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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의(大義), 대의(代議)

  • 기사입력 : 2021-05-26 2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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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남권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자’는 의제는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김태호 전 지사가 ‘부·울·경 통합’ 화두를 던진 바 있고, 김두관 전 지사는 ‘동남권 특별자치도’를 제안했다. 하지만 김경수 지사가 직접 나선 특강, 광고, 유튜브 제작 등 ‘부울경 메가시티’ 알리기에 이처럼 부지런한 도정은 처음이다. 진해신항·가덕신공항을 토대로 한 동북아물류플랫폼 건설, 부울경 광역푸드플랜 구축, 지역혁신 플랫폼을 통한 인재양성…. 경남도가 그려놓은, 젖과 꿀이 흐르는 메가시티의 청사진이다.

    경남도의회에 ‘부울경 메가시티’라는 키워드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20년 3월에 열린 제371회 임시회다. 당시 박준호 의원이 ‘동남권 메가시티 형성과 경남 중심권 강화를 위한 정책 제안’이라는 제목의 5분자유발언을 했고, 이후 1년 반 동안 임시회와 정례회를 통해 성동은, 송오성, 김진옥, 예상원, 장종하, 박정열 의원 등이 메가시티 담론을 내세워 5분자유발언이나 도정질문을 해왔다.

    하지만 이들 의원 상당수가 메가시티 도래를 기정사실화하고, 자신의 지역구가 이 거대한 광역연합 내에서 ‘그저 그런 소도시’가 아닌 ‘주요 강소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달라 호소하는 데 그쳤다.

    때문에 지난 20일 도의회에서 열린 주요현안 정책간담회는 여러모로 의미있는 자리였다. 김경수 지사가 메가시티 구축을 현안으로 내세운 이후 도의회를 대상으로 가진 첫 관련 간담회였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의견부터 서부경남 활력 저하와 경남의 부산 흡수 우려까지, 의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하지만 애초 이 간담회는 비공개로 예정되어 있었고, 도의회 출입기자들의 지속적 요청에 의해 간담회 시작 직전 공개로 전환됐다. 비공개를 결정한 주체에게 묻고 싶다. 도민의 삶 면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이 거대담론에 대한 이해와 검증이라는 중대 절차를 왜 숨어서 치르려는가. 무엇이 꺼려지는가.

    김 지사는 ‘부산, 울산, 경남 만큼은 경쟁을 멈추고 함께 가자’는 공동선(共同善)이 메가시티 조성의 기본정신임을 밝혀왔다. 그러나 공동선은 그 본질 자체가 분열·지역주의로부터 공격받기 쉬운 가치이며, 그 속에서도 이해를 끌어내야 할 책무가 집행부에게 있다. 의원들은 경남도가 그려놓은 청사진에 흐르는 물줄기가 ‘과연 젖과 꿀이 맞는지’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지난 1년 반을 보냈다. 이제 검증이라는 과제가 의회에 남았다. 공히 양측 선출직들에게 바라건데, 대의(大義)를 그대들이 정한다고 착각하지 말라. 대의(大義)는 당신들의 대의(代議)를 지켜본 뒤 도민들이 정한다.

    김유경(광역자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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