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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늦게 피는 꽃(late Bloomer)- 이현근(창원자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21-05-03 20: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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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을 꼽으라면 10년 동안 무명으로 지내다 해체를 앞두고 군부대 팬덤의 지원을 받아 예기치 않은 인기를 끌고 있는 평균 30세의 4인조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와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75세의 영화배우 윤여정씨다. 이들의 공통점은 오랜 무명생활과 굴곡 있는 인생 끝에 뒤늦게 성공했다는 것이다.

    ▼윤여정씨는 미국이민을 했다가 이혼하고 혼자 아이들을 양육하다 먹고 살기 위해 30대 후반에 배우로 복귀했다. 그녀는 워킹맘이 되었고, 어느 인터뷰에서 “나는 생계형 연기자다. 일로 최선을 다한 것이지 내 일생을 연기에 바쳤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대배우의 겸손한 말이겠지만 혼자 감당해야 했을 그녀의 인생역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것으로 그려지는 대목이다.

    ▼브레이브 걸스는 데뷔 후 철저히 무명생활을 해오다 결국 해체 위기에 놓였지만 뜻하지 않은 일로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무명시절 유일하게 설 수 있었던 군부대 위문 공연 장면이 유튜브에 오르면서 이들의 공연을 봤던 당시 군인 출신들의 열렬한 호응으로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됐다. 벼랑 끝에서 회생한 이들은 “인생역전의 기회가 한번은 올 것”이라며 희망 메시지를 보냈다.

    ▼세상에는 타고난 천부적인 능력을 지닌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사람들이 윤여정과 브레이브 걸스에 열광하는 것은 그들이 후천적인 노력과 버텨내지 않으면 안 되는 보통 사람들의 인생궤적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는 늦깎이, 대기만성, 느린 아이란 말을 듣는 사람들이 많다. 실패자가 아니라 다소 늦을 뿐이다. 피지 않는 꽃은 없다. 피는 시기가 다를 뿐. 삶은 경주(競走)가 아니라 여정(旅程)이다. 뒤늦게 피는 꽃(late Bloomer)은 고생을 더 한 만큼 향기도 진하다고 한다.

    이현근(창원자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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