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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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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인구문제- 황상윤(전 경남치과의사회장)

  • 기사입력 : 2021-08-10 20: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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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월 말 창원의 인구가 직전 달보다 397명 늘었다. 2018년 1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월간 인구가 증가세로 돌아서 축제 분위기다. 전 세계 기준으로 보면 아직도 인구는 늘어나고 있어 환경을 위해 인구를 줄여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출산율을 떨어지게 하기 위해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도 있었고 정관수술하면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주는 일도 있었고 셋째 출산부터는 의료보험 적용도 못 받게 하는 코미디 같은 일도 있었다고 기억한다. 2020년 출생아 27만명, 사망자 30만명으로 대한민국 인구 감소의 원년이 되었다. 출산율은 0.84를 기록하여 초비상 상태다. 최근 몇 년 동안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수십 조를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의 불명예를 기록하고 그 기록이 점점 낮아지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집단 자살이라는 표현이 나올만한 상황이다.

    지구 전체로 눈을 돌려보면 종교 지역 경제 상황 등 변수가 많지만 폭발적 증가를 보이던 인구가 약간은 증가세가 둔화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인구증가를 둔화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여성의 교육 정도다.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폭발적인 인구 증가세가 둔화되었다고 보는 시각에 동의한다. 종교적인 면을 고려해도 이 문제는 각 나라가 비슷한 통계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성들이 직업을 갖는 게 당연한 시대가 되니 결혼보다는 본인의 공부와 취업 준비에 초점을 두어 결혼이 늦어지고 있다. 결혼을 하더라도 늦게 하게 되니 하나만 낳는 경향도 많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행복을 미래를 위해 유보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출산율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한다. 자식을 키우는 힘든 일이 미래에 보상을 받는다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현재의 삶을 열심히 즐기겠다는 현명한 생각(?)이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해도 애를 낳지 않는 경향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앞으로도 출산율 저하는 미세한 반등이 일시적으로 있을 수는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대세로 인정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수십 조 원의 재원을 되지도 않을 출산율 올리는 데 사용하는 대신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연금개혁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국민연금이 적자로 전환되는 시점은 2044년이고 고갈되는 시점은 2051년으로 예상된다. 사학연금은 2029년에 적자로 전환된다. 인구가 줄어드는 미래 세대가 나이 많은 현 세대를 부양하는 구조는 불가능한데도 이번 정부도 표가 떨어지는 연금개혁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 비겁함을 보이고 있다.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국민연금까지 시급한 일이다.

    정년 연장은 지금도 논의되고 있지만 고용 유연성이 없는 정년 연장은 미래 세대의 일자리를 뺏는 일이기에 고용 유연성과 임금피크제가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 사회 전체의 구조조정은 이미 늦은 감이 있다. 인구 구조에 맞추어 대학 정원은 과감히 줄였어야 되고 대학도 살아남는 방법을 강구하게 하고 안 되는 대학은 문을 닫을 수 있게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인구가 적은 강소 국가로 살아남을 수 있게 인문계 정원을 줄이고 자연계 정원을 늘려 대학 진학률을 낮추어야 한다. 공무원은 한번 늘려 놓으면 줄이기가 어렵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세계적 IT 국가에서 공무원 숫자를 정치적으로 늘리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선호하는 주택의 구조도 다를 것이고 아플 때 간병하는 사회 시스템도 구비해야 된다.

    인구가 줄어드는 게 불행이 되지 않게 하려면 할 일이 아주 많다. 이런 일들이 인기가 없는 일들이다. 정치권은 표를 의식한 정책만 남발하고 국민들은 각자의 생각과 이익에 맞춰 목소리를 내는 현재의 분위기로는 우리가 살아남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세대는 인원도 많고 어느 정도의 자산도 있으니 그럭저럭 견디겠지만 미래 세대는 상당히 힘들어질 것이다. 이럴 때 리더는 어려움을 직시하고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같이 극복해 나가자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지만 지금의 정치 시스템으로는 누가 국민들에게 많이 퍼주는 경쟁이 되니 참으로 걱정이 된다.

    황상윤(전 경남치과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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