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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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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탑니다” 한뼘 도로턱에 막힌 이동권

휠체어 탄 박 기자의 버스 탑승기
리프트 고장·도로턱 등 이유로
탑승 거부 당하기 일쑤

  • 기사입력 : 2021-04-19 21: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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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휠체어 타고 버스를 타려면 미리 말을 해야지. 지금은 못 탑니다.”

    19일 오후 1시 10분께 창원시 의창구 시티7 버스 정류장, 휠체어를 탄 기자가 저상버스에 탑승하려고 했지만, 버스기사들은 차로와 인도의 단차 등을 핑계로 탑승을 거부한 채 버스 문을 닫고 떠났다. ★관련기사 3·5면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 이용을 시도해 봤다. 이날 이동 목표는 창원서부경찰서에서 시티7 버스 정류장까지 왕복이었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장애인들의 대중교통 이용 불편함을 알아보기 위해 휠체어를 탄 박준영 기자가 버스 정류장에서 인도와 도로 간의 높이 차이와 버스 리프트 높이 조절 불가로 인해 탑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성승건 기자/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장애인들의 대중교통 이용 불편함을 알아보기 위해 휠체어를 탄 박준영 기자가 버스 정류장에서 인도와 도로 간의 높이 차이와 버스 리프트 높이 조절 불가로 인해 탑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성승건 기자/

    창원서부서에서 출발해 인근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가까스로 경찰서와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버스 탑승이 쉽지 않아 보였다. 인도와 도로의 높낮이 차이로 휠체어 이동이 힘들어 보였다. 주변 일대에 높낮이 차이를 없앤 구간도 찾을 수가 없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약 10분간 일반 버스 3대를 보낸 뒤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저상버스가 도착했다. 서둘러 탑승하고 싶었지만, 해당 버스가 휠체어 리프트를 내리기 위해 인도와 높이를 맞추는 등 정차하는 시간만 5분이 걸렸다. 기다림 끝에 버스에 올랐지만 시간지체로 승객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다. 버스기사가 후문 쪽의 접이식 의자를 접어준 뒤에야 겨우 자리를 잡았지만, 벨트와 같은 휠체어 고정 장치가 없어 목적지까지 손잡이를 힘껏 잡고 있어야 했다.

    창원서부경찰서 버스정류장에서 시티7까지는 4개의 정류장이 있어 버스로 편도 5분이면 도착할 거리다. 그러나 휠체어 이용자는 버스 승·하차에만 10분이 소요되고, 이마저도 타인의 도움없이 혼자 이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 저상버스도 자유롭게 탑승할 수 없었다. 시티7에서 창원서부경찰서로 돌아오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2대의 저상버스가 리프트 고장과 정류장 구조를 이유로 탑승을 거부했다. 한 버스기사는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려면 버스에 타기 전에 미리 말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지만, 버스에 타기 전 어떻게 미리 요청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이러한 환경 속에 도내 장애인들은 ‘완전한 이동권 보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경남자립생활권리보장위원회가 장애인 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도청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하기도 했다.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은 “휠체어를 타고 저상버스를 이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너무 많고,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휠체어 장애인도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제약없이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저상버스를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2023년 BRT(간선급행버스체계)가 들어서게 되면 휠체어 등 이동 보조기구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이동 편리성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상남도장애인종합복지관 내 보조기기 센터에서는 보조기기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들에게 보조기기 대여 사업을 하고 있다.

    박준영 기자 bk6041@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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