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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펫(Pet)] 유기견 입양하기

“나 데려갈거면 늙고 병들어도 지켜주개, 댕댕”

  • 기사입력 : 2021-08-13 07: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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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능 ‘1박2일’의 그레이트 피레니즈 종 상근이가 유명해지자, 그레이트 피레니즈 분양이 유행된 적 있었다. 하지만 국내 주거 환경에서는 키우기 힘든 대형견이라 유기동물보호소에서 해당 견종이 자주 발견됐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버려진 결과다. 가족으로 사랑받았던 동물들은 거리를 떠돌다 구조의 손길이 닿으면 유기동물보호소로 보내진다. 창원·마산유기동물보호소를 방문해 유기견을 반려동물로 입양하는 절차와 유의할 점을 알아봤다.

    창원시농업기술센터 내 창원유기동물보호소에 보호 중인 유기견들./성승건 기자/
    창원시농업기술센터 내 창원유기동물보호소에 보호 중인 유기견들./성승건 기자/
    창원유기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 입양을 위해 방문한 한 가족이 보호소 내 유기견들을 살펴보고 있다./성승건 기자/
    창원유기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 입양을 위해 방문한 한 가족이 보호소 내 유기견들을 살펴보고 있다./성승건 기자/

    ◇유기동물보호소에 가다

    “버린다는 건 인간의 이기심 때문 아니겠어요? 개는 사랑해주는 만큼 좋아해요. 입양자 마음이 제일 중요하죠. 끝까지 가족이라 생각하고, 아파도 진료해 키우겠다는 각오가 없으면 키우지 마라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에게 두 번 고통 주는 일이니까요.”

    찜통더위가 이어진 4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마산유기동물보호소에서 만난 조득영 반장은 유기견들이 보호되는 방을 안내하며 말했다. 방문을 열자, 낯선 사람이 온 걸 아는지 개들이 짖기 시작했다. 현재 보호소에는 200마리가 넘는 유기견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만 해도 5마리가 새 식구로 들어왔다.

    조 반장은 “보호소에 120마리 정도 수용 가능한데, 지금은 두 배가 훨씬 넘는다. 적정두수를 초과하면, 공격성이 짙거나 사람 손을 안타고 멀리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인도적 처리(안락사)에 들어간다. 주인을 찾지 못해 4년 넘게 머물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기견들이 보호되는 공간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았다. 철창마다 부착된 이름표엔 공고번호와 성별, 추정 연령, 특징, 발견 장소가 적혀 있었다. 기자가 움직일 때마다 날카로운 이빨을 보이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자기들끼리 싸워 얼굴에 생채기가 난 개들도 있었다. 10kg이 넘는 믹스견들로, 대부분 공고시일을 넘긴 상태였다. 입양자들이 품종견을 선호해 덩치가 큰 개들은 데려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말티즈, 푸들 등은 찾기 어려웠다. 누군가에게 사랑 받았을 동물들은 어쩌다 이곳까지 오게 된 걸까.

    조 반장은 “보호소에 입소한 동물의 대다수는 동물등록 미준수, 이름표 미착용, 대문 단속 소홀로 인한 견주의 의식 부족으로 버려진다. 고의적으로 버려져 유기된 동물들은 20~30%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잘못된 시각은 버려지는 유기견의 수를 급증시켰다. 지난해 창원시 유기동물보호소에 입소된 유기견은 1869마리. 전국 지자체 중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 그중 899마리가 입양돼 입양률(48.1%)은 전국(30.8%)과 비교해도 높다.

    조 반장은 “하루 종일 짖는다고 버리고, 병들어서 버린다. 심지어 귀여워서 샀는데 빨리 커서 버리는 경우도 있다. 여러 가지 핑계로 동물을 버리는 게 오늘날 사회의 모습이다. 이 같은 악순환이 동물 유기의 원인이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냥 개를 데려가려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입양이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 입양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창원유기동물보호소에서 한 강아지가 가족 품으로 입양되고 있다./성승건 기자/
    창원유기동물보호소에서 한 강아지가 가족 품으로 입양되고 있다./성승건 기자/
    마산유기동물보호소 내 유기견들의 모습./주재옥 기자/
    마산유기동물보호소 내 유기견들의 모습./주재옥 기자/
    마산유기동물보호소 내 유기견들의 이름표가 걸려 있다./주재옥 기자/
    마산유기동물보호소 내 유기견들의 이름표가 걸려 있다./주재옥 기자/

    ◇유기견을 입양하고 싶다면

    “아파트 생활을 하다 보니, (입양을 두고) 며칠을 고민했어요. 아이들이 키우고 싶어 해, 결국 엄마인 제가 희생했죠.” “갇혀 있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지금 길고양이와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데, 한 마리 더 입양해 키우고 싶어 들렀어요. 눈에 들어오는 아이는 있어, 이번 달까지만 일하고 (강아지를) 데려오려 합니다.”

    유기동물은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동물보호센터)를 통해 입양할 수 있다. 창원시는 의창구 명서동, 마산합포구 진북면, 진해구 성내동 3곳에서 유기동물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창원시농업기술센터 내 창원유기동물보호소(의창구 창이대로 71)의 경우 매주 화·금요일 오후 3~4시 두 차례 유기견 입양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법적으로 유기동물을 공고하는 기간은 10일. 열흘 동안 원래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유기동물 소유권이 지자체로 넘어간다. 소유권을 넘겨받은 지자체는 일반인에게 유기동물을 분양할 수 있다. 만약 일정 기간 새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유기동물을 인도적 처리하기 때문에 유기동물 입양을 결정했다면 빠르게 연락을 취하는 것이 좋다. 지자체 보호소의 유기동물 공고를 비롯한 입양 절차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나 유기견·유기묘 관리와 입양을 담당하는 포인핸드 애플리케이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물보호단체에서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방법도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구조한 동물들을 보호하고 관리, 교육한 뒤 입양 공고를 낸다. 동물별로 사연을 알 수 있고, 유기동물 공고 기간이 지난 뒤에도 인도적 처리를 하지 않는다. 개별 동물보호 단체 홈페이지와 온라인 카페에서 입양 절차를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동물공감판에서도 주요 단체의 유기동물 정보를 제공한다.

    사설 유기동물보호소에서도 입양할 수 있다. 사설보호소는 개인이 버려진 동물을 데려다가 보호하는 시설을 의미한다. 사설보호소 역시 인도적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체 관리가 잘 이뤄지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 사설보호소의 경우 관리 상태는 물론 입양 절차가 보호소마다 다르므로 사전에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유기동물을 입양할 때는 사전에 연락하고 보호시설에 방문해야 한다. 이후 입양신청서, 입양동의서, 입양계약서 작성 순서로 입양 절차가 이뤄진다. 책임비와 치료비를 내야할 때도 있다. “유기동물을 입양하는데 왜 돈까지 내느냐”는 이들도 있지만 동물에게 최소한의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기 때문에 공짜로 입양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동물보호 교육 이수, 최소 두 차례 이상 보호시설 방문, 사전 인터뷰, 입양될 집 현장 방문, 입양 후 보호시설과 지속적인 연락 등 유기동물 입양에 까다로운 조건을 정한 곳도 있다. 이는 유기동물이 또 한 번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절차이므로 입양자의 이해가 필요하다.

    창원시 축산과 관계자는 “정해진 절차보다 중요한 것은 입양자의 마음가짐이다. 생명을 아름답게 보려는 마음보다, 끝까지 책임지고 보살필 각오가 되어 있는지 가족의 동의를 구했는지 경제적 부담을 짊어질 수 있는지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유기동물은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창원시는 유기견을 입양한 창원시민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축산과 관계자는 “보호소를 통해 유기동물을 입양한 후 펫보험에 가입하면, 입양일로부터 1년간 1000만원 한도 내 60%를 보장받을 수 있다. 입양일로부터 15일 이내 지정 동물병원에서 접종·진료·수술하면 50% 할인(1회 한도) 쿠폰이 제공되고, 6개월 이내 중성화 수술하면 최대 12만원이 지원된다”고 설명했다. 글=주재옥 기자·사진=성승건 기자

    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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