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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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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69) 어려움 딛고 검도지도자 꿈꾸는 정현군

“검으로 어려움 내려치는 아들, 영양제 한 번 사먹여봤으면”
남편과 사별 후 아들 둘 홀로 키우는 엄마
코로나에 가게 문 닫고 집도 경매로 넘어가

  • 기사입력 : 2021-06-02 08: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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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도대회에 나간 모습을 보면 내 아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멋진데, 운동부 애들 다 먹는 영양제, 비타민 한 번 못 사먹여봤어요. 그런데도 괜찮다고 저를 위로하는 든든한 아들입니다.”

    벽면에 반짝이는 메달이 주렁주렁 걸려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검도를 시작해 시, 도, 전국대회에서 수상하며 올해 검도특기생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한 정현(16·가명)군이 받은 것들이다. 기숙사에 살면서 훈련을 받아 2주에 한 번꼴로 잠시 집에 들른다. 거실 한쪽에는 죽도가 반듯하게 세워져 있다. 사용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는데 벌써 손잡이 부분이 시커멓게 변해있었다.

    지난달 31일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민정씨와 작은아들이 마산합포구청 복지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달 31일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민정씨와 작은아들이 마산합포구청 복지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죽도로 1000번을 내리치는 연습이 있어요. 중학교와 달리 운동량이 늘어난 것이라 못하겠다고 포기하는 친구들이 나오는데 정현이는 잠깐 멈추고 쉬더라도 끝까지 해낸다고 감독님이 칭찬해주시더라고요.”

    엄마 민정(34·가명)씨는 그런 아들이 기특하지만 짠한 마음이 크다. 아들 둘을 홀로 키우고 있어 제대로 정현군의 운동을 지원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살고 있는 작은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었지만 지난 2018년 남편과 사별한 후 생계가 막막해 담보대출을 받아 생활하면서 빚이 늘어났다. 자동차 부품조립공장에서 일도 해봤지만 어린 막내도 있어 4개월 만에 일을 그만두고 지난 2019년 8월, 친구가 급히 넘긴 피자가게를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 월세 내기도 힘들어져 결국 버티다 못해 지난 3월 가게 문을 닫았다. 그 사이 대출금 이자도 갚지 못하면서 살고 있는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 관리비를 내지 못해 단수가 된 적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지만 젊은 나이에 닥친 사별 등으로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고 있어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민정씨는 중졸이라는 학력 때문에 취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살 곳과 생계비를 걱정해야 하니 검도지도비, 숙소비, 전지훈련비, 석식비 등 대회비 등을 포함하면 매달 100만원이 훌쩍 넘는 비용도 낼 수 있을지 막막하다. 당연히 간식비를 줄 수도 없다. 그러다보니 꿈을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는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만 커져가고 있다고 했다.

    “야간 훈련이 끝나면 배고파서 애들끼리 편의점에서 간식도 사 먹고 하는데 정현이는 사 먹질 못하니 그냥 혼자 숙소에 들어갈 때도 있거든요. 앞으로 계속 운동을 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고…. 제가 마음이 안 좋아서 미안하다고 하면 엄마가 못해준 거 없으니 미안해 하지 말라며 어른스럽게 말해요. 가끔씩 집에 오면 쉬고 싶을 건데 꼭 동생 학교생활을 챙기고요.”

    쉬지 않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정현군은 검도지도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민정씨는 이 꿈을 가능한한 이루도록 지지해주고 싶어 스스로도 검정고시를 공부해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참여해 취업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 LH 공공주택을 알아봤는데 본인부담금이 있어야 가능하더라고요. 도움을 받게 된다면 집을 얻는데 쓰고 아이의 꿈을 이뤄주는 데 쓰고 싶습니다.”

    글·사진=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도움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2021년 5월 12일 18면 ‘할아버지 같은 아빠와 12살 동혁군’ 경남은행 후원액 300만원 일반 모금액 79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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