 씩씩하고 멋지게 자라기 바라는 것 같았다. 이름뿐인 교훈이 아니라 학생들이 다시금 되새겨 볼 수 있게 알릴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근 기자 san@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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