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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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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먼저 문을 여는 사람- 이응인(밀양 세종중학교 교장)

  • 기사입력 : 2021-12-16 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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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의 입장이 되는 건 참 어렵다. 아이들과 함께 담근 김치를 집으로 보냈는데, 학부모가 언짢아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의 손길에 담긴 의미보다, ‘우리가 김치를 받아야 될 집으로 보이는가’ 하고 받아들이기도 한다. 나는 열심히 일러 주었다고 뿌듯해하는데, 상대가 영 못 알아들을 때도 있지 않은가.

    학교에서는 이제 배움 중심 수업이 자리 잡고 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수업보다는 학생이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설계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수업한 교사의 만족도보다 학생의 학습이 얼마나 이루어졌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배움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학생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다.

    어느 시골 병원을 무대로 한 드라마에서 본 장면이다. 새로 온 젊은 의사와 다른 의료진들 사이에 오해가 생겼다. 그런데 나이가 든 선배들이 젊은이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하는 것이었다. “아까 일은 내가 잘못 판단했어요. 정말 미안해요”라고 말이다. 정중한 사과를 받은 젊은 의사에게 이것은 큰 충격이었다. 이제까지 선배가 이렇게 하는 것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입장 바꾸어 생각해 보면, 경험이나 여유가 부족한 젊은이들이 먼저 사과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기성세대는 오랜 세월 삶에서 굳혀온 철학이나 관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기만의 단단한 문을 가지고 있어 열기 힘든 면이 있다. 그래서 기성세대가 문을 열었을 때, 더욱 큰 충격이나 감동을 주게 된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새로운 세대를 포노 사피엔스라고 부른다. 이들은 디지털 멀티미디어 지식을 기성세대에 앞서 배우고, 스스로 학습할 줄 알고, 스스로 학습하는 세대가 되었다. 이제 이들은 미래 세대가 아니라, 눈앞에서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세대이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난관을 혁신과 창의로 열어가는 세대이며, 이들을 통해 기성세대도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다. 후배가 선배를 가르치는 시대가 왔다고도 한다. 기성세대와 포노 사피엔스 사이의 벽은 우리 사회의 큰 문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먼저 문을 여는 사람, 문을 열고 소통하며 배우는 사람이 진정 어른일 것이다.

    이응인(밀양 세종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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