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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살만한 세상- 이상규(여론독자부장)

  • 기사입력 : 2021-11-18 20: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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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0~1980년 한국이 못 살던 시절, 우리는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모두 노력했다. 이후 한국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선진국 문턱에 진입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우리는 집을 갖게 되었고 자가용도 있고 밥도 굶지 않는데 더 ‘돈, 돈’ 하며 돈에 목을 맨다. 돈이 갈수록 위력을 발휘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자본이 세상을 지배하는 유일한 척도가 되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세상이 더 살만해지면서, 나이가 들면서 어느새 돈이 사람을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이 되고 말았다. 그 사람의 인격과 품격 따위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들도 나처럼 돈으로 값을 매길 게 아닌가. 그들은 나를 얼마짜리 인간으로 판단할까. 그리하여 우리는 모두 스스로 주눅이 들고 돈에 더 집착한다. 얼마나 돈을 갖고 있는지 가장 잘 드러나는 척도는 아파트다. 그래서 아파트값은 끝이 어딘지 모르게 오르고 있다.

    ▼아파트가 안 되면 좋은 자동차라도 가져야 한다. 오늘 당장 굶더라도 좋은 차는 가져야 한다는 ‘카푸어’의 탄생은 어쩌면 당연하다. 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 자본이 유일한 척도인 시대에 가난한 사람은 무능하거나 게으르다고 간주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개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이 가난하다. 청소하는 사람, 공사하는 사람, 운전하는 사람, 그들은 평생 열심히 일하지만 늘 가난하다. 공산주의는 실패로 판명 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은 사회·구조적 문제 때문이 아닐까 의심해 본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현시점 인류가 채택한 가장 효율적이고 앞선 제도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부자가 되기를 바라면서도 부자를 존경하지는 않는다. 지난 시절, 우리는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했으나 지금만큼 부자가 부럽지도 않았고 부자가 되는 게 유일한 꿈도 아니었다. 어린 시절 내 이웃도 대부분 가난했지만 돈이 전부라는 생각하는 이는 드물었다. 배고파도 인정이 살아있던 그 시절은 다시 되돌릴 수 없을까.

    이상규(여론독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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