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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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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청소년 바른 길로 인도하는 건 어른들의 책무죠”

김해 새빛청소년회복지원시설 이태숙 소장이 말하는 ‘사법형 그룹홈’
2013년 남편이 개소… 딸과 함께 운영
보호처분받은 청소년 8명 같이 살아

  • 기사입력 : 2021-05-16 21: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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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아이를 바른 길로 인도하면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어요. 이는 어른들이 해야 할 책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이들을 24시간 돌봐야 하니 육체적·정신적으로도 힘들 수밖에 없지요.”

    비행 청소년들의 대안가정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사법형 그룹홈’인 김해 새빛청소년회복지원시설 이태숙(62) 소장이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현재 이곳에는 보호처분을 받은 10대 청소년 8명이 함께 살고 있다.

    ‘사법형 그룹홈’인 김해 새빛청소년회복지원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이태숙(왼쪽) 소장과 남편 손영길씨.
    ‘사법형 그룹홈’인 김해 새빛청소년회복지원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이태숙(왼쪽) 소장과 남편 손영길씨.

    교도소 교정위원으로서 재소자들을 교화하고 선도하며 선행을 베풀어오던 남편 손영길(74)씨는 지난 2013년 3월 사법형 그룹홈 조성에 앞장 선 당시 천종호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판사(현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와 인연이 되어 청소년회복지원시설을 개소했다. 개소 후 줄곧 손씨와 함께 아이들을 돌봐 온 이 소장은 남편의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소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부부는 가정환경이 어려운 비행 청소년들을 보듬어 새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아이들의 비행을 온전히 아이들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나간 청소년들이 마음을 바로 잡고 대학도 가고 군대도 갔다 오는 등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한 모습은 이 소장에게 아이들을 계속 보듬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선의와 보람만으로 시설을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최대 10명의 아이들과 24시간 함께 생활하면서 시설 행정 업무와 삼시 세끼 아이들의 식사와 빨래 등 돌봄 업무를 병행하기에는 혼자 힘으로 역부족이었다. 남편이 옆에서 도와주지만 많은 아이들을 감당하기에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결코 쉽지 않았다.

    이 소장은 “청소년 쉼터에 답사를 간 적 있는데 우리 시설보다 적은 수의 아이들이 있어도 직원이 5명 정도 됐다”며 “청소년회복지원시설에도 인력 확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2년 전 이 소장은 대학을 졸업한 딸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현재는 딸도 이 시설에서 함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런 부탁도 2019년 청소년회복지원시설에 국가 예산이 일정 부분 지원되면서 가능했다. 이전에는 무보수로 해야만 했던 일이라 자녀에게 ‘아이들을 함께 돌보자’라는 말을 선뜻 꺼내기가 어려웠다.

    인건비는 8시간 기준으로 최저임금이 책정됐다. 인건비 지원이 없던 이전보다는 많이 개선됐지만 24시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가정의 울타리를 대신하는 이들의 수고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 소장은 “그래도 많은 부분을 자비로 해결해야 했던 개소 당시보다는 숨통이 트인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만큼 향후 시설 운영 여건이 더 좋아질 거란 기대를 갖고 있다”며 희망을 전했다.

    글·사진= 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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