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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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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지구가 이상하다- 양미경(수필가)

  • 기사입력 : 2021-07-01 20: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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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봄 벚꽃 필 무렵 사람들은 너나없이 ‘벌써 벚꽃이?’ 하며 신기해했다. 서울만 해도 벚꽃의 개화 시기가 예년보다 무려 17일이나 빨랐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은 전국이 비슷했다. 기상청에서는 이처럼 이른 벚꽃을 100년 만의 일이라고 뉴스로 송출하고 있었다.

    6월 초입부터 우기에 접어든 듯 자주 비가 내렸다. 봄비라기보다는 장맛비처럼 그치지 않고 오락가락 비가 내리고 있다. 예년 같았으면 하순이나 되어야 시작되는 장마가 6월이 들어서자마자 시작된 것 같다.

    지구는 사람의 몸과 비슷하다고 한다. 인간이 싫어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대기층을 잠식하면 기온은 올라가고 자외선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오존층에 구멍이 뚫리게 된다. 극지방 얼음이 녹으면서 지구는 생존이 가능한 환경으로부터 이탈하고 있다. 근래 들어 지구촌 곳곳에선 홍수와 가뭄, 이상저온과 고온이 반복 교차하는 것은 뭔가 불길한 전조현상 같지 않은가.

    그렇다면 지구만 이 같은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일까. 솔직히 나는 문명이라는 게 인간의 내면을 파괴하는 무서운 무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거친 변화를 겪는 것은 지구만의 일이 아니라 인간사회도 매한가지가 아닌가. 하지만 사람들은 둔감한 건지 모르는 건지 그런 것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화급을 다투는 현재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에 몸담고 몰입해 있을 때는 안팎이 시끌벅적해도 원래 그런 것인가 하고 따라가기 마련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언제부턴가 자꾸만 긴장과 대립, 음모와 회유의 악순환으로 점철되는 느낌이다. 관계는 계산상의 이해득실에 따라가고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적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가 원시가 간직된 ‘마다가스카르’나 ‘바누아투’ 같은 나라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여행 프로그램 앞에서 나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하게 된다. 평온하고 순박한 그들에 비해 우리의 삶이 얼마나 긴장과 적대적 관계의 연속인지 모르겠다. 그럴 때마다 기후만 변하는 게 아니라 현대문명의 높이만큼 인간의 심성 또한 기후변화 못지않게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지구를 오염시키는 이산화탄소는 인간이 자연을 소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를 오염시키는 이산화탄소는 어디서 오는 걸까. 그것의 원인은 우리 인간이 자연을 너무나도 탐욕적으로 소모하고 파괴한 탓이 크다.

    며칠 동안 날씨는 화창하다. 기온은 비정상적으로 오르고 습도 또한 높아지면서 불쾌지수도 동반 상승한다. 사람에게서 시작된 기후의 변화는 지구의 불쾌지수와도 맞물려 있다. 지구의 불쾌지수가 상승하면 사람 사는 환경도 그만큼 나빠질 것이 아주 자명하다.

    문명이란 인간이 필요 이상으로 자연을 소모하고 오염시키면서 쌓아 올린 위험천만한 바벨탑 같은 것. 그걸 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오염원을 지구를 향해 쏟아 냈을꼬. 사람의 거칠고 강퍅한 심성에도 과도한 자연 파괴가 한몫하고 무차별적으로 버린 오염원만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여기 까지지만, 자연도 인간도 공멸을 향한 질주를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

    양미경(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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