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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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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907) 간포유경(刊布儒經)

- 유교 경전을 간행해서 반포하다

  • 기사입력 : 2021-11-30 0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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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날 유교(儒敎)는 너무나 힘이 없다. 일반 대중들로부터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로부터는 더 심하다. 세상의 흐름에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 하고 있다. 정부로부터도 별 지원을 못 받고 있다.

    이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유교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공부를 안 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1950년대에는 성균관장은 물론이고, 전국의 향교(鄕校) 전교(典校)나 유림 지도자들은 모두 유교 경전(經傳)에 밝은 학자였다. 그러다가 1970년 이후로부터는, 전직 공무원, 교육자나, 사업하던 사람들이 성균관장이나 향교 전교를 맡기 시작하자, 한문을 모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그래도 그때는 한문을 모르는 성균관장이나 향교 전교들이 부끄러워하며, 한문을 배워 유교 경전을 읽으려고 노력은 했다.

    지금은 성균관장이나 향교 전교를 포함한 유림 지도자들 거의 대부분 한문을 모른다. 그러니 유교 경전을 한 구절도 읽어 보지 않은 사람들이 유림 지도자의 위치에 있다. 유교를 몰라도 유림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전혀 부끄러워하며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유교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서 유교를 부흥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되겠는가?

    오늘날의 유림지도자들은, “우리 세대는 학교에서 한문을 안 배워서…”, “쉽게 해설해 놓은 유교 경전이 없어서…”, “한문을 배워 보려고 해도 시간이 안 나서” 등등의 말을 하면서, 하루에 몇 시간이라도 한문을 배워 유교 경전을 읽어 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스님들은 설법할 때 불경을 줄줄 외운다. 목사나 신부들도 설교할 때 성경을 자유자재로 인용한다. 그러나 유림 지도자들은 유교 경전에 캄캄하니 인용할 수가 없다.

    지난 11월 28일 경북청년유도회에서 유교 경전 중에 가장 필수적인 사서(四書)를 간행하여 무료로 배포하였다. 원문은 물론이고, 정확한 번역, 상세한 주석, 발음, 토까지 곁들여져 있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게 만든 책으로, 지금까지 나온 사서 가운데서 가장 잘 된 책으로 생각된다.

    이 책을 발간하기 위하여 황의호(黃義浩) 회장 등 여러 간부들이 오랫동안 지극한 정성을 기울였다. 한국국학진흥원 권진호(權鎭浩) 박사가 편집을 도와주었고, 해동경사연구소(海東經史硏究所) 성백효(成百曉) 선생과 필자가 감수의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신승운(辛承云) 한국고전번역원 원장의 번역본 무료 제공, 이철우 경북도지사, 강영석 상주시장의 재정적 지원이 있어 이 사업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공부하기 좋게 만든 유교 경전을 성균관은, 전국 향교, 유도회 등에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제 “알맞은 유교 경전 해설서가 없어서 공부 못 한다”는 핑계는 댈 수 없게 되었다. 유림지도자들 모두가 더욱 열심히 공부하여 유교를 크게 진흥하기 바란다.

    *刊 : 새길 간. *布 : 펼 포. 베 포.

    *儒 : 선비 유. *經 : 경서 경. 지날경.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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