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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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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75) 섬유종 앓는 ‘미래 애니메이터’ 17살 지운양

“주렁주렁 가슴에 매달린 혹 이겨내고 ‘애니메이터 꿈’ 무럭무럭 키워가요”

  • 기사입력 : 2021-12-13 21: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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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2㎝에 37㎏. 고2 지운(가명·17)양의 키와 몸무게다. 1.7㎏ 미숙아로 태어나 가뜩이나 작은 이 몸 안에는 없어도 될 것들이 자란다. 중학교 결핵검사 때 가슴을 찍다 작은 무언가들이 찍혔고 병원 검사결과 ‘섬유종’이었다. 대학병원 등 큰 병원을 전전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섬유종들이 가슴께 주렁주렁 생겨난 것을 발견한 것이다. 아니길 바랐지만 외가쪽의 섬유종 유전이 지운양에게까지 이어진 것.

    지운양은 엄마와 외할아버지를 이 섬유종으로 잃었다. 현재 함께 살고 있는 외삼촌도 섬유종을 앓고 있다. 지운양의 섬유종은 지금 악성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고 통증이 없지만 언제 악성으로 바뀔지 몰라 검사를 매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중학교 결핵검사 때 가슴 찍다 ‘섬유종’ 발견
    외가의 유전으로 엄마·외할아버지 잃어
    악성으로 바뀔까 매년 서울서 검사 진행 중

    만화영화·그림 좋아해 ‘애니메이터’가 꿈
    아프고 왜소한 체격에도 스스로 진로 정해
    꿈에 한발짝씩 다가서는 당찬 여고생

    지난 2일 창원시 의창구에 사는 지운양이 창원시 아동보호전담요원, 외할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2일 창원시 의창구에 사는 지운양이 창원시 아동보호전담요원, 외할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상경할 때마다 2박 3일 동안 외할머니와 찜질방에서 잠을 청하며 병원을 다녀야 하는데도 지운양은 좋아하는 전시를 고르며 신나하는 명랑한 여고생이다.

    어릴 때부터 책과 만화영화를 즐겨보던 지운이의 꿈은 만화영화의 장면, 즉 움직이는 그림을 그리는 ‘애니메이터’다. 학교에서도 만화 동아리에 가입해 최근에는 축제 때 전시할 작품을 만들기 위해 친구들과 의기투합했다. 참여인원이 소수여서 힘들었지만 재밌었다고 말하는 지운양이다. 꿈 앞에서 기초수급자, 조손가정이라는 그늘은 옅어졌다.

    “어릴 때부터 만화와 게임을 좋아하기도 했고,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아했고, 진로를 정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중학교 때 봤던 겨울왕국2의 그림과 영상이 부드럽고 예뻐서 2D, 3D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캐릭터를 구상하는 일도 정말 재밌고요.”

    일찌감치 진로도 스스로 고민해 정한 지운양은 고1 때부터 입시를 위해 미술학원에 다니면서 원하는 분야를 좁혀 가고, 각 대학의 입시요강을 살피며 자신에게 맞는 전형을 찾고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꿈에 한발짝 다가갈 준비를 하고 있다. 꾸준히 자기관찰을 하고 하나를 예리하게 파고든 결과다.

    “예전에는 그림 그릴 때마다 기초가 부족해 초점이 나가는 그림이 그려지거나 연출력도 부족해 구도도 어색했는데, 학원을 다니면서 나아지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귀멸의 칼날’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데 그림체도 예쁘고 영상도 부드러워 그분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생각한 대로 안 그려질 때도 있겠지만 어떻게든 버텨보려고요. 전체 애니 영화 감독보다는 애니메이터 분야만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이왕 하면 제대로 해서 애니메이터 감독은 해야겠죠?”

    남편과 딸을 섬유종으로 보낸 외할머니는 손녀까지 몸이 상할까봐 걱정이 한가득이다. 늘 쉬어가면서 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신단다.

    “이 체격으로 공부하고, 그림 그리고 따라가는 게 놀랍죠. 저는 행여나 쓰러질까봐 걱정인데 지운이가 지지 않으려는 기질이 있어서 악다물고 하더라고요.”

    애니메이터가 되기 위한 자질을 쌓기 위해 책과 영화, 만화 등을 섭렵하고 있는 지운양이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은 ‘뮤지컬 감상’이라고 했다. 음악시간에 접한 뮤지컬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지만 보고 싶은 공연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열리는 데다 가격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겨울방학 때 류정한 배우 캐스팅의 ‘지킬앤하이드’와 박은태 배우 캐스팅의 ‘프랑케슈타인’ 공연을 보고 싶어요. 실제로 보면 얼마나 멋질까요. 스토리 구성과 전개, 배우들의 연기와 몸짓을 보면 괜히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에요.”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11월 9일 16면 홀로 살며 간호학도 꿈꾸는 열일곱 문영양 경남은행 후원액 300만원 일반 모금액 174만원

    글·사진=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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