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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5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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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인생을 배우는 시간- 김형엽(시인)

  • 기사입력 : 2021-12-19 20: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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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사천문화원에서 의미 있는 문화행사가 있었다. 올해 여든 셋인 이삼순 시인의 시 콘서트였다. 시인은 사천시 송천마을에서 태어나 결혼 이후 지금까지 그 마을을 떠나지 않고 살고 계신 분이다. 나이 일흔에 접어들어 종합복지관이 운영하는 문해교실에서 시 쓰는 법을 공부하다가 올해 시집 한 권을 보란 듯이 세상에 내놓았다. ‘부치지 못한 가을편지’라는 시집 속에는 시인이 살아 온 삶의 서러움과 가족들의 죽음으로 인한 아픔, 농촌생활에서 경험한 것들을 진솔하고 진정성 있는 목소리로 잘 담아내고 있다.

    오붓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이삼순 시인의 시 콘서트는 감동 그 자체였다. 여든 셋 고령의 시인이 가족을 모두 떠나보내고 혼자 시와 벗하며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웃음과 눈물로 풀어내며 들려줄 때 관객들은 숨죽이며 귀를 기울였다. 마치 자신의 어머니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듯 시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깊이 공감하며 박수를 보냈다. 생각해보면 내가 들은 최고의 인생 인문학 강의가 아니었나 싶다.

    최근까지 나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문학과 함께하는 감성수업을 진행해왔다. 전체 수업 중 몇 시간은 문해교실 할머니들의 시를 엮은 문집을 교재로 활용했는데, 예상 외로 학생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 사투리와 생활 말이 그대로 살아 있는 작품이 재미있기도 하고 할머니 생각이 나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착해지는 것 같다며 다음 시간에도 들려달라고 요청해 올 정도였다. 할머니들이 쓴 시문집 하나로 세대와 세대가 자연스레 소통하는 것 같아 나 또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삼순 시인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는 문해교실을 통해 시인으로 거듭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있다. 시화집이 발간되었다는 소식도 종종 들을 수 있다. 어르신들의 글에는 인생의 지혜와 위로가 오롯이 담겨 있다. 건조하고 삭막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맑게 해 주는 그런 작품들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스며들면 얼마나 좋을까. 한 해의 막바지를 보내는 이 즈음, 난로 같은 시집 한 권을 곁에 두고 나는 조금 더 낮은 자세로 시와 인생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김형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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