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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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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학대 해마다 증가… ‘노인 인권’ 인식 선행돼야

[기획] 도내 노인학대 현황·문제점

  • 기사입력 : 2021-06-14 21: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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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대신고·판정건수 매년 느는데

    2018~2020년 3년간 신고 3308건

    현장조사 판정 건수 296→431건

    정서 학대·신체 학대·방임 순


    도내 노인보호기관 종사자 19명뿐

    학대 현장 대응·관리·지원 등 한계

    사회적 정신건강 관리시스템 필요


    ‘초고령화 사회’가 목전에 다가왔음에도 노인 인권은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노인 학대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 노인보호 전문 인력 확대와 노인 인권 인식 제고 등 사회적 관심이 요구된다.

    KOSIS 국가통계포털 주요 인구지표(성비, 인구성장률, 인구구조, 부양비 등)에 따르면 경남도 인구 334만216명 중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58만258명으로, 전체의 17.37%에 이른다.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어가면 ‘초고령화 사회’로 분류된다.

    15일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경남지역 관련사례를 분석한 결과 노인 학대 신고건수가 매년 증가추세를 보였다. 경남도 노인복지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8~2020년) 도내 노인 학대 신고건수는 모두 3308건으로, 매년 1000~110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실제 학대사례(신고 접수 당시 노인 학대로 의심돼 현장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례)로 판정된 것은 전체의 32.3%인 1070건으로, 2018년 296건에서 2019년 343건, 2020년 431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정서적 학대 1461건·신체적 학대 1157건·방임 317건·경제적 학대(착취) 200건·성적 학대 153건·자기방임 32건·유기 13건 등 총 모두 3333건(복수 학대 포함)으로 많았다.

    올해도 노인 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1~5월 경남경찰청은 171건의 노인 학대 신고를 접수, 이 중 25건을 검거했다. 이는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경찰에 신고된 노인 학대 신고(145건·27건 검거)를 웃도는 수치다.

    노인 학대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지만, 부족한 인력 등으로 현장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노인 학대에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곳은 노인보호전문기관으로, 도내에도 동·서부권역에 1곳씩 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은 노인 학대 발견과 의심사례 개입·피해자 상담·노인 학대 예방 교육·노인 권익 향상 등 역할을 맡고 있지만, 도내 총 종사자는 19명(동부권 11명, 서부권 8명)에 불과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기 시작했던 지난해 도내 노인 학대 관련 상담실적은 전년 대비 6000건가량 증가한 1만5193건으로, 종사자 1명당 약 800건의 상담을 진행하고 학대 판정 시 사후 조치까지 떠맡은 셈이다.


    자료사진./픽사베이/

    경남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서부권의 경우 9개 시군을 담당하고 있는데, 종사자는 8명으로 1개 시군당 1명도 안 되는 셈이다”면서 “노인 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학대 판정뿐 아니라 추후 사례관리도 해야 하는데 인원이 적다보니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노인 학대를 막기 위해서는 전문기관 인력이나 관련 공무를 전담하는 공무원 배치 등 행정적 관심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노인 학대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사회적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경남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노인 학대 문제를 전담하는 인력들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국은 국민적 인식의 문제”라면서 “10대 아동이 돌봄을 받지 못해 목숨을 잃으면 전국적 이슈가 되는데, 80세 치매 노인이 혼자 지내다 죽는 경우 단순 고독사로 취급된다. 똑같은 생명인데, 인권에 대한 평등한 인식을 기르기 위해 유치원 등 어릴 때부터 ‘효’와 ‘노인 인권’에 대한 교육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노인 학대 가해자를 포함한 전 사회적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인 학대는 가해자가 정신적으로 취약한 경우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 질병이 아니더라도 일시적 스트레스 등 여러 요인으로 정신건강이 좋지 않을 때 사회적 약자인 노인에 대한 가학행위가 일어나는 것”이라면서 “학대행위 발생 이후 병리학적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사전에도 국민의 정신건강을 보호, 예방할 만한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행정에서도 노인 학대 인식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남도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해마다 노인 학대 신고나 판정이 증가하는 것도 노인 인권에 대한 인식 개선 과정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노인 학대라는 것을 모르고 당하기만 했다면, 최근 노인 학대 대한 홍보가 늘어남에 따라 상담을 받고, 신고를 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노인 학대의 심각성을 모두가 알고, 학대행위가 근절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노인 학대 행위가 근절될 때까지 행정이 앞장서서 심각성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얼 기자 leeh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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