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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0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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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달의 착시 - 정연홍

  • 기사입력 : 2021-04-22 08: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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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눈깔사탕은 어느 공장에서 만든 것일까

    어떤 여공이 자기의 눈동자처럼 초롱초롱한 걸 만들어 낸 것일까

    혀를 대면 녹아내릴 것 같다


    누군가에겐 달콤하고 누군가에겐 쓰디쓴 알약

    설탕덩어리를

    누가 저기에 걸어 놓은 것일까

    막대기는 어디로 달아나 버린 걸까


    C12H22O11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되어 설탕이 된다

    공장에서는 오늘도 눈엿(雪糖)이 만들어진다

    세상이 설탕으로 가득하다

    달달하다


    사탕을 먹으며 사람들이 깔깔거린다

    오감이 살짝 마비되는 마약

    눈보라가 휘청거리는 밤거리, 오늘 밤

    하늘에서 설탕가루가 쏟아져 내린다


    ☞ 달은 옛날부터 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소재이지요. 그러나 나는 달을 ‘C12H22O11’ 설탕으로 표현한 시는 처음입니다. ‘저 눈깔사탕은 어느 공장에서 만든 것일까’요. 정말 어느 공장에서 만든 것일까요. 달은 정말 ‘누군가에겐 달콤하고 누군가에겐 쓰디쓴 알약’입니다. 저 달이 아무리 설탕덩어리라 해도 누군가에겐 달콤하고, 어떤 이에겐 쓰디쓴 알약이 되기도 하겠지요. 가만히 달을 쳐다봅니다. 우리에겐 달콤할까요, 쓰디쓸까요. 달은 정말 ‘오감이 살짝 마비되는 마약’입니다. 그래서 ‘사탕을 먹으며 사람들이 깔깔’거립니다. 달은 오감을 마비시키는 마약이니까요. ‘혀를 대면 녹아내릴 것’ 같은 ‘자기의 눈동자처럼 초롱초롱한’ 오! 저 달. 성선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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