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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김달진문학상에 이산하 시인·이은봉 문학평론가

  • 기사입력 : 2021-05-31 19: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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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2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로 이산하(60) 시인과 이은봉(67) 문학평론가가 선정됐다.

    사단법인 시사랑문화인협의회는 시 부문에 이산하 시인의 ‘악의 평범성(창비, 2021)’과 평론 부문에 이은봉 문학평론가의 ‘시의 깊이, 정신의 깊이(천년의시작, 2020)’를 각각 수상작으로 뽑았다고 31일 밝혔다.

    이산하 시인은 경북 영일 출생으로, 1982년 동인지 ‘시운동’으로 등단했다. 1987년 제주 4·3사건을 폭로하는 장편서사시 ‘한라산’을 발표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필화를 겪었다. 1999년 첫 시집 ‘천둥 같은 그리움으로(문학동네)’를 출간한 후, 22년 만에 두 번째 시집 ‘악의 평범성’을 내놨다. 제목은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나치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을 가리켜 한나 아렌트가 쓴 표현을 빌렸다. 시집은 이 제목을 지닌 연작 세 편과 6·25 전쟁, 5·18 광주학살, 세월호 참사 등 현대사의 아픔을 천착한 작품들이 실렸다.

    이산하 시인
    이산하 시인
    악의 평범성
    악의 평범성

    유성호 심사위원은 “이산하만의 시적 심화와 확장 과정이 예각적으로 드러난 압도적 가작이다. 시집 제목은 한나 아렌트로부터 빌려왔지만, 나치와 그 조력자들에 나타난 평범성을 간취한 아렌트의 맥락보다 더 근원적으로 들어간다. 동시대 인간과 공동체 내부에 상존하는 가능성으로의 악과 실현태로서의 악을 때로는 결합하고 때로는 분리해 구체성을 낱낱이 들려준다. 그 구체성과 실존적 진정성이 지극히 윤리적이고 미학적인 시집으로 구현됐다”라고 호평했다.

    이산하 시인은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저자 사인을 받은 책은 법정스님의 ‘무소유’였다. 스님은 ‘중은 머리 깎을 때보다 더 살이 쪄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 말이 시인은 더 살이 쪄서는 안 된다는 말로 들린다. 뇌졸중이 아닌 시졸중이 오지 않도록 내 정신을 부검해 피하지방과 내지방을 제거할 것을 다짐한다. 등단 후 40년 만에 처음 받는 상인만큼, 잘 늙어가는 시를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은봉 문학평론가는 충남 공주 출생으로, 1984년 계간지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했다. 1994년 첫 평론집 ‘실사구시의 시학(새미출판사)’을 펴냈다. 현재 광주대 명예교수·대전문학관 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국립한국문학관 비상임이사로 임명됐다.

    이은봉 문학평론가
    이은봉 문학평론가
    시의 깊이, 정신의 깊이
    시의 깊이, 정신의 깊이

    고형진 심사위원은 “이번 평론집은 그의 평론 활동이 집대성된 결과물로 평가할 만하다. 단순히 작품 해석에만 안주하지 않고,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치 않으며 시적 대안까지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김진희 심사위원은 “주류라는 견고한 경계를 넘어, 새로운 언어와 상상력을 발신하는 텍스트에 대한 비평가의 관심을 오롯이 보여준다. 서정의 내밀한 본질과 창작 현장의 목소리들을 폭넓게 아우르면서, 한국시 비평의 내포와 외연에 깊이와 넓이를 더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은봉 문학평론가는 “나라가 식민지 체험을 하고, 분단을 체험하고, 전쟁을 체험하는 동안 문학을 자기수행이나 자기각성의 수단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온갖 수난을 극복하고 건국 이념을 실현하고 있다. 문학을, 시를 자기수행이나 자기각성의 수단과 방법으로 받아들여도 괜찮을 때가 됐다. 이 일을 계기로 나와 내 주변에 크고 작은 풍파가 일지 않기를 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김달진문학상 시낭독회는 6월 4일 오후 6시 30분 고려대 100주년기념관 원격회의실서 열린다. 시상식은 10월 2일 오후 4시 김달진문학관 생가마당서 개최된다.

    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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