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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0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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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척(隻)지다- 이용호(밀양시 체육회 자문위원)

  • 기사입력 : 2021-09-16 20: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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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척(隻)은 ‘한 쌍의 한쪽’ 즉 외짝을 가르킨다. 그런데 ‘척지다’의 隻은 이러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 隻은 아주 특수한 의미를 지닌다. 조선시대에 소송사건의 피고(被告)가 바로 隻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민사소송은 소송을 건 원고와 소송을 당한 피고 사이에서 성립한다. 그러니까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는 한 짝이 된다. 원고 쪽에서 보면 한 쌍의 외짝은 피고가 된다. 그러한 성격의 ‘피고’가 외짝을 가리키는 한자 隻의 의미와 부합하여 隻이 ‘피고’의 의미를 띠게 된 것이다.

    한국법원이 처리한 민사사건은 1년간 150만 건 정도다. 일본은 같은 기간에 80만 건을 처리한다. 인구를 비교하면 한국이 일본보다 4배 정도 된다. 한국에서 소송이 잦은 이유는 국민성에서 찾는 사람이 많다. 일본은 예로부터 양명학(陽明學)을 받아들여 실리를 중시하고 사전조율과 막후 협상에 익숙한 반면, 한국은 주자학(朱子學)을 수용해 체면과 명예를 숭상하면서 타협을 변절과 다름없이 여기는 풍토가 생겨난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한국 사람들이 조정과 타협에 인색하다는 것은 통계가 증명하고 있다.

    필자가 법원조정위원으로 재직 시 많은 조정사건을 접했다. 주로 건설 관련 소송, 형제간의 토지 유류분 소송, 토지 및 건축물 경계선 침범 소송 등을 많이 했으며 형제간, 이웃 간 평소 소통 없이 지내다 보면 조금만 이해관계가 있으면 타협과 양보로 해결될 문제인데도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의 관계는 정말 모를 일이다. 부부 사이와 부모·자식 사이는 물론이고, 친구나 동료 사이는 더더욱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원수가 될 수 있다. 그래서 隻을 지지 말고 양보하고 살면 사회구조의 근간이 되는 인간관계가 원활해진다. 사회구조를 지탱한다고 자부하는 위정자들이 인간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해 독점적으로 휘두르기 때문에 사람들끼리 원수가 된다. 사람과 사람의 ‘척짐’은 최소한 법이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구조와 인간의 ‘척짐’은 누가 해결할 것인가. 사회구조가 ‘피고’가 되면 말이다. 사회구조가 隻지는 것은 위정자에 무한책임이 있다. 양보하고 한번 살아보자.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이용호(밀양시 체육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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