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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0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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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린이의 세계- 이옥선(경남도의원)

  • 기사입력 : 2021-12-12 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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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출현으로 다시 조여진 코로나19 일상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연말이라 싱숭생숭한 어른들 속에서, 역시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리는 쪽은 아이들이다.

    이런 날이 다가올수록 내 마음은 애틋해진다. 생일은 각자 달라서 표가 덜 나지만 이런 공통기념일에는 ‘받은’ 아이와 ‘받지 못한’ 아이가 구별된다. 창밖으로 보이는 거실 트리 크기조차 아이들은 놓치지 않는다.

    연예인과 그 자녀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TV프로그램이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이다. 거기에는 어떠한 부족함이나 어려움을 찾아볼 수 없다. 널따란 거실에 가구가 갖춰진 각자의 방, 고가의 장난감들, 값비싼 체험 프로그램과 음식들을 일상처럼 즐긴다. TV 밖의 아이들은 TV 앞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한부모, 조부모 가정의 아이들은 어떤 마음일까. 그뿐인가. 아동보호시설의 아이들, 학교 밖 아이들, 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이들, 가족과도 소통하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들.

    연예인의 가정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고 본다지만, TV는 내내 이것을 ‘평범한’ 가정, 나아가 ‘정상적인’ 가정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문제는 바로 그것이다. 그 가족의 ‘일상’을 담은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그 아이들의 하루하루는 특별할 것 없이 누구나 누리는 환경처럼 보인다.

    엄마와 아빠, 아이라는 가족 구성,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단란함과 부유함은 그저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말로는 모두 설명하지 못한다. 부지불식간에, 켜켜이, 분노와 좌절이 쌓이지 않을까. 그것이 남은 가족과 이웃, 사회로 향하다 끝내는 자신에게로 향하지 않을까.

    얼마 전 어릴 때부터 자신들을 키워준 70대 친할머니를 수십 차례 칼로 찔러 살해한 10대 형제 이야기가 보도됐다.

    TV 프로그램을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겠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자신의 노력 여하와는 상관없이, 선택권도 없이 다양한 가족 상황에 놓이게 된 아이들을 세심하게 보듬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권’이다. 연민이나 동정이 아니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한 명의 사람으로서’ 품위를 지키고 싶어 하며 언제나 타인과의 관계를 생각한다.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려는 사람에게 우리는 존중과 배려를 보낸다. 그런데 아이들에 대해서는 그것이 종종 묵살된다.

    어린이를 정상과 비정상의 잣대로 재단하는 일, 그 결과 배제와 소외를 일상화하는 일, 그런 문화에 아무도 항의하지 않은 분위기가 두렵기만 하다. 모두들 아이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고 생각하지만, 예전에 비해 요즘 어린이들은 대단히 존중받고 있다지만, 그 어린이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아이들이 얼마나, 어떤 형태로,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

    다양한 아이들의 존재와 그 삶을 이해하려 한다는 것은 이웃을, 동료를, 세계를 이해하려는 것이다. 어린이들에 대해 고민할수록 우리 세계의 품은 넓어진다.

    이옥선(경남도의원)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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