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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25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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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위기가 기회가 된 일본의 수출 규제- 김정민(경제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1-07-20 20: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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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판결에 보복 조치로 일본이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3개 품목에 대해 수출을 규제한 지 2년이 지났다. 당시 일본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의 핵심 소재 수출을 막아 한국 경제에 타격을 입히겠다는 취지로 규제했지만, 정반대로 일본 기업이 안정적인 수출선을 놓치는 등 피해가 커지면서 역풍을 맞고 있다는 평가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의 국산화와 다변화를 통해 대일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산업통산자원부가 발표한 ‘소부장 경쟁력 강화 2년 성과’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이었던 3대 품목(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일본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다. 올해 1~5월 불화수소 수입액은 460만달러로, 2019년 같은 기간 2840만달러보다 83.6% 감소했다. 반도체 회로를 깎고 불순물을 제거하는데 쓰이는 불화수소의 국산화와 더불어 공급망 다변화로 대일 의존도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디스플레이 부품으로 사용되던 블루오린 폴리이미드는 국내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가 제조 기술과 생산 기반을 확보하면서 의존도를 ‘제로(0)’로 만들었고,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는 벨기에산 수입을 12배 늘리면서 다변화로 50% 이하로 낮췄다. 산자부는 100대 핵심 품목의 대일 의존도 역시 2년 사이 31.4%에서 24.9%로 6.5% 감소했고, 소부장 산업 전체에서도 일본 의존도를 16.8%에서 15.9%로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내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의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연구개발을 통한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들이 개발한 소부장 기술은 관련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으로 이전돼 산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소재 독립의 중요성으로 승격된 한국재료연구원은 상용 합금 대비 인장강도가 13% 높은 에너지 플랜트용 타이타늄 신소재 및 블레이드 제조 기술을 개발해 기술 이전했고, 지역 주력산업의 핵심부품인 모터와 엔진, 터빈의 핵심소재 부품 인프라도 구축했다. 여기에 땀 속 마약성분 검출 가능한 패치형 광센서 소재 개발과 비희토류계 영구자석 설계 및 제조기술 개발 등의 성과도 냈다. 재료연 뿐만 아니라 한국기계연구원은 전량 일본 수입에 의존하던 초정밀 절삭가공장비 지그센터의 국산화에 최초로 성공했고, 한국전기연구원도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의 성능과 생산량을 크게 높일 수 있는 ‘트렌치 구조 모스펫’의 설계 및 공정 평가기술을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역시 핵심 원천기술 개발과 기술 이전, 상용화 등으로 소부장 기술자립도를 높이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위기가 우리에게는 기회가 된 셈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출연연 기관들의 연구개발, 중소·중견기업과의 협력으로 소재·부품·장비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비록 일본의 경제 보복에서 촉발됐지만 소부장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는 소재 산업의 기술 자립과 함께 관련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공급망 창출을 통한 제2의 일본 규제 대응책까지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야 말로 일석삼조의 효과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소재 기술 자립도를 더욱 높이면서 주력 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산업 체질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는 건 두 말할 나위 없다.

    김정민(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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