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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 칼럼] 노동과 사회적경제의 만남을 환영하며- 정원각(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

  • 기사입력 : 2021-06-27 20: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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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2일 서울 경향신문 별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에서는 매우 뜻깊은 행사가 있었다.

    그것은 비수도권에서 사회적경제기업에 자금을 공급해 주는 유일한 사회적금융기관인 ㈜경남사회가치금융대부를 중심으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 (재)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사무금융우부투재단(이하 우분투재단) 등 네 곳이 업무협약을 한 것이다.

    요즘 많은 업무협약이 있지만 실이익이 없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 업무협약은 성격이 좀 다르다. 50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우분투재단이 먼저 내기로 약정을 하고 후에 외부에 알리는 업무협약을 한 것이다.

    경상남도가 경남의 사회적경제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조성한 사회적경제기금을 경남사회가치금융대부와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운영하는데, 거기에 필요한 매칭자금 조성에 노동계가 5000만 원을 기여한 것이다.

    금액의 규모는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다. 하지만 그렇게 결정한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 이는 해방 이후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는 있다. 지난 2019년부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 봉제노동자들을 위해 봉제인공제회에 지원 협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가 사회적경제를 지원한 것은 처음이다.

    사실 유럽에서는 노동계와 협동조합, 사회적경제의 교류, 연대, 협력은 흔하다. 이는 노동운동도 협동조합도 모두 초기 자본주의 시기에 노동하는 인간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가치와 철학을 가지고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협동조합운동과 노동운동이 연대와 협력을 한 사례가 많다. 스웨덴, 오스트리아, 영국 등등.

    이런 분위기는 국제 운동에서도 이어져 1919년 창립한 ILO 초대 사무총장 알베르 토마는 과거에 협동조합을 하던 사람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여 ILO는 1920년 협동조합국을 설치했고 이후 각 나라와 노동계에 여러 차례 협동조합과 협력할 것을 발표했다. 2007년 경제위기 때나 2012년 세계협동조합의 해에도 ILO와 ICA(국제협동조합연맹)은 긴밀하게 협력했다.

    한국사회에서도 노동운동, 사회운동에서는 노동계와 사회적경제가 함께 연대하고 협력한 사례들이 가끔 있었다. 아이쿱생협을 비롯하여 일부 생협에서는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소비자 부담을 높이려는 정부의 KTX, 의료, 발전소 등의 민영화에 반대하는 운동에 동참했다. 소비자는 노동 현장에 가면 노동자가 되고 노동자는 퇴근하여 집에 돌아오면 소비자가 되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한편 노동자에게는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 실직, 해고에 대해 단결하여 투쟁하는 것 외에 새로운 일자리라는 대안이 필요하다.

    그 대안은 자본 중심의 기업이 아니라 사람,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적경제 일자리면 더욱 의미가 크다. 이렇게 노동자들의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고 지키는 데에 사회적경제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노동계가 지원한 자금은 사회적경제 기업의 경영 안정화으로 이어지고 이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노동자 일자리 안정적 유지라는 선순환 구조가 된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노동계와 사회적경제가 더욱 협력하여 서로에게 큰 힘이 되길 기원한다.

    정원각(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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