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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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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코로나 시대의 슬기로운 기부생활- 이성우(대한적십자 경남지사 구호복지팀장)

  • 기사입력 : 2021-04-20 20: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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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농협경남본부에서 쌀 100포를 취약계층 지원에 써달라며 적십자사에 기부했다. 그런데 이 쌀이 마련된 사연이 흥미롭다. 농협 임직원들이 일정 기간 동안 건강을 위해 매일 6000보 이상을 걷는 미션을 걸어두고 이 챌린지 미션을 완수하면 쌀 1포가 제공되는 방식으로 준비된 것이었다. “기부를 이토록 재미있으면서 의미 있게 하다니!”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기부방법을 잘 찾은 것 같았다. 더구나 이날 농협 임직원들이 헌혈까지 참여해 나눔의 의미를 더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적십자사는 경남지역에만 취약계층 1760여 세대와 결연을 맺고 정기적으로 안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 여름을 앞두고는 혹서기 대비 물품을, 겨울을 앞두고는 혹한기 대비 물품을, 그리고 나머지 10개월은 매달 쌀이나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처음에 몇 백 세대를 대상으로 시작한 이 사업이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대상자가 늘어가 지금과 같은 규모가 됐다. 그러다 보니 매달 이 정도 수준의 지원 물품을 마련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새로운 달이 되면 직원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몇 개월 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혹한기와 혹서기에 지원받고 싶은 물품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취약계층 주민들은 혹서기의 선풍기나 혹한기의 방한용품보다 압도적으로 쌀을 원했다. 하기야 배가 채워져야 더위도 추위도 이겨낼 수 있을 테니까 말이 되는 답이다. 이 일을 한 지가 오래되었음에도 내가 거기까지 헤아리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

    대한민국은 어느덧 이론의 여지없이 선진국이 되었다. 1인당 GDP 3만달러 이상이면서 5000만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지구촌의 8개 나라밖에 없는 이른바 3050클럽 국가 중 한 나라이고, 세계 6위의 군사대국이며, 더욱이 최근 독일 유력언론 디차이트(Die Zeit)에서 발표한 코로나19 고통지수가 가장 낮은 국가로 선정한 멋있는 나라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양식이 부족해 어려움 아니 사실상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이자 우리의 이웃이다.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타인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난감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자원봉사활동을 하거나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데에도 이전보다 좀 더 머리를 써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직장에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이벤트를 열어서 직원들이 함께 참여하고 회사는 매칭 기부(matching gift)를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방식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상당한 수준으로 보편화되어 있다고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가 선진사회의 국민으로 살고 있다면 이제는 우리도 사회공헌이나 기부의 측면에서 다른 선진국 수준의 높은 문화를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성우(대한적십자 경남지사 구호복지팀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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