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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0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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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탐(老貪)과 기부- 허만복(전 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21-09-14 20: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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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초등학교 저학년짜리 한 명밖에 없는 귀한 손자의 생일에 선물 값이라고 용돈을 조금 주었는데, 닷새 후에는 시아버지 생신이라고 며느리가 큰 댁에 와서 금일봉을 주길래 봉투를 보고 노추함을 느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죄악 중에 탐욕보다 더 큰 죄악이 없다고 했으며, 재앙 중에는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큰 재앙이 없다고 했다. 작년에 작고한 정진석 추기경은 ‘버려야 행복하다’는 유언에 자기의 각막과 장기까지 기증하고, 예금 통장에 남아 있는 800만원까지 기증했다는 기사를 보고, 다시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았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유언대로 1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재산을 기부를 하고, 특히 세계를 놀라게 한 컬렉션에는 한국작품 1369점, 외국작품 119점. 모두 1488점을 기증한다는 소식에, 수많은 원로 화가들도, 앞다투어 작품을 기증하여 전시할 장소가 협소할 정도라니 문화계의 희소식이다. 서울에 작품 전시장이 건립된다는 정부 방침에 고인과 관계되는 많은 지자체가, 지금까지도 전시장 유치 경쟁을 위해 법적으로, 또는 19개 시·도가 단체 행동도 하겠다는 소식에 고인의 뜻에 정말 민망스럽고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세계적인 갑부 빌게이츠도 재산의 2/3 이상을 인류를 위해 기부를 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재산을 기부한 사람도 많다. 그중 크게 배우지 못하고 산전수전 다 겪으며, 모은 재산을 자식들에게 유산을 주지 않고 전 재산을 교육에 기부하는 어른들도 많다. 삼영화학의 관정 이종환 회장은 1조원이 넘는 우리나라 제일의 장학재단을 세워, 매년 수 백 명의 후진을 위해 기부를 하고 있으며, 서울대학교에 600억원을 들여 ‘관정도서관’을 건립하여 부국양병의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기부는 재산이 많다고 하는 것이 아니고, 남을 위한 배려를 많이 하는 사람과 교육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하는 것이 공통점인 것 같다. 이건희 회장의 유일한 저서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버릴 줄 아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고 했으며, 요즘 1억원을 사회 기부를 하는 아너소시어티 회원들이 매년 늘어나는 것도 우리사회의 밝은 앞날을 예견하고 있다.

    온갖 고생 끝에 성공한 어른들이 큰 금액을 교육기관에 기부하는 것은 교육의 중요함 때문인 것 같다. 관정선생은 ‘돈이 아니라 사람을 남겨야 한다’며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는 것이 자기의 숙원이라고 했으며, 이건희 회장과 정진석 추기경은 ‘버릴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명언도 남겼다. 이젠 우리 사회의 가진 자든지 원로든지 죽음의 옷, 즉 수의에 호주머니가 없음의 큰 뜻을 되새겨 보고, 어려운 일이지만 금액의 대소를 떠나 노탐에서 벗어나 기부 활동에 참가해 보자.

    허만복(전 경남교육삼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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