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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가계야치(家鷄野雉)- 김병희(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 부장)

  • 기사입력 : 2021-06-03 20: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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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계야치(家鷄野雉)’. 자기 집의 것은 하찮게 여기고 남의 집의 것만 좋게 여긴다. 집안의 닭은 천하게 여기고 들판의 꿩만 귀하게 여긴다. 집안에 있는 좋은 것을 버리고 나쁜 것을 탐낸다. 좋은 筆跡(필적)을 버리고 나쁜 필적을 좋아한다. 正妻(정처)를 버리고 妾(첩)을 사랑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중국 진나라에 왕희지의 서법과 견줄 만하다는 장수 유익이라는 명필이 있었다. 그의 서법을 배우고자 중국 전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정작 그의 가족들은 당시 유행하던 왕희지의 서법을 배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마음이 상한 유익은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이들이 집안의 닭은 천하게 여기고 들판의 꿩만 귀하게 여겨 모두 왕희지의 서법을 배우고 있으니, 한탄스럽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후 이 말은 집안의 좋은 가풍을 버리고 밖의 나쁜 유행을 따르거나, 아내를 버리고 첩을 사랑할 때 비유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 속담에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와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는 등 유사한 의미가 있다. 영어 속담에는 ‘내 손의 새 한 마리가 숲 속의 두 마리보다 낫다(A bird in the hand is worth two in the bush)’ 즉 남의 손에 있는 보물은 내 손 안에 있는 고물만도 못하다는 의미다.

    ▼이 고사성어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주변의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을 잘 알아보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살면서 늘 선택의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것은 포기해야 하지만 때로는 수레바퀴가 잘 굴러가려면 두 바퀴로 가야 할 때도 있다. 가까이 있는 것의 소중함을 모르고 멀리 있는 것만을 신비롭고 귀하게 여기는 인간의 마음을 꼬집는 말이 아닌가 싶다. 가정이 화목해야 하는 일 또한 대성할 수 있는 법이다.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찾아 가정의 화목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김병희(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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