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기고] 내 아이를 때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윤성미(경남도의원)

  • 기사입력 : 2021-07-08 20:00:25
  •   

  • 작년 6월 창녕에서 9살짜리 아이가 테라스에서 쇠사슬로 목이 묶여 지내면서 부모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지붕을 타고 탈출한 사건이 아직도 생생한데, 최근 남해에서 계모의 폭행에 못이겨 장기파열로 사망한 10대 여중생의 사건으로 경남은 충격에 휩싸여 있다.

    더구나 나는 손자를 키우는 할머니이자 도의원으로서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라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도의원으로써 해야 할 일 중에서 첫 손가락으로 꼽고 있기에 이번 사건이 더욱 아프게 느껴진다.

    우리는 지금까지 학대사건이 있을 때마다 학대행위자의 엄벌과 문제점을 지적했고 정부는 아동학대 관련해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예산을 확대하고 아동전담공무원 제도를 신설했다. 그렇지만 아동학대에 관한 법과 매뉴얼이 아동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울타리를 더 크게 만드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울타리 역할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그 안에 숨은 구멍들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첫 번째로 학교에서 시행하는 정서·행동특성검사를 세분화하여 위기 학생들을 빨리 파악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망한 여중생은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도 별다른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한다. 정서행동특성검사는 0점부터 70점 정도까지 있는데, 점수가 낮을수록 정상에 가깝다. 33점 이상은 일반관심군, 39점 이상은 우선 관심군인데, 피해 아동은 2점으로 매우 정상적인 수치로 나왔다.

    그리고 아이들의 감정이나 정서는 수시로 변하는데, 중·고등학교를 통틀어 중1, 고1 한 번씩만 실시하고 있고, 검사지 문항이 너무 직설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가정불화, 아동학대 등 위기에 처한 우리 아이들을 걸러낼 수 있도록 검사지 내용이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부모들의 인식 전환이다. 아동학대를 자행하는 부모들에게는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일까? 심신이 미약해서,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서 이러한 이유들을 든다. 그러나 이런 이유도 해당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내 자녀를 때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모로서 나는 자녀를 때릴 수 있는 힘과 자격이 있고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기에 가정폭력을 행사한다. 결국 가장 힘없는 약자를 향해 생명을 짓밟는 야비한 인권 유린이 행해지는 것이다. 이 세상 어떤 부모도 본인의 자녀를 함부로 때릴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사람은 없다.

    흔히 옛 어른들은 아이들이 잘못을 행하면 엄한 교육을 위해 회초리를 들었다고 하지만, 함부로 회초리를 휘두른 것은 아니었다. 옛 어른들은 먼저 아이에게 네가 맞을 회초리를 꺾어오라고 하여 그 잠깐 사이에 부모는 화난 마음을 추스렸고 몇 대 맞을지도 아이에게 의견을 말하게 하여 자녀 스스로 잘못을 반성할 기회를 주었다고 한다. 어쩌면 옛날에는 어른의 감정으로 내 자식이라고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일은 더 적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라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말을 다 같이 되새기는 우리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윤성미(경남도의원)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