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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 2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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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30) 지리산 삼성궁 단풍

절망과 고통이 영혼을 달궈 오색 빛깔로 산을 밝히노니

  • 기사입력 : 2021-11-09 21:35:54
  •   

  • 염통- 지리산 단풍


    붉은 핏줄 펄떡이는

    지리산의 가을에 들었다

    이 초라한 육신은

    잠시 황홀에 떨며 섰다

    오랜 열망의 시간을 품었다가

    이제야 보여주는 뜨거운 염통

    나는 회한의 가슴을 쓸어내린다

    한때 어리석음에 도취되어

    얼마나 긴 시간을 낭비했던가

    인간다운 시절은 얼마였던가


    여름을 지나면서 나의 마음은

    매미보다 많이 운 적도 있었다

    비바람과 천둥, 번개에 상처 입은 날들

    생의 벼랑이 이런 것인가

    영혼이 어둠을 헤매고 있을 때

    등을 밝혀 준 사람이 있어

    폭풍을 견디며 여기까지 왔다

    더운 피 선연한 단풍에

    비로소 물들 수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사방에서 날아오는 화살

    꽂히고 또 꽂혀도

    정신은 더욱 또렷하게 날을 세웠다

    피는 흘리면 그뿐

    상처가 흉터로 남을지언정 나는 잡아먹히지 않았다

    날아오는 화살을 향해 서슴없이

    나는 가슴을 열기도 하였다

    내가 흘린 피만큼

    주변은 찬란하였으므로


    축복이리라

    지리산의 장엄한 풍광 앞에 선 것은

    열매와 낙엽이 발아래 수북하니

    지난 시간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

    절망과 고통이 영혼을 달구어

    오색 빛깔로 산을 밝히노니

    숱한 발길들도

    그리하여 마침내 여기로 향하고 있다

    뜨거워라

    살아 꿈틀거리는 저 붉은 염통

    아, 가을, 지 리 산


    ☞ 지리산청학선원 삼성궁.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에 있는 도량이다.

    묵계 출신의 강민주(한풀선사)가 1983년부터 33만㎡의 터에 고조선 시대의 소도(蘇塗)를 복원하였다고 한다.

    해발 850m라 마산의 무학산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편이다.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시는 배달겨레의 성전이다.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를 되찾고 홍익인간 세계를 이루자며 무예와 정신을 수련하는 이들의 터전이다.

    1000개가 넘는 돌탑, 한반도와 만주를 상징하여 만든 연못과 한낮에도 햇빛이 들지 않는 토굴, 전시관, 전통찻집 아사달, 천궁, 숙소 등이 있다.

    배우 전지현과 주지훈 주연의 드라마 ‘지리산’이 요즘 방영 중이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지리산은 언제 가도 압도되지만 가을 단풍은 숨이 막힌다.

    심장이 있다면 펄떡이고 설레는 느낌이 들 것이다.

    파전과 막걸리에 취하고 지리산 단풍에 취해 당신의 가슴도 붉게 타오르기를. 뜨거운 기운을 팍팍! 받기를.

    시·글= 이서린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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