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6일 (화)
전체메뉴

[가고파]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 이현근 (창원자치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21-12-08 08:05:22
  •   
  • 이 현 근 창원자치사회부장

    최근 노태우, 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이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한국의 현대사를 쥐락펴락했던 두 사람은 한 달 사이에 유명을 달리했다. 대학시절 매일 최루탄 속에 살게 했던 기억속의 두 전직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영원히 살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도 세월 앞에서 어쩔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었고, 결국 한줌의 흙으로 돌아갔다.

    ▼육사 동기인 이들은 12·12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전 전대통령은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제11대와 12대 대통령을, 노 전대통령은 1988년부터 1993년까지 제13대 대통령을 역임했다. 퇴임 후에는 군사반란, 내란죄 등으로 전 전대통령은 무기징역, 노 전대통령은 징역 17년을 받았다가 김영삼 대통령 때 사면됐다. 친구에서 시작해 대통령을 거쳐 영어(囹圄)의 몸이 되기까지 비슷한 길을 걸었다.

    ▼퇴임 후 그들은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는 말년을 보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추징금 미납 논란과 국민 다수의 감시대상이 되면서 자유로운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오랜 투병생활로 평범한 인간다운 삶마저 누릴 수 없었다. 권력의 최고봉에 있었던 사람들이었지만 안락한 삶은 아니었을 것 같다. 전 전대통령의 고향인 합천에서는 그의 호를 딴 일해공원의 이름을 바꾸자는 주민발의청원이 시작되는가하면 국회에서는 전두환추징법이 거론되며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전 전대통령은 생전 그로 인해 피해 본 사람들과 결자해지를 하지 않으면서 망자에 대한 예우정서가 높은 우리 사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보통사람들은 살다간 흔적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 살면서 남에게 잘못한 것이 있다면 용서를 구하고, 남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일이 있다면 털어 버리며 쌓인 업(業)을 가볍게 줄이려 하지만 그는 그게 잘 안되었나 보다. 이제 그들은 가고 한 시대도 저물지만 사과가 없으니 용서도 없는 끝나지 않은 상처의 역사만 남게 됐다.

    이현근 (창원자치사회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현근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