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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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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경남 미술시장과 이건희 미술관- 허철호(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21-06-21 20: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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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앞쪽 부분엔 호수(?)가 있고, 저 멀리엔 산들이 첩첩이 그려져 있다. 가끔씩 강이나 바다 주변에서 이런 풍경을 만났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림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지난달 중순 영상물 취재를 위해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열린 한국미술협회 경남도지회가 주최한 ‘제13회 경남미술품경매시장’에 갔었다. 행사에는 지역 작가 작품 250여점이 전시됐고, 가격도 2만원부터 400만원대까지 다양했다. 전시된 작품들 중 꽤 많은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평일에 코로나 상황이라 그런지 행사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러다 보니 전체 작품 거래금액도 그리 많지 않았다.

    이번 미술품경매시장 행사와 같은 미술시장은 관람객들에게 좋은 작품들을 만나고 소장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화가들에게도 꼭 필요한 행사다. 작품 판매로 수입을 얻어 안정적인 작업을 해나갈 수 있다. 또 작품 소장자들도 미술시장을 통해 기존 소장 작품을 팔고 그 돈으로 새 작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미술시장이 활성화되면 미술계 전체적으로 선순환이 이뤄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경남의 미술시장은 열악한 실정이다. 도내 최대 규모 미술시장인 ‘경남국제아트페어’는 지난 2019년 개최 이후 2년째 중단된 상태다. 2010년 처음 개최된 후 창원컨벤션센터와 한국미술협회 경남도지회가 공동 주관해 매년 열렸던 경남국제아트페어는 거래실적 부진에다 경남도 예산 지원 감소 등의 이유로 열리지 않고 있다.

    거래규모도 인근 부산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경남국제아트페어는 2016년 거래금액 5억9300만원(관람객 8049명), 2017년 거래금액 6억500만원(관람객 7124명), 2018년 거래금액 5억2000만원(관람객 7566명), 2019년 거래금액 2억3500만원(관람객 5594명)이었다. 반면 부산은 지난달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 부산(Art Busan) 2021’에 8만명의 관람객이 찾았고, 총 작품판매액은 350억원을 넘겼다. 또 4월 ‘제10회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도 관람객 4만명에 작품판매액은 65억원이었다.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수집해 소장하던 미술품,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도내 의령, 진주, 창원 등을 비롯해 전국 30여개 지자체들이 ‘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자체들은 저마다 삼성가와 이건희 회장과의 인연 등을 내세우며 지역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이중섭의 ‘황소’,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등 작품당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명품들. 총 2만3000여 점에 달하는 이건희 컬렉션의 감정가는 3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들을 전시할 미술관을 유치한다면 해당 지자체는 단번에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자체들의 치열한 유치 경쟁은 당연해 보인다. 특히 오랫동안 계속된 서울 등 수도권 중심의 기형적인 집중 현상을 해소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미술관을 지역에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건희 미술관이 경남에 유치됐으면 한다. 미술관이 유치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침체된 경남 미술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미술시장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허철호 (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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