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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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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선택과 포기- 김남식(마산대 치기공과 교수)

  • 기사입력 : 2021-06-28 20: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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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은 자신 스스로 선택하여 이 세상에 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신의 결정과 상관없이 누군가의 아들 혹은 딸로 태어난다. 자기가 특정한 부모를 선택할 수 없고,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를 고를 수 없다. 우리는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이 세상에 나왔고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잘 살아야 한다. 잘 살기 위해서는 사소한 선택에서 중요한 결정까지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 순간의 선택이 올바른지 그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결정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최선의 결정이라고 판단하여 여럿 가운데 필요한 것을 골랐지만 시간이 지나 보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최선이 아니라 차선으로 결정했더라도 최선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자주 우리 학과 학생과 상담할 일이 생긴다. 학생들이 20대이다 보니 고민도 많고 상담 종류도 다양하다. 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민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싶어 하는 친구와도 면담을 한다. 어두운 낯빛으로 찾아와 학과 공부가 어렵고 적성에 맞지 않아 힘들다고 얘기한다. 잠시 동안의 고민이 아니라 학교생활 내내 힘들고 괴로웠다고 심경을 토로한다. 적성에 맞지 않아 학업을 포기하고 싶다는 의견도 건넨다. 안타까운 마음에 하고 싶은 일이나 염두에 둔 것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선택은 여럿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이기에 결정된 하나 외에는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학과 학과를 선택할 때 특정 대학 학과를 선택했다면 다른 대학 학과들은 포기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취업과 대학 진학 중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면 취업은 포기한 것이라기보다 잠시 보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학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대학과 학과 선택의 이유를 묻는 설문에 대다수 응답자는 취업이라고 답한다. 취업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대학을 선택한 것이다.

    좋은 직업을 가지려고 취업 대신 대학을 진학하는 것이라면 대학과 학과 선택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하다. 직업을 선택할 때 젊은이에게 ‘가슴 뛰는 일을 택하라’,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한다. 자기가 잘할 것 같고 꼭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는 것이다. 세상에서 인정받고 보수도 좋으며 잘할 것 같은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대부분의 구직자가 하고 싶어 하기에 진입 장벽이 높다. 세상 모든 사람이 소위 ‘잘 나가는 직업’을 택할 필요도 없다. 세상에서 인정받고 보수도 좋은 직업이 나의 적성에 맞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적성에 맞는지 모를 수 있다. 여태까지 부모나 가족들이 부족한 부분을 모두 채워줬기 때문에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모를 수 있다. 어른들은 젊은이에게 ‘그거 내가 해봤는데 별로 인 것 같아! 다른 것이 더 좋으니 그것으로 결정하는 것이 어때?’라는 말을 한다. 어른들이 경험해 보니 그 길은 험난할 것이 예상되어 가지 말라고 조언하고 미래에 필요한 것으로 예측되는 것은 미리 갖추어 준다. 예측 가능한 일을 미리 알려 주고 빠른 길을 안내하고자 하는 것이 어른들의 마음이다. 가정에 자녀가 한두 명이니 더욱 그렇다. 자기 자식은 헛된 길로 돌아가지 않고 꽃길만 걷기를 원하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꽃길이 정말 좋은 길인지는 선택하는 본인에게 물어봐야 한다. 직업 선택에 있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모른다고 낙담할 필요가 없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없다면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며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삶이 선택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다른 것을 포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김남식(마산대 치기공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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