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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D-162… 대선에 가려진 지방선거-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1-12-20 20: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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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과 162일 앞이다. 내년 6월 1일은 지방선거다. 한데 ‘역대급 깜깜이’다.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이란 말이 무색하다. 주민 삶과 직결된 중요도에 비춰보면 이렇게 잠잠해도 되나 싶을 정도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기준으로 경남 선출직은 무려 342명이다. 예전 지방선거 때면 1년 전부터 후보군이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미래를 담보할 공약이나 정책을 고민하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가 ‘블랙홀’이다.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새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한다. 이후 불과 20여 일 만에 지방선거다. 대통령 임기 초반은 속칭 ‘허니문 피리어드(honeymoon period)’다. 정권 출범을 이끈 민심이 집권 여당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은 자명하다. 결국 대선 결과가 지방선거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역으로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은 내홍이 휩싸일 수밖에 없다. 3개월 뒤 지방선거에 당력을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1년 만에 치러진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단체장 중 14곳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 간판으로 처음 경남에서 김경수 도지사가 당선된 게 대표적이다. 이는 이듬해 총선에서 비례정당을 포함해 전국에서 180석을 확보하는 디딤돌이 됐다. 한데 국민 관심이 초집중된 대선판도 영 마뜩잖다. ‘정치인이 갖춰야 가장 중요한 자질은 열정과 책임감, 그리고 균형감각이다. 정치란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이다’(막스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 ‘널빤지’는 복잡다기한 이해관계와 가치관이 뒤엉킨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이해관계 조정보다는 편 가르기, 국가발전에 대한 담론보다는 네거티브에 매몰됐다. 표가 될 듯하면 선심성 퍼주기나 이익 집단 맞춤형 공약을 앞다퉈 선보인다. 여론 역풍에 설익은 약속을 거둬들이기가 한두 번 아니다. 지방분권, 국토균형발전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 될 처지다. 대신 아들·부인 등을 둘러싼 ‘가족 리스크’가 판을 흔들고 있다. 가뜩이나 후보들의 국정 능력 불안에 대한 ‘비호감 대선’ 비아냥에다 ‘사과 대선’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본선 진출에 실패한 홍준표의 뒤끝 작렬이 오히려 젊은 층의 주목을 받는 게 현실이다. “비리 대선”, “대선에서 지는 사람은 감옥에 가야 할 것”이라는 독설로 패배의 분풀이를 대신하고 있다. “깨끗이 승복하고 백의종군(白衣從軍)하겠다”던 그의 형식적 수사(修辭)는 ‘종군’은커녕 쉼 없는 ‘몽니’로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한민국은 보수-진보로 더 확연하게 쪼개졌다. 선거는 이념 갈등의 배설구로 변질했다. 패배는 곧 정치적 사형선고란 인식이 자리했다. 야권은 ‘탄핵 정국’ 당시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현 정부 민심이반을 업고 그나마 힘의 균형을 회복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목숨을 건 정권 재창출론과 교체론이 맞붙었다.

    불과 70여일 앞 대선이 예측불허로 흘러가면서 지방선거 판도는 더욱 ‘시계 제로’다. 국회의 지방의원 선거구 획정은 이번에도 시한을 넘겼다.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함안·창녕·고성·거창군 등 경남 4개 군 지역은 도의원 정수가 줄어들 판이다. 선거가 코앞인데도 몇 명을 뽑을지조차 오리무중이다. 각 정당의 공천 일정까지 고려하면 후보자에 대한 꼼꼼한 검증은 무리인 듯하다. 대통령 당선자 옆에 바짝 붙어 입꼬리를 한껏 치켜올린 대형 사진 한 장이 공약을 대신할지도 모른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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