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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0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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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기자의 판읽기] (4) 부산 '완월동' 성매매 업주 구속의 의미

일 쉬었다고 벌금 뜯어온 성매매 업주 ‘공갈죄’로 법정구속
창원 서성동집결지도 부당이득 만연, 같은 사례 재판 다수 진행
부산 성매매 ‘뻑비’로 단죄…엄벌해야 할 업주는 마산에도

  • 기사입력 : 2021-09-30 20: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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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에는 경남지역 유일의 성매매 집결지가 있습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17년이 지나도 이곳은 법적 강제조치로부터 제외되다시피 하는 ‘치외법권’ 혹은 ‘무법지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꾸고 있지만, 이곳은 예외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창원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뿐만 아니라 전국 성매매 집결지 어디건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겠죠?

    창원 서성동을 비롯해 전국 성매매 집결지의 홍등이 꺼지지 않는 이유는 그럼 무엇일까요?

    여러 이유가 복잡하게 얽혀 있겠지만 저는 단언컨대 업주들이 여성들을 착취해 손쉽게 이익을 얻는 고착화된 구조가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 속 행정당국과 경찰은 의지를 갖고 없애려 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도 기자의 네 번째 판읽기, 짐작하셨듯이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창원지법 진주지원에서 있었던 1심 선고 결과와 사회적 의미를 판결문을 중심으로 살펴볼 텐데요, 판결문 속에 등장하는 성매매 집결지는 경남이 아닌 부산 최대의 성매매 집결지인 서구 충무동의 ‘완월동’입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일원. /경남신문DB/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일원. /경남신문DB/

    ◇성매매 종사자 착취 대명사 ‘뻑비’는 ‘공갈’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형사2단독 이효제 판사는 지난 8월 19일 공갈 혐의로 기소된 부산 서구 충무동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 업주 A(46)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검찰이 불구속 기소하고 징역 1년을 선고해달라 재판부에 요청했는데, A씨는 검찰 구형보다 6개월 더 높은 실형을 받고 이 선고 직후 법정구속됐습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번 사건은 성매매 업소 관계자들이 주로 적발돼 기소되는 혐의인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이 혐의로는 기소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부산일보 보도를 보면, 검찰이 성매매 알선 혐의를 적용하기 위한 성 구매자 증거 확보 등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았던 점 등 여러 이유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여집니다.

    검찰이 성매매 알선 혐의 대신 기소한 죄목은 바로 형법 350조 ‘공갈’입니다. 재산상의 불법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을 협박하는 일을 뜻하지요.

    그렇다면 검찰이 성매매 업소 업주를 공갈 혐의로 기소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업주가 받는 속칭 ‘뻑비’가 바로 재산상의 불법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을 협박하는 일이라 본 것입니다. 뻑비는 성매매 종사자들이 몸이 아파서 결근할 경우 내는 결근비를 뜻하는 은어입니다. 저를 포함해 여러 경남신문 기자들이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취재한 성매매 집결지 종사자와 탈 성매매 여성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뻑비는 착취와 인권유린의 대명사였습니다. 종사자 대부분이 고액의 빚을 안고 집결지로 유입됩니다. 업주들은 이들이 집결지에 발을 들일 때 숙박비 등 성매매에 필요한 각종 비용을 떠안기게 하는데요. 이를 선불금이라 합니다. 이 선불금으로 빚의 늪에서 헤어날 수 없도록 만든 뒤 한 달 평균 수십명의 남성을 상대하게 한 후에, 업주는 수익의 절반을 떼 갑니다.

    남은 절반은 그럼 종사자들이 가지고 가느냐고요? NO입니다. 방값과 식비, 세탁비, 미용비, 의류비 등 집결지에서 일하기 위한 필요 비용을 남은 절반에서 떼 가고, 몸이 아파 쉬는 날엔 ‘뻑비’를 또 떼가는 겁니다. 일을 하면 할수록 빚이 더 늘었다는 한 탈 성매매 여성의 말이 잊히지 않습니다.

    “하는 게 뭐 있다고 아프다고 하노. 쉬고 싶으면 돈 내고 쉬어라.”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종사자 여성이 근무일에 일을 하지 않거나 조퇴하는 경우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70만원 가량의 뻑비를 그날의 매출 대신 장부에 기재하고 그 중 절반을 A씨에 대한 채무로 올리게 하는 방식으로 협박해 약 6년간 106회에 걸쳐 2300만원을 뻑비로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판사는 뻑비를 “근무를 강제하기 위한 일종의 벌금으로서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또 해당 피해자를 포함해 각지의 성매매 종사자 여성들의 실태를 짐작하기에 부족함 없는 언급을 했습니다. “매우 심각하고 불합리한 경제적 착취 상태에 있었다”고 말이죠. 집결지 내 종사자들이 겪고 있는 인권 유린과 착취의 실상을 제대로 인정한 것은 물론 ‘뻑비=공갈’이라 해석하고 실형을 선고한 이 사례가 주는 사회적 의미가 작지 않은 첫 번째 이유입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완월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판결이 주는 두 번째 의미는 그럼 무엇일까요? 부산 ‘완월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선명하게 알린 이효제 판사의 양형이유에서 해답을 찾았습니다.

    이 판사는 양형 이유를 통해 “피해자가 장기간 심각한 심적, 경제적 고통을 받아왔을 것임이 명백하다”며 “아직도 전국 곳곳에 산재한 집창촌에서는 A씨와 같은 포주가 선불금, 뻑비, 생활비 등을 명목으로 성매매 여성을 착취하며 성매매의 굴레에서 사실상 벗어나지 못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범죄의 근절을 위해서는 피고인을 엄벌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업주들의 그릇된 인식에 경종을 울리고 범죄의 근절을 위해 엄벌해야 한다는 사법부의 의지를 본 판결이란 것이 두 번째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조아라 김앤파트너스 변호사(경남지방변호사회 홍보이사)도 “사기나 공갈 범죄는 금액이 형량에 큰 영향을 주는데, 이 사건의 경우 형량에 비해 범죄 금액이 많은 편은 아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 기간이 길고 일시적인 것이 아닌데다 심리적·경제적 착취와 일종의 학대가 있었다고 보고 일반 공갈보다 더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엄벌한 것으로 판단된다. 재범의 가능성도 높게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민단체가 법원의 판결에 환영 성명을 내는 일 흔치 않은데요, 시민단체도 법원에 박수를 쳤습니다.

    이 판결 이후 ‘부산 완월동 폐쇄 및 공익개발 추진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는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무법지대로서 지자체와 수사기관 위에 군림하던 성매매 집결지를 사법적으로 심판해 뻑비가 공갈협박임을 인정한 최초의 사례인 것이다”고 환영했습니다.

    경제적·심리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의 피해자를 장기간 협박해 배를 불린 업주. 그러고도 범행을 부인하며 뉘우치지 않고 있는 업주. 어디 부산 ‘완월동’의 A씨뿐일까요?

    이 글의 앞 부분에 말씀드렸듯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에는 경남지역 유일의 성매매 집결지가 있습니다. 창원시가 이 일대를 폐쇄하겠다고 공언한 지 2년이 지났고요. 허성무 창원시장은 “눈앞의 불법 성매매 행위와 여성인권 유린이 일어나는 부끄러운 현장이 사라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요.

    근린공원으로 조성하는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폐쇄 기본 계획’을 마련하고 창원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인권보호 및 자립·자활지원 조례를 제정한지는 1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중요한 건 의지와 추진력이겠지요? 1년 전 이맘때쯤 제가 만났던 한 탈 성매매 여성의 간절한 목소리를 전하며 도 기자의 네번째 판읽기 끝마칩니다.

    “집결지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이상 업주들은 계속 성매매 여성들을 착취할 게 분명하기에 하루 속히 폐쇄돼야 합니다. 또 업주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다면 이들은 날개를 달고 더 쉽게 돈을 벌 테고 남아 있는 성매매 여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거예요. 탈출한 저뿐만 아니라 성매매 종사자들이 인권을 유린 당하고 금전적으로도 착취를 당하면서 살아왔지만, 이제는 성매매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처럼 살기를 희망합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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