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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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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지구를 떠나거라”- 허철호(편집부 편집위원)

  • 기사입력 : 2021-12-14 20: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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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도 쓰레기가 많네.”

    얼마 전 평일에 진해 웅산의 시루봉(해발 653m)을 올랐다. 시루봉에서 주변 산들과 섬, 바다가 어우러진 멋진 풍광을 감상한 후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모녀로 보이는 등산객 중 딸이 버려진 쓰레기를 보고 엄마에게 한 말이다.

    그녀의 말을 듣고 내가 쉬고 있는 벤치 옆쪽을 보니 돌 무더기에 버려진 쓰레기가 있었다. 쓰레기가 있는 곳은 위험한 데다 주변에 나무들이 빽빽해 들어가기가 어려운 곳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나도 산을 올라오면서 곳곳에 버려진 생수병과 과자 포장지 등을 보며 화가 났었기에, 그들도 쓰레기를 보며 나와 같이 언짢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매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해양쓰레기는 18만t. 해양쓰레기 수거율은 고작 40%. 우리나라에서 해양쓰레기 처리에 400억원 넘게 투입하는데, 이는 육상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의 5배. 바닷가에서 발견되는 해양쓰레기 중 플라스틱류가 56.5%, 스티로폼 14.4%, 나무 5.1%, 흡연·불꽃놀이 5%, 외국 기인 4.5%, 유리 4.2%, 금속 3.7%, 종이 2.8%. 수산물의 내장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 조각의 평균수 2.1개.’

    최근 해변 절경으로 유명한 전북 부안군의 채석강(採石江)을 여행했다. 앞의 글은 채석강 근처에 있는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 건물 앞 안내판에 적힌 해양쓰레기에 대한 내용이다. 시루봉 정상에서 본 쓰레기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이 글에 눈길이 갔다. 글을 읽은 후 찾은 채석강 주변 바닷가에도 밀물에 떠밀려온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쓰레기가 있었다.

    산뿐만 아니라 도로변과 하천, 바닷가 등 곳곳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으로 쓰레기들을 청소하고 있다. 쓰레기가 많이 버려져 있어서인지 이들이 치운 양이 엄청나다.

    최근 SNS에 소개된 것 중에 진주지역 단체가 강 주변에서 7시간 동안 쓰레기를 수거했는데, 그 양이 100ℓ짜리 마대 300개를 채웠단다. 지난 10월 경남신문에 보도된 걷거나 뛰면서 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줍깅’ 관련 기사에도 마산아이쿱소비자생협 조합원들이 1시간여 줍깅 활동으로 수거한 쓰레기 양은 광려천의 경우 50ℓ 봉투 5~6개, 가포해안변에서는 20ℓ 봉투 10개와 50ℓ 봉투 2개 정도란다.

    쓰레기로 인한 오염과 관련해 줍깅 기사에 이런 글이 나온다. “하천에서는 담배꽁초, 바다에서는 스티로폼 부표 쓰레기가 가장 많이 보입니다. 전부 미세플라스틱의 주범이죠. 부표 등 폐어구들을 자세히 보면 미생물들이 파먹은 흔적들이 보여요. 그게 다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우리들의 식탁에 올라오게 됩니다.”

    쓰레기를 버린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세상을 살까. 자신이 버린 쓰레기로 인해 자연이 훼손되고, 자신이 마시는 물과 음식재료가 오염된다는 사실을 모를까.

    아무곳에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있는 한 자연과 우리의 생활터전을 훼손시키는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예전 개그 유행어인 “지구를 떠나거라”라고 할 수도 없고.

    누구나 연말이 되면 한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쓰레기를 버린 사람들도 반성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새해에는 쓰레기를 버린 사람들이 양심을 되찾아 그들이 버린 쓰레기가 깜쪽같이 사라졌으면.

    허철호(편집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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