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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8월 12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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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기자의 판읽기 (7) 데이트 폭력을 바라보는 시선

협박에 폭력 ‘악마가 된 연인’… 솜방망이 처벌의 그늘
상대 정보 잘 아는 연인관계서 반복 범행
도내서만 연평균 신고건수 500건 넘어

  • 기사입력 : 2021-11-21 2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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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C방에 함께 가볼 것 △술버릇을 확인할 것 △장시간 운전을 해볼 것 △식당 종업원을 대하는 행동을 지켜볼 것 △일부러 싸움을 걸어볼 것.

    독자 여러분들, 퀴즈입니다. 이 5가지 행동은 무엇일까요?

    바로 손경이 성교육 전문가가 한 지상파 방송을 통해 말한 ‘데이트 폭력을 감지할 수 있는 5가지 테스트 방법’이라고 합니다. 무의식 중에 나올 수 있는 상대의 행동들을 관찰해 상대가 데이트 폭력을 저지를 만한 사람인지 예측해보는 테스트인 거죠.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 좋아하기만 해도 모자랄 시간에 이런 테스트를 해봐야 하는 현실이라니.

    그러나 현실은 이런 테스트를 해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잔인하기도 합니다. 도 기자의 7번째 판읽기(판결문 읽어주는 기자)에서는 연인관계에 있었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데이트폭력’(교제 폭력) 판결문을 살펴봅니다. 판결문 속에는 데이트 폭력 감지 5가지 테스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슬프고도 잔인한 현실이 나타나 있었습니다. 힘의 우위를 앞세워 폭력을 서슴지 않았던 가해자들을 바라본 재판부의 시선은 어땠을까요?


    ◇끊이지 않는 데이트 폭력

    데이트 폭력은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행하는 신체적, 정서적, 언어적, 경제적, 성적 폭력을 아우르는 개념인데요. 상대를 감시(스토킹)하거나 통제하려는 행위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최근 창원지방법원에서 있었던 1심과 항소심 판결 사례 하나를 보겠습니다. 데이트폭력 가해자 A(52)씨는 B(43)씨와 연인 관계로 지내다 지난 3월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의심하고 폭행한 일로 헤어졌습니다. 만나달라고 요구했는데도 만나주지 않자 앙심을 품은 A씨, 얼마 뒤 B씨와 영상통화를 하다 자신의 손목을 흉기로 긋는 시늉을 하는 장면을 보여준 것을 비롯해 두 달 가까이 23회에 걸쳐 영상, 사진, 문자를 전송하게 됩니다.

    창원지법 형사1단독 김민상 부장판사는 지난 6월 A씨에게 징역 6월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반복적으로 상대방을 위협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피해가 크고, 그 내용을 고려할 때 죄질이 좋지 않다”며 “동종의 중한 처벌 전력이 없기는 하지만 사안의 심각성과 피해정도를 고려할 때 이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A씨 1심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군요.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인 창원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김병룡 부장판사)도 1심과 같은 징역 6월을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의 반복적인 범행으로 인해 B씨가 매우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습니다. 피해자의 의사가 판결에 반영돼 실형이 선고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지난해 양산에선 A씨 사례보다 더한 일이 있었군요. 헤어진 여자친구를 감금하고 폭행하고도 모자라 풀어준 뒤엔 수백 번 협박전화까지…. 판결문을 보면 할 말을 잃게 될 지경입니다.

    울산지법 형사10단독 김경록 판사는 중감금과 건조물 침입, 협박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35)씨에게 지난 2월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C씨는 지난해 4월 “한 번만 더 만나주면 정말로 헤어져주겠다”며 전 여자친구 D씨를 양산시의 한 족발집으로 유인한 후에 휴대전화와 소지품을 강제로 빼앗았습니다.

    위협을 느낀 D씨, 화장실에 가는 척하며 다른 건물의 노래방으로 들어간 후 거기서 전화를 빌려 친구 E씨에게 구조를 요청합니다. 그러나 D씨는 건물을 빠져나오다 건물 1층에서 C씨와 마주쳐 붙잡혔고, C씨는 D씨를 강제로 차에 태워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C씨는 D씨를 4시간 동안 감금하며 바닥에 내팽개치는 등 폭행하고 “같이 죽자”며 흉기로 자해했습니다.

    사건 발생 이틀이 지나서야 C씨는 긴급 체포됩니다. 그런데 구속 영장이 기각돼 그는 석방됐군요. 이후 C씨는 더 악랄하고 집요해졌습니다.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데 앙심을 품은 C씨는 전화로 총 605차례, 문자메시지로 총 107차례에 걸쳐 D씨를 협박했습니다.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된 뒤에도 수갑을 찬 채로 호송 경찰관을 밀치고 경찰서 담장을 넘다가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C씨의 과도한 집착으로 D씨가 신체적·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입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경남서만 연평균 536건, 진짜 문제는?

    통계로도 데이트 폭력 실태는 드러납니다.

    지난 9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보면 2019년 발생한 데이트폭력은 9858건으로 지난 2016년과 비교해 2621건 증가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2017년 1만4136건, 2018년 1만8671건, 2019년 1만9940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경남으로 좁혀서 한번 볼까요?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경남경찰에 접수된 데이트폭력 신고는 총 2681건으로 연 평균 536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경남경찰은 5년간 총 192건을 구속했는데요. 폭행과 상해가 전체 범죄의 73%로 가장 많았고요, 체포, 감금, 협박, 성폭력, 살인 등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엔 데이트 폭력을 처벌할 수 있는 단일 법안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죄로 처리한 걸 알 수 있군요. 이런…. 살인으로만 지난 5년간 경남에선 26명이나 검거됐네요.

    데이트 폭력을 폭행과 상해, 협박죄 등으로 처리하다 보니 문제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폭행죄가 적용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등 처벌 수위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데이트 폭력의 주된 양상인 폭행·협박죄는 ‘반의사불벌죄’, 즉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죄인지라 피해자 의사에 따라 처벌이 불가할 수도 있습니다.

    ◇재범 꼬리 끊으려면

    데이트폭력은 주소나 가족 등 상대방의 사적인 정보를 잘 아는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데요. 범죄가 반복되거나 극단적인 경우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양상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만큼 재범의 우려도 높을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지만 일반 폭력에 비해 피해자가 느낄 두려움이 훨씬 더 크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데이트 폭력을 일반 형법으로만 다루지 말고 단일법안을 만들자, 이런 움직임도 있군요. 처벌수위가 낮아 범죄행위 제지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가 ‘스토킹처벌법’을 내놓은 것처럼 데이트 폭력도 근절하기 위한 입법이 고려돼야 한다는 관점에서 말이죠.

    국회에서도 입법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양산을 지역구로 둔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의한 ‘데이트폭력 등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이런 목소리를 담고 있는데요.

    윤 의원은 제안 이유를 통해 “가정폭력과 성폭력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이 제정돼 폭력행위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가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트폭력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률이 없는 실정이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여성가족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이번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현재로선 불투명하군요.

    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범을 막기 위한 처벌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있었다고 감형하는 관행을 벗어나 데이트 폭력의 특수성을 면밀히 보고 판결을 내려달라, 이런 차원에서 말이죠.

    여성단체의 목소리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도내 한 여성인권단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사기관과 사법부가 데이트 폭력을 당사자들 간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큰데 실제 법정 모니터링의 경우에서도 피해자가 어쩔 수 없이 합의를 한 것으로 보여지는 상황인데도 이를 관대하게 바라보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며 “내밀한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데이트 폭력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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