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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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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칼럼] ‘비방(秘方)’은 존재하는가

최낙명 (몸그린한의원 원장)

  • 기사입력 : 2021-07-26 08: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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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법(秘法)’이란 단어는 일상 주변에 널리 퍼져 있다. 그래서인지 쉽게 지나치지만, 어떠한 목적으로 무언가를 구하게 될 때는 이것보다 크게 와닿는 것도 없다. 왠지 모르게 확실한 정답 같고, 무엇을 접하더라도 평균 이상을 보장하는 마법과도 같은 말이다. 어떤 수식어보다 신뢰를 준다. 그러나 만연할 만큼 있다 보니 이 단어마저 부족해 미사여구를 추가한다. 예를 들면 ‘몇 대를 거쳐 온’, ‘특허를 받은’, ‘누구 누구가 이용하는’ 따위의 말들이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한 단어에 실렸던 강한 신뢰감을 하락시킨다. 이때부터는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저마다의 경험을 토대로 여러 정보들이 통합되고, 곧 의미는 ‘신뢰’라는 수준에서 ‘해답’으로 변질되고, 판단력이 부족할 시 ‘맹신’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신체에 나타나는 병리현상(病理現狀)이 스스로의 통제범위를 벗어나면 의학이란 힘을 빌리게 된다. 이 경우 생명에 관한 것이라 비법이란 말에 의미를 크게 두게 됨은 인지상정이다. 다만 모든 현상에는 ‘음양’이란 양면이 있기 때문에, 한편의 의미가 클수록 맞은편의 주의를 더욱 요함은 당연하다. 따라서 의료를 이용 시, 이런 것에 대해 관조하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진료를 하다 보면 어떤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서는 이러저러한 치료를 잘한다는데, 여기서도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을 듣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대부분이 내원하고 싶어도 거리가 문제되거나, 유행에 따른 관심이 이런 질문의 연유(緣由)이다. 생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삶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희귀난치성 질병을 치료함에 있어 꼭 필요한 수술요법 또는 약물요법을 다루는 곳을 포함한 이와 연관된 정보들은 모두 제한적이며 그에 따른 비용 또한 일반적인 범주를 벗어난다. 이런 경우는 차선책이라는 것이 없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의학에서 다루는 질환은 그런 종류가 아니다. 수술적인 처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진통과 증상완화에 집중된 ‘삶의 질을 높이는 재활’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의료기관이 많아질수록 환자들은 여러 의료 서비스를 접할 수 있게 되며, 이는 곧 의료에 대한 접근성의 향상을 의미한다. 다만 의료기관이 많아지더라도 앞서 언급한 위중한 질환을 다룰 수 있는 곳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한정된 곳을 제외한 나머지 곳들에서는 그리 까다롭지 않은 질환군을 대부분 원활하게 다룰 수 있다. 즉 본인이 습득할 수 있는 여러 방면의 정보들이 어쩌면 크게 도움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의학은 타 방면보다 더욱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의료인은 항상 공부하며 주의해야 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또한 환자는 의료광고 또는 타인의 경험에 의한 정보를 필터링하는 분별력을 가져야만 한다. 따라서 소위 비방이라는 남들에게 알릴 수 없고, 객관적이지 못한 치료방식에 대해서는 경계함으로써 오히려 심신이 훼손될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료를 이용함에 정도는 없다. 하지만 방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반드시 의학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한의학이든 현대의학이든 객관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되, 본인에게 적합한 것들을 지속적으로 찾아 나가야 한다.

    최낙명 (몸그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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