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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0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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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도 사람이 산다 (13)시즌Ⅱ 움직임 ⑧ 문화기획단 ‘대동사람들’

가야사 복원·산단 입주…마을해체 아픔 ‘문화’로 녹이다

  • 기사입력 : 2021-07-05 21: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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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시 대동면에는 ‘대동사람들’이 있다. 대동에서 나고 자라 터를 잡은 사람들이 대동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하는 단체다. 행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대동면 주민들이 당면한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문화’로 녹여내는 것이 ‘대동사람들’의 주요활동이다.

    문화기획단 ‘대동사람들’이 개입해 지난 2020년 7월 15일 김해시청 앞에서 벌인 평촌마을 주민 상여 퍼포먼스. ‘대동사람들’은 김해 대동첨단산업단지 건설로 이주 문제에 봉착한 평촌마을 주민들의 고통과 애환을 엄숙한 상여 문화로 녹여내 높은 관심과 평가를 받았다. /대동사람들/
    문화기획단 ‘대동사람들’이 개입해 지난 2020년 7월 15일 김해시청 앞에서 벌인 평촌마을 주민 상여 퍼포먼스. ‘대동사람들’은 김해 대동첨단산업단지 건설로 이주 문제에 봉착한 평촌마을 주민들의 고통과 애환을 엄숙한 상여 문화로 녹여내 높은 관심과 평가를 받았다. /대동사람들/

    ◇대동면과 대동사람들= 김해시 대동면은 역사적으로 독특한 문화를 지닌 지역이다. 드넓은 낙동강을 끼고 있으며, 고대부터 금관가야와 신라의 경계부로, 지금은 경남과 부산의 분기점으로 양 지역 모두에게 일종의 ‘변방’으로 여겨져왔다. 여기에 최근 대동면 32개 마을 중 장시마을이 가야사복원사업으로 사라지고, 평촌마을은 김해대동첨단일반산업단지 건설에 의해 사라지는 아픔을 겪고 있다. ‘대동사람들’은 이 두 마을이 해체되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문화기획단으로 거듭났다.

    평촌마을 문화행사를 위한 기획회의를 하고 있다.
    평촌마을 문화행사를 위한 기획회의를 하고 있다.

    2002년 김해 대동중 30회 동기생 의기투합
    처음엔 동네 어르신 미용·영정사진 등 봉사
    활동가 출신 김경남씨 주도로 2016년 조직화

    고분발굴로 사라질 장시마을 사진전 첫 기획
    “공공이익 위해 삶 터전 내주는 아픔 기억 차원”
    2019년 10월 마을회관서 ‘한바탕 작별잔치’

    산단입주 평촌마을 고통은 ‘상여시위’로 표현
    주민 불만 앞소리로 토해내며 시청까지 행진
    대동면 현안해결 ‘지역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중학교 동기모임에서 시작되다= ‘대동사람들’이 처음부터 문화기획 단체는 아니었다. 2002년부터 대동중학교 30회 동기생들이 주축이 되어 동네 어르신들 미용이나 영정사진 찍어드리기 등 봉사활동을 해온 것이 그 시초였다. 다들 친구 어머니 아버지였기에 가까이서 보살피는 일들을 꾸준히 해왔지만 ‘조직’이라 할만한 구심은 없었다. 그러던 2016년, 지역문화활동가 양성과정을 밟은 김경남(49) 대표를 중심으로 ‘대동사람들’이 만들어졌다. 모두가 외지에 나가 살다가 다시 고향 대동면에 돌아온 친구와 선후배들로, 현재 6명의 활동가가 중심이 되어 활동 중이다. 김경남 대표와 이덕희(50) 기획팀장, 이수경(49)씨, 양현정(41)씨, 여기에 사진작가 전상규(49)씨, 서예가이자 사진작가인 신현정(49)씨가 합류했다.

    ◇장시마을 사진전을 기획하다= ‘대동사람들’의 기획력을 제대로 보여준 활동은 ‘장시마을 사진전’이었다. ‘예안리 고분군’이 있는 장시마을은 가야사복원사업에 의해 주민들의 이주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약 15년 전에는 40가구 정도가 살았던 장시마을은 2021년 7월 현재 대부분의 주민들이 김해 시내와 부산으로 이주했다. 지난해 마을회관에 대한 보상도 이뤄져 공유재산도 정리됐다. 하지만 이주가 긴 세월에 걸쳐 이뤄지면서 돈독하던 공동체는 서서히 와해되었고, 보상문제가 엮이면서 주민들 간에 보이지 않은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대동사람들’이 2019년 장시마을 주민들과 접촉해 사진전을 기획한다고 하자, 관(官)에서는 ‘괜히 시끄럽게 하지 말라’며 말렸고, 주민들은 대동사람들의 접근을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경계했다.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는데, 공동체 정신까지 와해되어야 하는가 하는 부분이었어요. 갈등의 완화, 상처의 회복, 과거와 현재의 공존, 이런 것들을 모색하는 것이 사진전의 참 의미였어요. 죽은 자들의 역사를 되살리기 위해 산 자들이 떠나야 하고, 죽은 자들의 흔적을 찾아서 산 자들의 흔적을 없애는 모순 속에서 주민들을 잘 보내드리고, 잘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사진전을 치르다= ‘대동사람들’은 장시마을 주민들 한명 한명을 만나 그들의 삶을 기록하고 ‘곧 사라질 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빛바랜 사진을 수집하고 장시마을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이야기를 기록하는 아카이빙 작업을 함께 진행했다. 잔뜩 경계심을 품던 어르신들도, 집과 집을 토대로 자식들을 길러내고 살림을 일군 이야기를 시작하면 눈을 반짝이며 마음을 열었다. 이 시간은 ‘대동사람들’에게도, 마을 주민들에게도 치유의 시간이기도 했다.

    평촌마을 흔적과 발자취를 담은 사진을 걸고 있다.
    평촌마을 흔적과 발자취를 담은 사진을 걸고 있다.

    이 기획은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의 ‘2019 지역문화활동가지원사업’과 대산농촌재단의 ‘2019 지역사회복지프로그램 지원 사업’ 하반기 지원 행사에 선정되면서 2019년 10월 초 장시마을회관에서 진행됐다. 사진전과 대동면 주민들이 동참한 다양한 공연이 이어지면서 한바탕 ‘작별잔치’가 벌어졌고, 주민들은 정말 오랜만에 마음놓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고, 울 수 있었다.

    ◇상여를 메고 김해시청에 가다= 장시마을이 ‘유적’에 의해 가슴 아픈 이주과정을 겪었다면, 평촌마을은 ‘첨단산업’에 의해 이주를 해야 했다. 김해대동첨단일반산업단지 건설로 평촌마을 또한 이주가 결정되었고, 역시나 보상문제로 주민들 간 갈등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건설사가 보상금을 빌미로 주민 간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데, 김해시는 손을 놓고 있다”며 비판했다. 주민들은 이와 관련된 시위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 ‘대동사람들’이 개입했다.

    “어르신들이 상여를 준비하셨더라고요. 과격한 시위를 계획하고 있어서 저희가 문화기획 쪽으로 선회할 수 있도록 어르신들을 설득을 했습니다.” ‘대동사람들’은 무형문화재 제6호 통영오광대 이수자 손마회 선생을 초빙해 제대로 된 상여소리를 연출했다. 2020년 7월 15일, 김해동부소방서에서 김해시청까지 상여를 멘 주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손마회 선생이 ‘김해시가 평촌마을 주민들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해주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불만을 앞소리를 통해 토해냈고, 상복을 입은 주민들이 뒤를 따랐다. 일종의 ‘제 역할을 하지 않은 김해시 장례식’이었다. 행렬에는 대동면 주민 100여명 정도가 운집했고, 지역사회단체들이 거리로 나와 주민들을 지지하면서 화제가 됐다. 지역언론도 이 퍼포먼스를 보도했고, 관련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면서 ‘대동사람들’은 다시 한번 ‘지역과 호흡하는 문화기획력’을 인정받게 된다.

    장시마을 주민들이 사진전을 자축하고 있다.
    장시마을 주민들이 사진전을 자축하고 있다.

    ◇마을 이야기와 노인들에게 집중하다= 지난해 ‘대동사람들’은 2020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기관 지정·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장시마을 주민들의 삶을 기록한 ‘나의 살던 고향은, 장시마을’이라는 책자를 펴냈다. 장시마을에 정착해 떠나기까지, 10개 가구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실었다. “마을의 다양한 이야기들, 구전, 생애사 등이 모두 사라진다는 것, 이 부분에 주목해서 아카이빙 작업을 했습니다.”

    ‘대동사람들’은 농촌 노인문제에도 관심을 가져, 어르신 대상 문화예술교육이나, 어르신 과로문제 등을 해결할 교육사업도 수시로 펼친다.

    ◇지역플랫폼으로 거듭나다= ‘대동사람들’은 올해부터 단체의 성격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은 ‘대동사람들’이 공모 주체가 되었다면, 이제는 대동면 주민들이 공모사업에 지원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체계’를 갖추는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정마을이 어르신들을 위한 ‘치매예방프로그램’ 개설을 요구하면서, ‘신정마을 불꽃교실’을 만들어 춤·공예 수업을 진행했고, 육아공동체 ‘대동달고나 공동체’ 등 소모임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소모임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생활문화활성화를 위한 ‘제1회 대동문화나루터축제’도 기획 중이다.

    김경남 대표는 “대동면 각 마을의 리더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의논하고 해결점을 모색하는 과정을 ‘대동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 앞으로는 문화기획과 더불어 지역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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