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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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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획] MZ세대, 소비를 주도하다

새로운 ‘큰손’의 남다른 플렉스

  • 기사입력 : 2021-05-24 20: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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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유통가에서 가장 주목하는 키워드는 ‘MZ세대’다. MZ세대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용어다. 흔히 말하는 2030세대지만 이들은 기존 2030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소비방식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며 타인과 차별되는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MZ세대는 자신의 관심분야에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유통가에서는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를 잡기 위한 상품과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의 소비가 가장 두드러지는 영역이 골프와 와인이다.


    실외운동 골프, 소규모 활동 가능해 관심 높아져 MZ세대에 인기
    경부울 골프장 이용객수 ‘전국 두 번째’… 전년보다 15.4% 늘어
    도내 백화점 골프용품 매출서 20~30대 비중 매년 증가세

    코로나19 영향으로 홈술·혼술 늘어 지난해 와인 수입량 24% 증가
    이마트, 올해 1~4월 20~30대 와인 매출 전년보다 53% 신장 달성
    유통업계, 신품종 중저가 와인·행사로 ‘MZ세대 잡기’ 열풍


    ◇나도 ‘골린이’(골프+어린이)= 이모(33·마산합포구)씨는 지난해 10월 골프에 입문했다. 그는 골프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코로나19로 실내운동이 어려워진 탓에 거리두기가 가능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운동을 찾다가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며 “예전에는 골프가 주로 장년층만 향유하는 스포츠라고 생각해 관심이 없었는데 최근엔 주변에서도 하는 사람이 많아져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상대적으로 가벼워진 가격 진입장벽도 언급했다. 그는 “장비 가격도 예전보다는 부담이 덜한 것 같다”며 “기본장비는 중고로 구했고 옷이나 신발 등 의류와 잡화는 새것으로 구매했다. 특히 의류는 최근 저렴하면서도 디자인이 좋은 제품이 많다”고 덧붙였다.

    골프는 MZ세대에게 가장 각광받고 있는 스포츠다. 이씨의 말처럼 코로나19로 실내운동에 제한이 걸리면서 실외에서 할 수 있는데다 소규모 그룹 활동이 가능한 골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까닭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발표한 ‘2020년 전국 골프장 이용객 현황’에 따르면 2020년 전국 501개 골프장을 방문한 내장객 수는 전년(4170만명) 대비 12.1% 증가한 4673만명이다. 골프장 경영지표인 1홀 당 평균 내장객도 4776명으로 전년(4391명) 대비 8.8% 늘었다. 경부울 지역의 이용객 수는 전년(502만명) 대비 15.4% 증가한 579만명으로 전국 9개 광역권 중 2위를 기록했다.

    업계는 이 같은 추이를 골프를 즐기던 기존 수요에 MZ세대가 가세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도내 골프업계 관계자는 “기존 골프 향유층에 해외 골프여행을 즐기던 수요가 더해지고 최근 젊은 세대까지 유입되면서 골프장 방문객이 크게 늘어난 것 같다”며 “최근 주말엔 골프장 예약이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골프용품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1~4월 골프용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기간 20~30대 고객의 골프용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7.7%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창원점은 지난해만 PXG, 혼마골프, 캘러웨이 등 3개의 골프브랜드를 신규 입점시켰다. 현재 창원점의 레저·스포츠브랜드 29개 중 18개가 골프브랜드다. 창원점, 마산점 골프 매출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2.7%, 2019년 13.1%, 2020년 15.2%, 2021년 5월 현재 15.8%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백화점 업계서는 골프가 아웃도어를 넘어섰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롯데백화점 창원점 관계자는 “골프 매출은 매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예전에는 아웃도어가 강세였다면 지금은 골프가 대세”라며 “골프브랜드에서도 MZ세대를 겨냥한 젊은 감각의 상품들이 많이 나오는 추세다”고 말했다.

    ◇혼술엔 와인= 와인은 코로나 시대 가장 ‘핫한’ 주종이다. 와인시장은 매년 꾸준히 성장했지만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지난해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와인의 수입량은 2018년 4만291t(수입금액 2억4400만달러), 2019년 4만3495t(2억5925만달러), 지난해 5만4126t(3억3001만달러)다. 지난해 수입량은 전년대비 약 24%가 증가했다. 올해 5월 현재 수입량은 2만5500t(1억8240만달러)으로 벌써 지난해 수입량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음을 감안하면 올해 총 수입량과 수입금액 모두 지난해 기록을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와인이 급부상한데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홈술’과 ‘혼술’이 늘어났다는 해석이 일반적인데 업계는 이 같은 와인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는 것이 MZ세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와인 가격이 예전보다 많이 낮아지면서 MZ세대의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올해 1~4월 주류 구매 실적을 분석해본 결과 20~30대 맥주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8% 신장한 반면, 와인 매출은 53% 신장했다고 밝혔다. 연령대별 와인 매출 신장률은 40대 51.8%, 50대 47.8%, 60대 이상 38.8%로 20~30대가 전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은 매출 신장률을 달성했다.

    유통업계는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구미에 맞게 잇따라 신품종 중저가 와인을 선보이고 와인매장을 확대하는 한편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4월 이탈리아산 와인 ‘프레스코발디’ 4종을 선보였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 ‘영국 헨리8세도 즐겨 마신’ 등의 문구로 역사와 전통을 강조했다. 홈플러스 또한 4월 스페인산 스파클링 와인 ‘까바’ 2종을 내놨다. 7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더불어 ‘가격이 믿기 힘들 정도의 풍부한 과실향과 부드럽고 섬세한 기포’라는 소개 문구로 ‘가성비’ 와인임을 내세웠다. 롯데마트는 지난 11일 국가대표 소믈리에와 협업해 프랑스산 와인 ‘아브 루 꼬네 씨 앤 루즈’와 ‘도멘 라파주, 더블 파사주’ 2종의 판매를 시작했다. ‘소믈리에와 기획한 ’, ‘각 1만2000병과 6000병을 한정판매한다’고 강조해 특별함을 부각시켰다. 롯데마트는 어플에서 MZ세대를 겨냥한 와인전문 클럽인 ‘Vin Vin Vin(뱅뱅뱅)’을 오픈해 와인과 치즈 할인쿠폰 등도 제공하고 있다.

    와인 기획전도 활발하다. 이마트는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간 2~5만원대 1200여개 품목의 와인을 정상가 대비 최대 70% 할인 판매하는 ‘상반기 와인장터’를 진행했다. 대형마트 3사가 최근 진행했던 행사 중 가장 큰 규모다. 창원점 등 도내 점포서도 1000여개의 품목을 선보였다. 이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와인장터 경남지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신장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3월 700여종의 와인을 대상으로 ‘봄 프리미엄 와인장터’를 개최해 최근 3년간 와인장터 행사 중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홈플러스도 오는 26일까지 150여종의 와인을 판매하는 ‘와인장터’를 연다.

    다른 주종과 다른 와인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홈술, 혼술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SNS 사용이 활발한 MZ세대의 감성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MZ세대 사용률이 높은 SNS인 인스타그램에서는 해시태그 #홈술로 검색하면 약 13만개의 게시물이 노출되는데 게시물을 살펴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종이 와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정모(35·창원 성산구)씨는 “최근 마트 와인이 가격대가 저렴하면서도 종류도 다양해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트에 와인행사가 있는 경우 관심있게 찾아본다”며 “가격 부담도 별로 없으면서 분위기를 내기 좋은 게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세정 기자 sj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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