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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1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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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사가 학교에서 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이웅기(용지초등학교 교사)

  • 기사입력 : 2021-12-16 2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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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는 학교에서 5년째 교육과정지원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예전에는 교무 부장으로 불리던 자리인데 이름을 바꾸며 역할도 바꿨다. 교실에서 선생님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중심에 두고, 필자 말고도 교감 선생님과 부장 선생님, 교무행정원선생님이 함께 교무행정팀으로 이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담임 선생님들은 아이들 곁에서 함께 지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났고 수업 속에서 담임교사와 학생들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초·중등교육법 제20조에 있는,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교사는 학생을 교육한다’라는 명제에 충실히 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교사가 학생을 교육하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 불법 촬영 카메라가 없는지 장비를 들고 화장실 구석구석을 살피기도 하고, 카드단말기를 관리하기도 하고, 학교 CCTV 운영과 관련된 일도 하고, 학교 원어민교사 집을 구하고 도배 상태까지 확인하는 일…. 이처럼 교사는 ‘교육’하는 일 이외에도 수많은 일을 하고 있다. 15년 전 학교에서 처음 근무할 때는 당연히 이런 일들을 교사가 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과연 교사가 학교에서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정부에서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사가 교육 활동 이외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선생님을 오롯이 아이들 곁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교사도 교육활동 이외에 다른 행정 업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사실 예전부터 교사들은 교육활동 이외에 많은 행정 업무를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어쩔 수 없이 이래야 한다면 교사들은 여전히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없는 학교 환경 속에서 일하겠지만 그런데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누가 받는 걸까?

    ‘교사가 학교에서 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이렇게 쉬운 질문에 당연하게 답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요구하고 있다. 최소한 인사, 시설 관리, 수당 및 회계 업무를 교사들이 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순간에, 한꺼번에 모든 일이 사라지고 교사들이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학교 환경이 만들어지진 않겠지만, 그리고 이로 인해 학교 안에 갈등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갈등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들에 조금 더 집중하게 되고 이로 인해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지 않을까?.

    ‘교사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합니다!’라고 당연하게 말할 수 있다면 학생들의 행복한 시간도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웅기(용지초등학교 교사)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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